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이선달 씨의 권유로 나는 지난 카페의 폐업을 경험했음에도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이전의 카페 폐업의 이유는 콘텐츠의 부재와 도전적인 부동산 선정, 너무 큰 공간, 인력문제 등을 겪다 보니 이 부분을 해소한다면 카페에 대한 성공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2019년 12월, 그해 나는 카페를 시작했다.
서울의 아현동의 4평의 공간과 3평의 공간을 각각 렌탈하여, 당시 유행하던 미니멀리즘을 표방한 갤러리카페를 오픈하게 됐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무모한 시도였다. 그저 애니메이션 전공하고, 예술에 관심이 있다는 정도로 문화예술을 다루는 공간을 운영한다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갤러리 시장은 초심자가 발을 담그기엔 어마어마하게 높은 벽이 있었다. 그 벽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는 예술과 대중과의 거리감, 다른 하나는 예술계와의 거리감이었다.
당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는데, 새로운 카페 오픈과 동시에 코로나도 시작된 것이다. 먼 나라의 전염병이라 '금방 조용해지겠지'라며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전염병이 확대되고, 카페의 매출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선달 씨는 다른 회사에 취업하기도 했고 나는 사업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 카페로는 사람을 모을 수 없다. 창업 시작과 동시에 찾아온 위기는 점점 나를 옥죄어왔고, 내 마음도 꺾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상황을 타계하려는 노력보다는 책임을 돌리고 싶었던 대상, 이선달 씨에게 원망의 화살이 향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당시 플랫폼 사업이 흥하면서 모든 스타트업들은 플랫폼-커머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이미지 소비 속도는 이전과는 다르게 빠르게 소비되었고, 사람들의 관심사도 쉽게 바뀌었다. 빠른 소비 속도에는 카페의 메뉴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웠고, 나는 카페가 아닌 갤러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