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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클로이 Jul 17. 2020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만드는 방법 #15


나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경영학과는 다른 학과보다 월등하게 발표시간이 많았고 나는 발표를 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며칠 밤을 새워 준비한 첫 PPT 발표 후 나는 깨닫게 됐다.     

 

아, 나는 판을 벌려놓으면 잘 못하는 스타일이구나.


준비한 내용을 절반도 발표하지 못해 함께했던 팀원들에게 미안해서 얼굴도 들지 못했던 첫 발표가 아직도 생생하다. 영어로 하는 발표에서 '툭 치면 툭 하고 튀어나올 정도로' 외웠던 대사를 모두 까먹어버렸던 스무살의 나. 


얼굴이 빨개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지도 뛰쳐나가지도 못했던 스무살의 신입생.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잘 한다고 해서 발표나 강의를 잘 하는 건 아니구나. 나는 발표하는 걸 좋아할 뿐 실전에서 최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떡하지. 잘 하고 싶은데.      



그 이후로 나는 기회만 있으면 손을 들어 발표를 했다. 좋아하는 일이었고, 언젠가 한 번쯤은 나도 멋지게, 잘 해내고 싶었다. 사람들이 숨죽여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내가 뱉은 한 마디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줄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쁨이 차올랐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해대는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뚜렷한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발표를 하고 싶었다. 쏟아드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하고 싶었다. TV에 나오는 김미경 아줌마처럼 웃기는 소리도 하며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꾸만 앞에 설 기회를 만들었다. 잘 하지 못해도 누구보다 많이 연습하고 많이 준비했다.


      

저 지금 많이 긴장되요, 그래도 잘 해볼게요     


강의 시작 전, 이 말 한마디가 사람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한 번 웃고 시작하면 나의 긴장도 사라지는 구나. 

     

오랜 시간이 지나 깨닫게 됐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나만의 이야기를 펼쳐낼 때. 내 말에 힘이 있고 확신이 있을 때 나는 떨지 않고 강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 동안 경험했던 수많은 발표기회가 모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도 당당하게 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첫 발표를 망치고 엉엉 울던 스무 살의 내가 그대로 포기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겠지. 누군가 내게 강의를 해달라고 말했을 때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면 좋아하는 일마저 좋아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말했던 누군가가 생각난다. 


좋아하는 일은 그저 취미로 남겨두라고. 그러나 오랜 시간 좋아하는 일을 갈망했던 내게 ‘강연’이라는 건 스무 살의 그 때처럼 나를 다시 뛰게 하는 힘이 됐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만드는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우고 그 일을 계속해 나가는 꾸준함이라고. 


그 사이사이에 현실과의 타협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잊지 않고 조금씩 만들어가는 시간과 때가 되었을 때 가진 것을 놓고 꿈꿔왔던 것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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