색감이 예술이야
그동안 몰랐는데, 살고 있는 지역에 야외 공연장을 동반한 실내 전시실이 있었다. 사제지간이었던 클림트와 에곤 쉴레. 그들의 작품을 기술로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길래, 지인과 보러 갔다. 그래서일까?
어제 어머니가 만드신 카레가 딸의 눈에는 클림트가 그린 <키스>의 한 자락같이 보인다. 호박이 간간이 박혀있고, 두부와 파프리카, 감자 등을 넣은 카레. 특히 막내 조카가 할머니가 만든 카레를 엄청 좋아한다. 첫째 조카는 치아 교정으로 카레를 먹을 수가 없다. 보면서도 아쉬워해서 할미는 손녀를 위해 카레를 만들지 않았다. 아이의 마음을 배려한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무슨 일인지 속이 깊은 프라이팬에 한가득 카레를 만드셨다.
며칠 전 산부인과 초음파 검진 결과 자궁근종이 6개월 전보다 많이 커져서 수술 이야기가 나왔다. 더 이상은 마음대로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인스턴트부터 끊기로 했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유제품, 탄산, 액상과당이 든 음료수 등. 금해야 할 음식 품목이 이렇게나 많다니. 원래 식탐이 적은 편인데도 앞으로 못 먹는다 생각하니 더 먹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다.
SNS에도 소식을 올렸더니, 기도해 주시겠다는 분들과 직접 대왕버섯을 택배로 보내주신 분,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 서울에 사는 멘토 언니는 자신이 다니는 한의원에서 체질 검사를 해서 음식을 가려 먹으면 수술을 피할 수 있을 거라며 다녀가란다.
5년 전 맹장이 터지면서 복막염으로 번졌을 때 수술한 적이 있다. 안심이 되었는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먹었더니 의사 선생님이 유착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나이 들어갈수록 신체는 쇠할 수밖에 없지만 생각보다 빨리 약해지는 것 같아 겁이 난다. 조카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어머니가 천국 가시는 날까지 곁에서 힘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식습관을 바로잡는 것과 운동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정말 오랜만에 한양 나들이를 한다. 오래전 멘토 언니 만나러 시골쥐가 상경한 바 있다. 이번에는 건강을 위한 한의원 탐방이다. 의사 선생님은 할머니 환자들이 한의원에 가서 약재를 달인 물을 마시고 더 악화되는 경우가 있어 여러 번 주의를 주셨다. 멘토 언니도 자궁 내막증으로 수술까지 할 뻔했는데 몸에 맞는 음식을 먹고 좋아졌다고 해서 희망을 붙잡고 간다.
한 때 물이 살아있어 "사랑해."라고 말하면 물 결정체가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유행이었다. 음식도 사랑이다. 몸에 이로운 음식을 먹고, 해로운 음식은 자제하며 몸을 돌볼 때라고 생각한다. 혼자만의 몸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몸이니까.
날씨가 너무 춥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