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에서 2주

그라나다의 묘한 매력

by 일하는 노진지씨

오늘은 말라가에서 머문 2주 중, 주말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온 그라나다 여행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아마도 2018년 겨울 방영했던 현빈과 박신혜 주연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말라가 주변 주말여행지로 세비야를 선택했겠지만 … 이를 어쩌나, 나는 그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주말 육퇴를 서둘렀던 엄마였기에 ‘그라나다’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가족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그라나다로!!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출발한다.


말라가에서 그라나다까지는 버스로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거리라는 이야기에 큰 고민 없이 무려 6개월 전에 앱을 통해 고속버스 티켓을 예약했다. 예약한 표에 변동사항이 없는지는 지속적으로 체크를 했고, 여행 전날에는 버스터미널까지 동선을 사전답사 하는 등 아이들과의 이동에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역시나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 것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유럽 하고도 스페인 남부, 버스 출발시간이 지나도 플랫폼 안내가 없었고, 동시에 두대의 그라나다행 버스가 도착했지만 나의 표는 자신의 버스가 아니라며 두 버스 기사는 나를 서로 다른 버스로 넘겨버렸다. 100여 명이 엉켜서 있는 그곳에서 동양인은 우리 가족뿐이었으며, 심지어 모두가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 질서는 이미 없어졌고, 버스기사 둘 다 나의 표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남편은 내가 1번 버스로 가면 1번 버스에 캐리어를 싣다가 다시 2번으로 가면 2번으로 부리나케 짐을 옮기기를 몇 번 했고 아이들은 공포에 질린 채 아빠를 따라 움직였다. 그때 처음으로 스페인에서 큰소리로 내질렀다. ”Somebody help me! I can’t speak spanish!” 그때, 영어가 가능한 백인 여성이 나에게 상황을 설명해 줬고 내 표와 기사의 표현을 빌어 2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확인해 주었다.


겨우 버스를 탔는데 …. 예약한 버스좌석에는 이미 다른 이들이 앉아있다. 표를 보여주며 자리의 주인임을 주장했지만, “지정 좌석이 없다.”는 승객들의 답변, 결국 또 버스기사에게 물어 지정 좌석이 없다는 판결을 받고서야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아이들과 떨어져 이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버스기사의 인종차별인가 의심도 해봤지만, 그라나다에서 다시 말라가로 오는 버스를 탈 때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친절한 타인들로부터 ‘지정좌석이 없다’는 동일한 답변을 복수로 받았기에 이곳의 룰을 모르고 예약앱만 믿은 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평온해진 지금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버스기사 입장에서는 자꾸 와서 모르는 언어로 말을 걸고, 소리를 지르고, 좌석으로 클레임을 거는 이상한 동양여자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알함브라 궁전뒤로 보이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

개인적 경험에 의한 유일한 단점이었던 그라나다 왕복 버스 이용을 제외한다면, 그라나다는 말라가와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 도시였다.


분명 사막 한가운데 있는데 물자원이 풍부하고, 대낮은 평균 40도의 타는 듯한 한여름 더위에 노출되지만 새벽이 되면 18도를 밑도는 서늘한 바람이 도시를 식혀준다. 둘째 날 진행한 야경투어 가이드분에 따르면, 근처에 있는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 산맥의 만년설이 그라나다의 더위를 식혀주고 깨끗한 수도 공급원이 되어 주는데, 그런 이유로 그라나다에서는 물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 물을 사 먹지 않는다고 한다. 60 평생 그라나다에서 살아온 그녀의 남편이 증언해 준 부분이니 그렇게 믿겠다.^^

그다음 날 아침 테라스에서 무릎담요를 덮고 커피 한잔을 하며, 이 시원하고 쾌적한 온도를 만들어 준 시에라 네베다 산맥의 만년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알바이신에서 바라보는 알함브라와 그라나다 도심, 알함브라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라나다 도심

그라나다에는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라 사브리카 언덕 (La Sabika)과 알바이신 지구로 알려진 알바이신 언덕 (Albaicin) 두 개의 언덕이 있고 그 사이를 관광객들은 부지런히 왕복한다. 현대의 그라나다는 넓은 평야에 신도시가 형성되어 있지만, 구시가지와 왕궁은 두 개의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마도 그 시절 이베리아 반도에 남아있는 마지막 이슬람 왕조 입장에서는 주변 기독국가들의 침입으로부터 경계를 게을리할 수 없었기에 그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두 언덕에서는 그라나다 도시 전체 및 근교까지 시야에 방해물이 없는 상황이라 30km 이상까지 360도로 한 시야에 확보할 수 있어서 적의 침입에 대비를 하기 좋은 조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요새로도 결국은 1492 나스르 왕조를 끝으로, 이슬람의 이베리아 반도 700년 지배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그리고 스페인은 기독교 국가가 된다.

좁은 골목과 하얀벽, 높은 벽과 작은 창문, 집구조를 드러내지 이슬람 전통가옥구조

야경투어를 통해 알바이신 지구를 돌았는데, 이슬람 전통가옥 구조적 특징으로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좁은 골목을 미로같이 형성하고 벽을 높게 형성하여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경계했다고 한다. 이러한 가옥구조의 특성은 보안뿐 아니라, 사막지구에서 기온조절에 유리했는데 외부 온도가 급격하게 변하더라도 외부와 연결된 창이 적은 구조덕에 온습도 조절에 유리했다고 한다. 실제 벽체도 아주 두꺼워 단열이 좋다고 한다. 예전에는 리모델링 불편함과 주차난으로 인해 알바이신 지구에서 이사를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 그라나다에서도 레트로 열풍 때문인지 에어 비앤비 때문인지 이슬람 전통가옥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알바이신 지구 실거주자들의 주택난을 들을 수 있었다.

알바이신의 타파스 골목 & 기념품 골목

그라나다는 ‘타파스 무료‘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음료를 1인당 하나만 시키면 타파스를 공짜로 제공받을 수 있다. 솔직히 바르셀로나에서 말라가로 넘어왔을 때도 음식가격 부담이 줄어서 아~ 싸다! 했었지만, 그라나다에 들어서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가이드 왈, 그라나다에서는 그래서 주민들도 음식 하기 싫으면 나와서 술 한잔 하며 저녁을 해결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술이 비싼가? 전혀~ 이곳이 내가 살 천국이구나! 저녁은 한잔으로 마무리하고, 요리도 하지 않고!!

토요일밤 10시, 광장의 시니어 스포츠 댄서들

스페인에서는 해가 9시가 되어야 뉘엿 넘어갔기에, 밤 10시면 모임을 하기 딱 적절한 시간… 야경투어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광장에 구경꾼들이 모여있다. 지역 시니어 댄서들의 공연, 공연 모금함 없이 정말 즐기러 나온 어르신들이 한껏 뽐낸 복장으로 리듬을 타고 있다. 구경하던 관광객들 중 일부는 가장자리에서 댄스를 따라 하기도 한다. 파트너를 변경하며 스탭도 엉키고 턴에서 실수도 있었지만, 웃음과 윙크로 양해를 구하는 댄서들의 어설픔이 광장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석류의 도시 그라나다

스페인어로 ‘석류‘라는 뜻의 그라나다. 알바이신 지구 산책 중 만난 많은 문패에는 앙증맞은 석류모양들이 그려져 있다. 그라나다라는 지명에 대해서는 이슬람 언어에서 출발했다는 등 몇 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게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가? ‘석류‘라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나에게 그라나다는 상큼하고 예쁘고, 섹시한 도시가 되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여기서 젤라또는 무조건 ‘그라나다’ 맛으로!

(아뉘…다른 도시보다 젤라또 양도 많이줘!)


그라나다의 기타 매력 발산은 여기까지 하고, 진짜 방문 목적이었던 알람브라 궁전! 그 추억은 다음 편에서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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