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몇 번째 취직이더라

그리고 정규직 취직을 꿈꾸며

by 최여름


X엔 어쩜 이리 언어유희 천재들이 많은가 ㅎㅎㅎ


백수가 된 지 11개월 만에 드디어 계약직이지만 작은 공공기관 사무실에 취직을 했다. 살면서 몇 번째 취직이더라, 이력서에 적기로는 4번째이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 무수히 많은 작고 작은 취직들이 있었고, 그 많은 취직을 건너 이번 취직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취직 역시 종착지는 아니고 거치는 단계 정도여서, <쩌리짱! 40대의 백수 탈출기>는 계속 쓸 생각이다.


지난해 9월 초에 취직을 했으니 벌써 5개월이 지났는데, 이제야 브런치를 다시 쓸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짬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취직 전후가 너무 힘들었어서, 당분간 열렬히 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나도 몰랐지만-_-


다시 브런치를 써야겠구나, 하고 정신이 번쩍 든 계기가 있었다. 이미 ‘탈퇴한 회원’의 한 댓글을 저번 주에야 발견했던 것. ‘다음 편 기다려요..’라는 단 한 문장이 전부였지만, 내게는 너무 강렬하게 다가왔다. ‘탈퇴한 회원’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시 글을 쓸 용기가 났어요, 비록 이 글은 탈퇴해서 못 보시겠지만…


저번 편에서 썼듯이, 갑작스럽게 왔던 전화(미지의 추천인) 덕분에 지금 일하는 공공기관에 계약직으로 원서를 냈다. 서류심사에 합격하고, 면접을 봤던 얘기부터 써 볼까. 전통시장 매니저로 일한 지 2주 차에 면접이 바로 잡혀서 난감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면접 시간이 5시라 막 둘러대고 3시에 퇴근해서 갈 수 있었다는 점.


면접을 위해 준비해 둔 정장이랑 구두를 신고 조금 일찍 도착해 1층 카페에 들어갔는데 도떼기시장처럼 사람이 많고 공기가 탁했다. 화장실에 가서 상의를 갈아입고 시끄러운 카페 구석에 앉아 준비해 둔 자기소개 문구를 외우는데 그 순간이 왠지 서러웠다. 그때 내 눈엔 모두가 직장인 같았고, 모두가 시답잖은 이야기에 흥이 난 것 같아서 내 상황과 대비가 됐던 모양이다. 나는 그때 전통시장 상인회 사무실을 반드시 탈출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했고, 나의 누추한 현실을 마주 보기가 겁이 났다.


1:多 면접은 평이했지만, 내 대답은 매우 뒤뚱거렸다. 창업 관련 일 경험도, 자격증도 없는데 어떻게 이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매우 나옴직한 질문에 횡설수설했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월급이 적은데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대답하면서 실은 괜찮지 않은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던 기억도 난다.(월급이 어느 정도로 적냐 하면 딱 내가 20대에 받았던 월급이다 ㅠㅠ 세상 박하기 짝이 없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봉급 권고 기준을 따르는 데다, 무려 내 경력 5년 치를 깎아먹었기 때문이다. 30대 때 경력 5년 치를 경력증명서를 떼놓지 않아서 증빙할 수 없어졌다. (망할) 내가 일했던 중견기업에서 퇴사 후 3년이 지나면 경력증명서를 떼 줄 수 없단다. 요즘 공공기관에서는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는 물론이고 꼭 경력증명서가 있어야 호봉 측정이 된다. 다들 퇴사 시에 다른 걸 몰라도 꼭 경력증명서 챙기시길!)


답변을 잘 못해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다음날 합격 연락이 왔다. 면접 답변이 내 기억보다는 덜 횡설수설했던 모양이다. 마침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나는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해야만 했다. 그 얘기는, 그때 일하던 전통시장에 당일로 그만둔다고 알려야 했다는 말이다. 덕분에 그날 나는 밤 10시까지 전통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면서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 데까지 해 두었다. 상인회장님이 야근수당이라고 3만 원을 주셨다. 그리고 며칠 전에 면접 보러 갔던 거냐고 하시는데 뜨끔…


새로 취직한 기관은 직원이 적어도 너무 적다. 한 대학교의 산학협력단에서 위탁 운영하는 곳이라 대학교 직원인 센터장님이 겸직을 하고 있어서 자주 오질 않고 ㅋㅋㅋ(물론 이것은 장점), 팀장님과 내가 거의 단둘이 운영을 해야 하는 곳이다. 이렇게 작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라 걱정이 좀 됐다.


누군가 단 둘이 함께 일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맞지 않을 확률이 높은 게 아닌가? 예전에 모 문화원에서 일하던, 친구의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직원이 달랑 3명이라 얼마나 소름 끼치게 싫은 상황의 연속인지를 드라마틱하게 얘기하더라. 자기 상사 입에서 나오는 모든 단어가 싫다고 했던가 ㅋㅋㅋ


지금 내가 일하는 기관의 팀장님과 입사를 위해 전화상으로 호봉 관련해서 얘기할 때 느꼈던 것은 왠지, 왠지 나랑은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는 거였다. 나는 감정이 태도가 되는 사람과 절대 안 맞는데, 왠지 길지 않은 그 대화에서도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지금 그것은 매우 정확한 느낌이었다 ㅋ


입사 후 한 달간은 주말 편의점 알바를 병행했기 때문에 너무너무 피곤했다. 주말 알바가 끝나고 20일 후엔 창업보육매니저 자격시험을 봐야 해서 거의 2달간은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 다행히 창업보육매니저 시험은 합격률이 50%대 라는데 한 번에 붙었다. 주말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공부를 하면서 진짜 울고 싶었다. 취직이 급해서 했더니, 당장 자격증을 따라고 은근 부추겨서(물론 시험응시료 등 모든 비용을 회사에서 내주니 한 거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공부했던 것.


그러고 났더니 통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더라. 숨만 쉬고 누워서 마냥 쉬고만 싶었다. 이미 쉬고 있지만 더욱 더 격렬하게 쉬고만 싶었다. 그래서 지난 3개월간 당장 실천했다. 주말마다 넷플릭스를 끼고 침대와 한몸이 돼 쉬기만 했다. 덕분에 온갖 최신 드라마를 섭렵한, 가난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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