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 셧다운 전, 6개월치 재고 긴급 수송 작전

눈앞에 닥쳐온 위기에서 생존하는 방법

by 왕감자감자


“긴급회의입니다. 전원 즉시 참석 바랍니다.”


2020년 2월 어느 날,
이례적인 방식으로 회의가 소집됐다.
보통은 사내 메신저나 메일로 회의 일정이 공유되지만
그날은 달랐다.
전화였다.

그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회의실에 모인 인원은
C제품 관련 부서 업무 리더급과 중국 자회사의 핵심 인사들.
영업팀, 서비스팀, SCM팀, 재무팀, 상무
그리고 중국 생산팀, 연구팀, 공장장까지
약 10여 명이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를 채웠다.


그날, 모든 이들의 시선은
중국의 코로나 확산 속보에 고정되어 있었다.






“우리 쪽도 곧 봉쇄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중국 자회사 담당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미 옆 도시 공장들은 셧다운에 들어갔고,
우리 공장도 조만간 행정명령이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공장 셧다운.
그 누구도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회의실을 가득 채운 긴장감 속에서
상무가 단호하게 정리했다.


“지금 중국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물량이 얼마나 됩니까?”


“현재 완제품 기준 3개월치 재고가 있고,
중국 내수용도 판로가 막혀

전량 한국 수출용으로 전환하면
반제품 기준 6개월치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24시간 공장을 돌립니다.
생산 가능한 모든 물량을
한국으로 ‘선출고’하십시오.”





곧 이어진 질문들.

“그걸 어디에 둘 수 있죠?”
“운송과 통관, 감당할 수 있습니까?”
“현금 유동성은 괜찮나요?”

하지만 상무는 짧게 잘랐다.

“중국 공장이 멈추면, 한국 사업도 멈춥니다.
셧다운 전에, 무조건 확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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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시작됐다


각 부서는 즉시 움직였다.

영업팀은 거래처에 조기 출고 협조를 요청해
기존 창고 공간을 확보했고,
국내 생산팀은 특근을 통해 제품 생산에 열중했다.

그리고 나는,
수입 작전의 최전선에서 업무는 SCM 담당이었다.


나에게 떨어진 지시는 단 하나였다.

“6개월치 재고를 받아라.”


어디에 둘지,
어떤 순서로 들여올지,
어떻게 통관을 시킬지…
그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공식적인 책임자도 없었다.



모든 걸 다시 시작했다.


나는 중국 공장 생산팀과 직접 소통을 시작했다.
한국 재고 현황을 공유하며
C제품의 생산계획을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했다.

수입 일정도 다시 짜내야 했다.

포워더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중국 상황 아시죠?
기존 수입 물량의 몇 배는 더 수입해야 합니다.
인천, 평택, 부산…
가용한 모든 항만을 알아봐 주세요.”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출고가 확정되어도
선적항 상황에 따라 스케줄은 매일 바뀌었고,
출항이 하루 미뤄지는 건 예사였으며
일주일씩 밀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치밀하고 집요하게 움직였다.
‘출항만 되면 된다’는 믿음으로
서류를 넘기고, 창고를 조정하고

선적 스케줄을 붙들었다.






그리고, 셧다운


3주 뒤.
중국 공장에서 공식 메일이 도착했다.



[공지] 공장 무기한 휴업.
전 직원 자택 격리.
식료품 구매 목적 외 외출 금지.


말도 안 되는 통제였지만,
중국이었기에 낯설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무님의 빠른 판단과

각 팀들의 협조로

우리는 봉쇄 3일 전,

보유 중이던 재고 대부분을 출고시킨 직후였다.






작전은 끝났고, 아무도 몰랐다


다시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회의실 어디에서도
‘이 작전을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앞으로 들어올 물량이

영업 활동에 지장이 없는지

부족한 재고는 없는지,

즉, 중요한 건 매출이었다.


그들이 원한 건 단 하나.

“6개월치 재고는 확보됐느냐.”


중간 과정은 아무도 관심 없었다.

6개월치 재고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누군가에겐
그저 운 좋게 타이밍이 맞은 일이었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운이 아니라, 작전이었다.

재고는 들어왔고,
공장은 멈췄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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