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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Feb 28. 2018

화천사 오석불 이야기

화천사 오석불 이야기


제주에 가면 회천동 새미 마을에 화천사란 작은 절이 하나 있다. 작은 절임에도 대문과 법당이 제법 그럴듯하게 갖춰져 있는데, 법당 뒤로 가면 울창한 제주 특유의 숲을 만나게 된다. 이 숲 언저리에는 크기 7-80cm 정도 되는 작은 석불 5개가 놓여 있다. 상반신의 좌상으로 보이는 이 석불들은 인근 마을이 생기기 훨씬 전인 4백여 년 전 고려시대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700년대 초 절은 불이나 거의 다 타버렸는데 200여 년이 지난 1968년에 화천사 절을 다시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5 석불도 제자리에서 몇 백 년간 자리를 지켜왔기에 화천사의 미륵불로 모시고 있다. 사람들은 이 석불들 앞에서 아이를 갖게 해 달라는 등 갖가지 소원을 빌기도 하는데 매년 정월 초하룻날 석불제를 지낸다고 한다. 석불제를 지내면 무병, 수태, 득남의 효험이 있다고 하며 제주도 전역에 역병이 돌아도 오석불이 지켜주어 모두가 무사하게 된다고 믿는다.


이 5 석불은 실상 민간신앙으로서의 미륵사상을 사찰안으로 들여와 불교화한 특이한 과정을 가지고 있다고 불교계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절 안에 엄연히 법당이 있음에도 법당 뒤 켠 숲 동산 언저리에 가지런히 앉아있는 석불들에게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가 보다.


제아무리 지장보살이나 문수보살이라 할지라도 여기 화천사에 이르면 이름 없는 작은 석불들에게 그 권위를 양보해야만 한다. 화천사의 작은 5 석불이 법당 안 부처보다 숲 언저리 동산에서 이끼 낀 모습으로 수백 년 동안 민중을 구원하는 미륵으로 자리해 왔기에 그렇단 말이다.


4백 년 전 이름 없는 누군가 민중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깎았을 석불들이다. 그러니 때로는 꼭 거룩하고 권위 있는 부처에게만 관심을 가지기보다 이름 없고 이끼 낀 보잘것없어 보이는 석불이라도 미륵불로 모셔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할 것이다.


제주도 새미 마을에서


제주도 화천사 오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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