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동심
난 이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6-8살 되었을 무렵이다. 아무튼 세 살 터울인 오빠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였다.
자고 일어나면 문 앞에 산타할아버지가 간밤에 선물을 두고 간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나는
‘일찍 일어나서 산타할아버지가 두고 간 선물을 확인해 봐야지’
엄마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무슨 선물을 두고 갔는지 보라고 하셨다.
문을 잠가두면 산타할아버지가 들어오지 못할까 봐 이날만큼은 문단속을 소홀히 해두었다.
늦게 일어나면 누군가 내 선물을 가져갈까 봐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어린 나는 순수하게 결심하고 잠들었다.
크리스마스날.
눈뜨자마자 현관문을 열었는데,
문뒤에 포장된 선물이 두 가지가 놓여있었다.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갔구나!’
내가 일찍 일어났으니 선택권은 나에게 있었다.
신났던 나는 크기가 다른 선물 중에 하나를 골랐다.
어릴 때는 큰 게 좋은 줄 알았다.
나는 선물 두 개를 다 들고 안방으로 갔다.
잠이 덜 깬 오빠는 엄마에게 안겨있었고
엄마에게 나는 선물을 보였다.
큰 선물은 내 거고 작은 건 오빠 거라고 주었는데,
엄마가 큰 게 오빠선물이고 작은 건 내꺼라고 말했다.
왜지?
어린아이였지만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대략 이런 것들이다.
1. 산타할아버지가 준 선물이 무엇 일 줄 알고 포장을 뜯기도전에 엄마가 어떻게 알지?
2. 내가 먼저 일어나서 선점했는데 엄마가 왜 분배하지?
3. 왜 크고 많은 것은 오빠에게 우선권이 있을까
4. 내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게 있구나 불공평하다.
오빠는 일어나지도 못했다.
선물을 갖기 위해 노력한 것은 나다. 그렇지만 어린 날의 내 노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오빠는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이었다.
선물포장을 뜯었는데 작은 상자는 여아팬티였고 큰 상자는 목폴라티였다.
그러고 혼자 깨우쳤다.
‘아 엄마가 산타할아버지역을 했구나 ‘
아마 오빠는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을 수도 있겠다.
괜히 세살이나 많은게 아니였다.
한발 늦었다.
2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