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처럼, 좋은 건 그냥 알아채기 마련이죠.

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21

by Green


커피를 마시고 웃음이 나온 적이 있던가? 카페인에 취약해서 오후 2시 이후 커피를 마시면 그날 잠은 다 잔 거다. 재택근무 후 바람 쐴 겸 나온 카페에 방문한 시간은 저녁 6시 30분. 그럼에도 자신 있게 핸드드립 커피를 추천하는 카페에서 향으로나마 마실 겸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깔끔한 머그에 담겨 커피가 나왔다. 새콤한 향에 강한 맛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커피였다. 웃음이 났다. 항상 새로움을 시도하며 커피를 배웠던 시기가 떠올라서. 내가 누군가의 커피를 가타부타할 실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안다. 과하지 않게 지금 분위기를 즐기기에 딱이다.


커피 한 잔에 '프로그램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멋있고 전문성 있어 보이는 용어를 간드러지게 사용하는 것보다 과거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현재에 즐거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프로그램 이리라. 참가자들이 식물과 치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맛있는 커피처럼 진정 참가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바로 알아차릴 테니까.




지난주, 교생실습을 했던 고등학교에 5년 만에 방문했다. 예비 선생님이 되어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났던 4~5월만 되면 매해 그 학교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시절 기억에 사무치도록 가슴이 설레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인생에서 손에 꼽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절 겪었던 많은 부분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방문해보니 지나갔던 길목 길목마다 기억과 더불어 웃음이 퍼져 나왔다. 잊고 있었던 사소한 감정들, 떨리고도 아린 기억들, 당시 분 냈지만 지금 보면 웃을 수 있는 일들. 과수원과 목장, 실습포를 가지고 있는 그 큰 학교를 둘러보는 내내 함박웃음이었다. 학교를 같이 둘러봐준 대학교 선배, 그 시절 교생 동료, 현재 그 학교의 교사인 언니는 내게 말했다. ‘너 행복하게 하기 되게 쉽구나?’ 맞다. 내가 남들보다 사소한 것에 쉽게 감동하고 크게 감사하고 마음껏 기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누군들, 자신이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다시 마주 보는 것에 무미건조할 사람이 있을까!

5년 전, 해바라기 모종을 이식했던 그 실습포


오늘 아침 작성한 대학원 연구계획서도 이와 같다.(네, 저 대학원 원서 썼어요. 잘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변화 없이 잔잔한 삶을 오래 유지하는 걸 잘 못 견디나 봐요.) 전문성을 갖추더라도 그것을 현장에서 사람들과 쉽게 나눌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비전공자도 몸으로 경험하며 충분히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예를 들면 '회양목은 꽃잎이 없이 암꽃과 수꽃이 함께 모여 작게 꽃 피웁니다. 그리고 블라블라~'라고 노잼으로 설명하고 지나가기보다 작디작은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작은 꽃에서 나는 향을 맡으며,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고 이와 비슷한 경험, 자신의 기분에 대해 나누며 좋은 감정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객들이 감사하다는 것도 뿌듯하지만, 무엇보다 숲에서 같이 식물을 경험하며 보편적인 생각을 뛰어넘어 표현하는 고객을 만나, 나도 고객도 최상의 만족도를 남겼던 것처럼.

피에로 모자같이 생긴 삼지구엽초 꽃




가치를 담아 글쓰기 좋아해서 사업계획·결과보고 쓰기도 좋아하지만, 현장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그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이 직업군이 잘 맡는다. 누군가는 현장 업무를 하러 왔는데, 행정 업무가 많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반대로 고스펙으로 입사해서 왜 현장을 뛰어야 하냐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 없어 보이지만) 우리 회사에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이 나의 작은 경험을 담은 이 글들을 본다면,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반대 능력도 기를 수 있는 일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자기 역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어디를 가도, 어떠한 삶을 살아도 모니터를 마주 보거나 사람을 마주 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어떠한 역할이든 다른 사람의 소중한 기억을 새록새록 깨워준다면 좋겠다.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사람을 위해 쏟은 마음은 분명 드러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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