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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Mar 01. 2017

다랑쉬 오름을 오르며

삼일절 아침에


다랑쉬오름을 오르며


어느새 봄이다. 조만간 개나리 진달래가 화사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점점 원색의 물감이 산하를 물들이기 시작하면 한반도의 끝 제주에는 핏빛으로 물든 ‘피뿌리풀’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제주의 자연 가운데 유독 사연 많은 곳이 오름이다. 붉은 오름, 다랑쉬 오름. 함초롬한 자태를 지닌 용눈이 오름 등, 이따금 우리들 발에 밟히고 스러지는 가새쑥부쟁이나 할미꽃이 지천으로 피기도 하는 이 오름들은 제주 하루방들의 가슴 깊은 곳에 풀길 없는 매듭 하나씩 품게 만든 현대사의 아픈 굴절이 스며있다.


1)피뿌리풀   2)다랑쉬 오름   3)4.3유적지안내판

* 4.3유적지


1947년 3월 1일 제주읍내에서는 3․1절 시위가 일어난다. 반민족, 반통일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항의성 시위는 그러나 경찰의 무차별 발포로 14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유례없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사건 발생 열흘 뒤인 3월 10일부터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민관합동 대규모 총파업이 전개된다. 심지어 제주 출신 경찰관 66명이 파업에 동참했다가 파면당한 일도 발생한다. 그런데 미군정은 이를 무력으로 진압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본토에서 응원경찰 400여 명과 서북청년단 단원들이 대거 제주도로 몰려온다. 이들은 빨갱이를 소탕한다는 명분 아래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연행, 투옥, 고문한다. 심지어 억지로 죄인을 만들어 금품을 갈취하는 등 백색테러까지 잇따른다. 


1948년 4월 3일 이를 보다 못한 제주도민들은 4․3 항쟁의 신호탄을 올린다. 그러나 단선, 단정 저지를 통한 통일국가 수립, 그리고 경찰과 서청의 추방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고 투쟁하던 시위대는 미군정에 의해 무차별 진압된다. 


심지어 미군정은 일제하에 일본군으로 제주 근무 경력이 있던 박진경을 진압부대 연대장으로 임명하고 대대적인 토벌 작전을 전개한다. 잠시나마 이 땅의 주인으로서 자주와 민주의 이름을 내건 제주도민은 일제 앞잡이를 내세운 미군정에 의해 또다시 억울한 죽음을 맞는다.


* 유채꽃이 피어나면 제주의 봄은 시작한다. 노란 유채가 벌판을 뒤덮을 무렵 4.3항쟁이 시작되었다.

 


토벌군은 소위 게릴라들의 피난처와 물자 공급원을 제거한다는 이유만으로 100여 곳의 중산간 마을을 모두 불태워 아예 없애 버린다. 또한 제주에 산재한 오름에 숨어있던 주민들을 태워 없애고, 굶겨 없애고, 죽여 없애는 이른바 삼진(三盡) 작전으로 한라산 기슭은 불바다, 피바다가 된다. 


수년간 이렇게 계속된 학살은 사망자가 최소 3만에서 8만에 이른다고 한다. 4.3 항쟁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다. 여전히 자주와 민주, 그리고 자유라는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밝혀진 6․25 당시 미군의 노근리 학살 사건이나 여순반란 학살 사건, 그뿐 아니라 최근 대전지역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조사 과정에서 밝혀지고 있는 대학살극의 진상과 심지어 최근의 박근혜 정권이 방기한 세월호 학살 등을 보면서 비단 우리 정부의 무능함 뿐 아니라 비인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육과 학살의 음모를 사주한 미국의 자국 위주의 살육 정책은 무엇이 국익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하고 있다.


소위 해방 7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국익은 수장되고 침탈되고 훼손되고 있다.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자주와 주체적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민주의 숭고한 가치가 왜 필요한 것인지 선조들이 피 흘리며 자주와 자유를 외치던 삼일절 아침에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멀리서 바라본 다랑쉬 오름 

그래도 무지개는 피어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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