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고양이와 엄마고양이의 네 번째 새끼 고양이가 갤러리 앞에서 쉬고 있다. 가끔 고양이들이 이렇게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내가 이 공간을 어떻게 꾸려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수년 전, 이곳이 그냥 버려진 쓰레기 더미였을 때를 떠올리면, 이 작은 공간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된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퍼스트스텝으로 NoneZ 작가님의 개인전을 진행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고 아는 것도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맡겨주셨던 그 용기가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때의 전시는 작가와 나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첫 무대를 찾고 있었고, 나는 전시를 통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서로를 신뢰하며 시작된 전시는 지금도 마음 한편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처음의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벽은 허전했고, 걸어놓을 작품도 많지 않았다. 나는 함께했던 작가들의 포스터를 하나씩 벽에 붙여나갔다. 한 장, 두 장, 시간이 지나며 벽은 작가들의 흔적으로 가득 채워졌다. 1년 후에는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포스터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었다. 이 시기에는 운영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갤러리를 유지하기 위해 커피머신과 각종 기계들을 팔아야 했던 날도 있었다.
수년째 버려져 쓰레기만 놓여 있던 공간이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이곳에서 나는 가능성을 보았다.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이 설렘으로 변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예산은 부족했고, 계획은 서툴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해냈다. 조금씩 벽을 고치고, 작품을 걸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이곳은 예술인들의 창작의 장이 되었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로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갤러리 앞에서 쉬고 있는 고양이들과 강아지들을 보며 생각한다. 처음의 그 설렘과 작은 용기가 아니었다면, 이 공간은 여전히 텅 빈 상태로 남아 있었겠지. 작가와 관객이 연결되고, 작은 전시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는 이 공간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