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시는 어설펐다. 아니, 어설펐다는 말로도 모자랐다.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이 어떤 과정인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심지어 그림 하나를 벽에 걸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길이 오가는지조차 몰랐다. 그런 내가 갤러리아미디의 첫 프로젝트인 <퍼스트스텝’>을 시작했다.
신진 아티스트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겠다는, 어찌 보면 대책 없는 자신감으로.
그렇게 소개된 첫 작품이 선병수 작가의 <북아현동>이었다. 오래된 동네의 풍경을 담은 그림은 작가의 어린 시절과 맞닿아 있었다. 눈내린 오래된 기찻길, 기왓장집과 패트로 된 지붕 그리고 낡은 담벼락, 높이와 너비가 제각각인 계단들, 어쩐지 마음을 붙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전시를 준비하던 나는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여유가 없었다. 예산은 부족했고, 일정은 촉박했고, 모든 과정이 서툴렀다. 그저 하나라도 덜 실수하려 애쓰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 와중에 한 손님이 ‘북아현동’ 앞에 섰다. 한참을 그림을 보던 그는 조용히 말했다.
“어렸을 때, 골목에서 놀던 제 모습이 보여요.”
그 말 이후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침묵 속에 담긴 무게가 묘하게 마음을 울렸다. 그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표정으로 작품을 보다가, 천천히 돌아섰다. 나는 그 장면을 한동안 잊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첫 전시는 대단한 성공도, 화려한 무대도 아니었다. 그저 작가와 관객, 그리고 나 자신이 어설픈 시작 속에서 무엇인가를 조금씩 배우고 느끼는 자리였다. 관객의 짧은 말과 긴 여운은 그 전시를 완성시켰다. 비록 나는 모르는 것이 많았고, 계획은 삐걱거렸지만, 작품은 관객의 마음 속에 닿았고, 그것이면 충분했다.
이제 생각한다.
첫 걸음이 어설픈 건 당연한 일이라고.
모든 첫걸음은 그런 법이라고.
중요한 건 그 어설픔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다.
퍼스트스텝은 내게 그걸 가르쳐준 시작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시작을 반복하며,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