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라리 Feb 06. 2024

7살의 크리스마스

부서진 동심


난 이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6-8살 되었을 무렵이다. 아무튼 세 살 터울인 오빠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였다.

자고 일어나면 문 앞에 산타할아버지가 간밤에 선물을 두고 간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나는

‘일찍 일어나서 산타할아버지가 두고 간 선물을 확인해 봐야지’

엄마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무슨 선물을 두고 갔는지 보라고 하셨다.

문을 잠가두면 산타할아버지가 들어오지 못할까 봐 이날만큼은 문단속을 소홀히 해두었다.

늦게 일어나면 누군가 내 선물을 가져갈까 봐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어린 나는 순수하게 결심하고 잠들었다.



크리스마스날.

눈뜨자마자 현관문을 열었는데,

문뒤에 포장된 선물이 두 가지가 놓여있었다.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갔구나!’

내가 일찍 일어났으니 선택권은 나에게 있었다.

신났던 나는 크기가 다른 선물 중에 하나를 골랐다.

어릴 때는 큰 게 좋은 줄 알았다.


나는 선물 두 개를 다 들고 안방으로 갔다.

잠이 덜 깬 오빠는 엄마에게 안겨있었고

엄마에게 나는 선물을 보였다.

큰 선물은 내 거고 작은 건 오빠 거라고 주었는데,

엄마가 큰 게 오빠선물이고 작은 건 내꺼라고 말했다.

왜지?

어린아이였지만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대략 이런 것들이다.


1. 산타할아버지가 준 선물이 무엇 일 줄 알고 포장을 뜯기도전에 엄마가 어떻게 알지?

2. 내가 먼저 일어나서 선점했는데 엄마가 왜 분배하지?

3. 왜 크고 많은 것은 오빠에게 우선권이 있을까

4. 내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게 있구나 불공평하다.



오빠는 일어나지도 못했다.

선물을 갖기 위해 노력한 것은 나다. 그렇지만 어린 날의 내 노력은 인정되지 않았다.

오빠는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이었다.


선물포장을 뜯었는데 작은 상자는 여아팬티였고 큰 상자는 목폴라티였다.

그러고 혼자 깨우쳤다.

‘아 엄마가 산타할아버지역을 했구나 ‘


아마 오빠는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을 수도 있겠다.

괜히 세살이나 많은게 아니였다.

한발 늦었다.




24.02.0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