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에서 2주

투우(Corrida de toros)와 플라멩코 (Flamenco)

by 일하는 노진지씨

스페인에 일정을 잡으면서부터 꼭 빠지지 말고 체험하고 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그냥 가장 먼저 떠오른 두 가지가 투우 경기와 플라멩코 공연.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Hemingway가 파리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하던 그 시기, 파리에 머물던 문인들이 여름휴가 차 스페인 북부도시 팜플로나(Pamplona)로 낚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책 ‘The sun also rise’를 남겼다. 소설 속 주인공과 친구들이 팜플로나에 머물던 시기는 매년 7월 7일~14일 개최되는 산 페르민 축제 (Fiesta de San Fermin) 일과 정확히 겹쳐, 책의 마지막 100페이지는 소몰이, 투우경기, 행진, 폭죽 등으로 가득 차 있었고 주요 인물들의 감정선과 겹쳐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사실 여전히 그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 당시 파리의 자유로운 연애와 스페인의 정열은 ‘허무주의‘라는 단어와 함께 내 머릿속에 콕 박혀 있었다. 이번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며 ‘아, 팜플로나!’가 떠올랐지만 이미 축제가 끝난 뒤 여행이 시작하는터라 갈 수도 없었고, 일정이 겹쳤다 한 들 동선 상 가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이제는 문화공연장으로 사용중인 말라가 투우장

그래도 투우는 볼 수 있을까? … 바르셀로나, 말라가, 그라나다 세 도시 모두 투우장은 남아있지만 더 이상 투우경기를 볼 수 없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소를 죽이는 행위에 대한 비난이 투우경기 축소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고, 현재는 론다와 팜플로나 등 일부 도시에서 전통문화 계승 차원의 공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이번여행에서 투우경기 관람은 조용히 접고, 역사적 유물로 남아 문화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투우장은 실컷 눈에 담고 왔다. 사실 직접 관람을 했다 한들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해 본다. 그런데, 그 옛날 사람들은 왜 그렇게 투우경기를 사랑한 것일까? 피카소의 경우 그림을 하나 팔면 그 즉시 투우장에 방문해 술과 함께 경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남긴 투우 스케치들을 보면…. 그림을 전혀 모르는 나란 사람도 펜 끝에서 전해져 오는 힘을 느껴며, 천재는 천재구나 …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피카소의 투우


그리고,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또 다른 정열, 플라멩코 (Flamenco). 방문하는 세도시 모두 공연장이 있었지만, 16세기 경 집시, 무어인, 유대인, 토착 안달루시아 인들의 문화가 융합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퍼포먼스라는 나무위키의 설명에 따라 안달루시아주 그라나다에서 공연을 보기로 결정했다. (세비야까지 가긴 어려웠어요…)

정열적인 댄서 (Balie)

사실 김태희의 통신사 광고로 플라멩코를 배웠던 나란 사람은 여자 무희가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주변에서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있는 공연으로만 생각을 했다. 실제 공연 시작 직전 팸플릿에서 플라멩코는 춤(Balie), 노래(Cante), 기타(Guitarra) 세 파트로 구성된 예술 퍼포먼스라는 설명을 보게 되었는데 제대로 이해를 못 하다가, 실제 공연을 보는 동안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란한 댄스가 있었지만 공연 내내 내 눈은 노래와 기타, 댄스 세 파트를 골고루 따라가고 있었다.

노래 (Cante) & 기타 (Guitarra)

언어적 한계로 가사를 알 수는 없었지만, 가사가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사연을 머금은 듯한 목소리와 애절함은 우리의 아리랑을 떠올리게 했고, 포르투갈의 파두 (Pado)를 연상시키며 무희의 표정과 어우러져 나에게서 ’한 ‘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다.

보지 못했던 그들의 그 시절의 고단함과 슬픔과 억울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사실 나는 공연 중간부터 열창하는 가수를 바라보느라 댄서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잘생겨서 그러냐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기타리스트까지 잘생겼어서 얼굴로만 정신을 빼앗겼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냥 그의 명품 목소리와 표정만으로도 그 감정을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기에 그렇다고 해두자. 물론 기타리스트가 솔로 연주를 하는 시점에도 한번 숨멎 순간이 있었으니….. 정말 좋은 공연이었다고..

무희 두 분의 탭댄스는 무릎관절이 걱정될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두 분의 아름다운 얼굴이 사랑이야기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었다. 가족이 모두 만족하는 공연이었다. 아들은 탭댄스를 저녁 내내 따라췄고, 딸은 여자무희를, 나는 가수를 이야기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여자 무희, 조니뎁을 닮은 남자 무희

글을 쓰는 오늘 검색해 본바로, 스페인의 플라멩코는 2010년, 포르투갈의 파두는 2011년, 한국의 아리랑은 202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아리랑도 진도씻김굿 등과 함께 무형문화재에 등재된 공연을 볼 수 있는 상설 전용 공연장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만약에 있는데 제가 모르는 거라면 꼭 알려주셔요~~!!)

그리고, 파두도 보실 기회가 있다면 한번 봐보시길 …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