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15
어릴 적부터 금붕어를 싫어했다. 나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않은 조그마하고 통통한 물고기일 뿐인데. 왜 금붕어를 싫어하게 됐을까? 금붕어가 죽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말도 못 하는 생명체이지만 죽어가는 과정에서 괴로움이 느껴졌다. 그렇게 마주한 주황색 작은 생명체의 죽음은 깊이 새겨졌다. 무서웠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초등학생 때, 길을 가다 팔다리를 쭉 뻗고 진흙에 덮인 채 죽은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를 만났다. 내 생애 처음 만난 양서류였다. 그 죽은 모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싫었다.
몇 년 뒤 과학시간, 나의 두 손을 모아 펼친 크기의 몸통을 가진 황소개구리를 해부했다. 소 눈알, 닭발 심지어 토끼까지 해부해봤으면서 마취하고 자기 몸집의 3~4배만 한 팔다리를 펼쳐 새하얀 배를 드러낸 개구리를 마주하지 못했다. 마취한 토끼의 복막을 열었을 때 마취에서 깨어난 토끼를 본 것보다 더 많이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그날 나는 해부에 참여하지 못했고 손바닥만 한 개구리 간을 용기 내어 묻어주려던 기억이 난다.
개구리를 무서워하게 된 것은 그뿐 아니다. 필리핀에서 몇 달간 머물 때, 그 좋아하던 저녁 조깅을 못한 이유도 어둠 가운데 뛰다가 두꺼운 두꺼비를 밟을까 봐, 물컹거림을 느낄까 봐였다. 그렇게 내 삶에서 개구리, 두꺼비, 금붕어는 반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어릴 적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다. 교육팀에서 말도 안 되는 업무분장 중에서도 양서류 관찰 프로그램 개발만큼은 절대 못한다고 학을 땔 정도였으니.
이제 얼마 후면 새까만 개구리 알이 연못을 가득 채울 거다.(오늘 보니 벌써 자리 잡은 알도 있더라) 알로 존재할 때부터 기피했던 개구리, 북방산 개구리라 하는 작고 거무튀튀한 생물. 셀 수 없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하게 많은 알에서 깨어나는 올챙이와,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성장하는 개체는 몇 마리 되지 않는다. 안타깝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개굴개굴 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출근하는 나는 사실 개구리가 없었으면 좋겠다.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의 모순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비 오는 날이면 개구리가 아스팔트 위로 나온다. 그러다 개구리 따위 보지 않는 자동차를 마주치면 개구리 화석으로 변한다. 식당과 강당, 사무실을 오가며 바닥을 보는 나를 적잖이 놀라게 한다. 길가에 납작하게 있는 그들이 어서 사라지길 바라며 그 자리를 피해서 걸어 다닌다. 금붕어, 개구리 등 죽음을 마주한 기억은 미화되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지 않아’보다 ‘싫어’에 가까웠던, 아니 그냥 싫어했던 금붕어와 개구리의 공포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조금 어른이 된 지금, 무섭다고 해서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순간 번뜩인다.
최근에 애교 많은 고양이가 사무실 문 앞에 터 잡았다. 다람쥐를 가지고 놀게 분명하다며 정들기 전에 떠나길 바랐다. 솔직히는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볕 좋은 점심시간, 어떤 동네의 사람들이 고양이를 내쫓고 고양이가 있던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버렸다는 이야기를 읽는 내 옆엔 나비, 냥이, 개냥이, 야옹이 별별 이름으로 불리는 그 고양이가 있었다. 그 애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나의 입장에서 그 존재를 하찮거나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구나. 나 또한 사랑받고 싶은 존재이면서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게 여기고 있었음을 반성한다. 모든 생명이 아름답게 지어졌으며 그들의 삶에 이유가 있음을 다시 한번 새긴다.
이하, 올해도 만날 회사의 개구리들을 향해 보내는 짧은 편지.
‘벌써 봄이 되어 깨어날 준비를 하는 개구리야, (깨굴) 너를 해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 너의 존재를 반가워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러나 문뜩 떠올라 내 기억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너희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만큼, 이제는 용기 내서 너희의 죽음을 싫어하진 않을게. 너희의 죽음을 슬퍼하고 누군가 너희를 괴롭힌다면 말려볼게. 그게 최선이지만 정말 큰 다짐을 하고 있어. 어떤 죽음도 하찮지 않은데, 생명이 소중하다면서 내게 가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나눴던 것을 반성해. 올해는 작년보다 너를 보는 내 마음이 달라질 것 같아. 선명한 너희의 죽음을 마주하기 무서웠던 어린 그린이가 조금 성장한 것 같지? 곧 보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