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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라리 Jan 30. 2024

내 인생이 왜요

내가 꼭 글을 쓰고야 만다.



“너의 인생은 종쳤어”

라는 말을 어머니에게 들은 자식은 이제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준비를 시작한다.

물론 나의 이야기다.


독립을 선언한 딸의 의지를 꺾겠다는 어머니의 의지가 투영됐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나의 인생이 끝났거나 혹은 마칠만한 사유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말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적대적인 관계에서 주고받을 만한 대화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뜻으로 독립을 선언했지만,

어머니의 뜻을 거역하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이셨다.

언제까지나 부모님 아래에서 살 순 없었다. 그러기엔 내 나이는 너무 30대 중반인 것이다.


여느 때처럼 퇴근하고 돌아온 나는 3시간을 조카를 봤다. 가족들 눈에는 예쁘고 귀여우니 고모가 조카와 그냥 같이 노는 것이라고 보이나 보다.

20:30이 돼서야 나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갓생을 살기로 한 나의 다이어리에 퇴근후 해야 할 To do list는 가득했지만 그 시간부터 시작한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은 사무직도 아닌 나의 체력은 고갈되어 있었다.

출근을 위해서는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데 육아퇴근 후 주어진 시간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내 계획대로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일 년 전에도 나의 고충을 토로했지만 이해조차 해주지 않았었다.

그래서 더욱 나는 독립을 선언했다.

조카를 보기엔 내 나이는 너무 30대 중반인 것이었다.


이제 두 돌이 지난 조카는 친가와 외가를 번갈아가며 지내는데 그것은 맞벌이하는 조카의 부모를 위한 결정이었다. 오빠는 출장이 잦고 올케언니는 퇴근시간이 늦다.


내가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다섯 시 반인데 그때부터 나는 손만 겨우 씻고 엄마는 조카를 내게 맡기고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새언니가 도착하면 바로 저녁식사를 먹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식구가 모여 앉아 저녁식사를 마치면 올케언니가 씻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하면 오후 8시가 넘는다. 물론 그때까지 나는 씻지도 취미생활도 하지 못한다. 아이를 봐줄 엄마가 집에 왔으나, 엄마도 아이를 재우기 전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을 보장해 줘야 되는 것이다. 그 시간은 내 시간으로 보장되어진다.

가족마다 사정은 있다.

누구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독립을 하지 않으면 최소한 나에게 이 패턴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나도 내 사정이 있는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실 내 나이가 결혼은 차치하더라도 언제 독립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 댁과 직장은 버스로 25분 정도 거리라 출퇴근이 가깝다.

직장 근처의 원룸에서 전입신고불가한 조건으로(그래야 저렴하다) 한 달 지내는데 필요한 최소 금액은 관리비와 집값만 포함해도 100만 원이다.

빤한 직장인 월급으로 매달 기본 100만 원이라면 저축은커녕 쥐어짜야 한다.

전세로 살자니 전세매물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요즘 기승하는 전세사기를 감안해야 한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나가살자니 집안의 문제가 엮여있어 쉽지 않다.

일단 어머니께 여기까지 말씀드렸더니


“너 정신 차려 미쳤구나 “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의 집에 들어가 지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재를 올렸더니

나의 인생의 막이 내렸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덧붙여 인연을 끊자고.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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