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16
5년 전 편지를 발견했다. 발견 장소는 오래도록 방문하지 않은 건물 안 서랍장.
1년 후에 전달되기로 한 느린 편지 뭉텅이가 이곳에 5년이나 보관되어 있었다. 숲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그날의 추억과 바람 등을 적어 1년 뒤에 받아볼 수 있는 느린 편지, 느린 우체통이 잠시 멈춰있었다.
300여 장의 편지의 첫 문장은 거의 ‘편지를 봤으면 좋겠다, 가족과 같이 읽고 있으면 좋겠다’였다.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에는 당시에 전하지 못한 진심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그들의 작은 바람이 이곳에 5년 동안 묵혀있었다니... 5년 전 나는 이곳에도 없었지만 보내지 못한 편지에 미안함이 차올랐다.
자신의 지난날을 반성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과 삶의 방향이 적혀있었다. 버킷리스트를 쭈르륵 적어놓고 이중에 3개만이라도 실천하자고 희망을 적은 편지도 있었다. 열악한 환경과 기억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이 당시의 다짐을 잊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 편지를 보내야겠다.
사실 이 편지 뭉텅이들은 보호관찰 청소년의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1년 후, 보고싶은 가족과 함께 읽고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고, 앞으로의 삶을 기대하고 다짐하고 있었다. 마음을 담아 빼곡한 글씨로 채워 쓴 편지들은 하나같이 소중했다.
수백장이 되는 엽서지만 내 돈으로라도 보내리라! 주위에서 본 직원들은 5년이면 이미 이사했을 거라고, 너무 오래전이라 우체국에서 욕하고 버릴 거라고, 주소도 엉망이라고 쉽게 파쇄를 권했다. 그래, 이사 간 사람도 있겠지, 우체국에서 욕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여기서 갈갈이 갈리는 기계로 무심하게 던지는 것보다는 가치 있는 시도임은 분명하다. 자신의 행동으로 마음 아파했을 부모님을 포함한 양육자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스스로에게 재범하지 말고 잘 살아보자고 다독이는 응원의 말을 보니 1년이 아닌 5년이지만 지금이라고 꼭 전달해야겠다. 지금이니까 더 보내야겠다!
굳은 다짐으로 느린 우체통에 넣기 전, 몇 가지 문제가 발목 잡았다. 첫째, 우편주소가 안 적혔거나 예전 번호다. 주소를 일일이 검색하고 찾아내면 되지만 시간 부담이 되었다. 둘째, 당시 우편요금은 240에서 270원, 지금은 350원으로 적게는 80원, 크게는 110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차액을 지불하지 말고 현재 구매해둔 엽서에 기존 엽서를 붙여서 보내라는 동료의 조언은 고마웠지만 고생길이었다. 셋째, 5년 전 편지를 보내는 건 아니라는 팀장님의 결론이 있었다. 차액이야 지불하면 되지, 마지막 단계로 팀장님께 편지를 보여드리며, 꼭 보내줘야 한다며 설득해보았지만 돌아온 답은 ‘당시 편지를 보내지 않은 직원을 찾아 하나하나 읽으며 파쇄하게 하라’는 거였다.
전달해야 하는 편지인데. 팀장님이 불허한 가운데, 나는 다시 기회를 기다린다. 보내지 못한 편지를 서랍 깊숙한 곳에 넣으며 그들을 생각해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이루고 싶던 꿈을 이루고 있을지, 자신의 다짐을 기억하며 당당히 살고 있을지 등등. 예상했던 1년 뒤에 편지를 만나지 못했지만, 소중한 사람과 웃으며 아름답게 꿈을 펼치고 당당히 살아가고 있길, 앞으로도 그러하길 축복한다. 그리고 그들을 바르게 보살펴준 시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그러고 보니, 내가 썼던 느린 편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