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지속하는 파트너십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지속하는 파트너십에 대한 간명한 인사이트를 위해 조직 차원의 복잡한 관계보다는 음악산업 내 개인 탤런트 간의 단순한 파트너십을 분석해 봅니다. 40년의 관계를 바라보는 Bryan Adams와 Jim Vallance, 그리고 거의 50년을 지속해온 Daryl Hall과 John Oates의 파트너십의 사례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어보고자 합니다.
파트너십을 통한 작업은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전형적인 작업 패턴입니다. 그 전형성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동 작업을 통한 창의성의 시너지 효과와 그 지속의 필요성이 중요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21세기의 들어 파트너십은 음악 산업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Danger Mouse의 활동은 21세기 대중음악의 파트너십 패턴에 대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Paul McCartney, Red Hot Chilli Peppers, U2, Gorillaz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 이외에도 그는 James Mercer와 Broken Bells을, CeeLo Green과는 Gnarls Barkley를, 그리고 MF Doom과는 Danger Doom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통해서 자유롭고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The Beatles의 음악(The White Album)에 Jay Z의 랩(The Black Album)을 섞은 Danger Mouse의 The Grey Album
본 글에서는 지속성에 초점을 두고 장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두 파트너십을 주로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1978년부터 공동작업을 시작한 Bryan Adams와 Jim Vallance는 1985년의 스매시 히트 [Reckless] 앨범으로 대표되는 작곡 파트너입니다. 브라이언 아담스는 단독으로도 좋은 곡을 만들어내는 뮤지션이지만 그의 음악의 아이덴티티는 짐 발란스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Daryl Hall과 John Oates는 자신들을 듀오 혹은 그룹이 아니라 다른 두 뮤지션의 공동작업이라고 표현합니다. 1967년에 처음 만나 1970년에 파트너십을 시작했으니 50년이 되었습니다. 이 두 파트너십에서 발견되는 파트너십의 성공과 지속의 요소는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짐 발란스와 브라이언 아담스 circa 2015
인간의 연결
무엇보다도 인간과 인간으로 먼저 연결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과 사는 구별되어야 하지만 공적으로만 연결된 관계는 계약적인 관계일 뿐입니다. 공과 사에 대한 뚜렷한 구별은 산업사회적 사회관계 형태의 잔재이거나 프로페셔널리즘의 강박적인 대입이라고 봅니다.
한편, 강한 관계는 공과 사의 모든 차원에서 균형 있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공적인 관계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사적인 관계도 무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의리에만 치중하는 관계에는 별로 희망이 없습니다만, 오래가는 파트너십에는 거의 예외 없이 인간의 연결이 있습니다. 서로 간에 충분한 quality time을 기반으로 한 연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Daryl Hall과 John Oates는 무명 시절부터 2집을 낼 때까지 룸메이트였습니다. 같이 사는 것과 일로만 만나게 되는 것 간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가 현실 형제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Bryan Adams와 Jim Vallance는 앨범 작업 시 긴 시간을 합숙하며 곡 작업 이외에도 둘 간에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이러한 친밀하고 두터운 경험을 통해서만이 기저의 화학적 결합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80년대 중반, 스튜디오에서의 짐 발란스와 브라이언 아담스
상호보완성
의리로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는 지속하지 못합니다!) 다만 인간적 유대 안에서 서로가 확실한 기능을 가지고 기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능에는 상호적인 균형의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동등한 수준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해야 하고 서로의 기능을 인정해야 합니다.
짐 발란스의 작곡자로서의 능력은 출중합니다. Heart, Glass Tiger, Aerosmith 등의 히트송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른바 song doctor라는 음악 레이블의 새로운 직함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송 닥터란 창의성이 감소된 유명 밴드와 같이 일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코치 역할을 하는 작곡 테크니션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탤런트를 얻음으로써 브라이언 아담스는 초기의 네 앨범을 거치면서 슈퍼 스타덤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홀 & 오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는 둘의 비대칭성에 대한 조크가 흔하지만, 이것은 비전문가적인 착시에 불과합니다. 물론 프론트맨으로서 대릴 홀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존 오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하는 멤버입니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대릴 홀은 번뜩이는 재기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면 존 오츠는 치밀한 craftmanship을 통해 그것을 완성해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한 그들의 최대 히트곡 [Maneater]와 마지막 1위곡 [Out of Touch], 그리고 첫 번째 차트 진입 곡인 [She's Gone]은 둘의 협업곡들이지만 사실 존 오츠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습니다.
70년대 초 데뷰 시절의 대릴 홀과 존 오츠
상호 개별성의 존중
파트너십이 지속되다 보면 갖가지 일이 발생합니다.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권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의 계곡을 무사히 지나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독자적인 영역과 개별적인 활동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홀 & 오츠는 이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줍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개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가졌습니다. 오랜 관계의 경험을 통해 이들은 그 차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솔로 활동 역시 서로를 응원하며 그 시기를 본인 만의 시간으로 즐깁니다. 공동 앨범 사이 사이에 공히 다수의 솔로 앨범으로 활동해 왔으며, [Live from Daryl's House]와 같은 솔로 프로젝트도 크게 성공합니다. 이러한 개별성은 상호 적절하게 존중받을 때 파트너십 관계에 있어서 혁신적인 요인을 창출해 내기도 합니다.
한편, 브라이언 아담스와 짐 발란스는 이러한 개별성에 대한 존중의 부족으로 인해 한동안 결별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그 둘이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뮤지션과 그를 서포트하는 작곡가의 관계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985년 [Reckless] 앨범의 대 히트 이후 1987년작 [Into the Fire]가 예상보다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자 브라이언 아담스는 초조해지지요. 다음 후속 앨범 작업에서 결혼을 하여 가족이 생긴 짐 발란스가 이전만큼의 시간을 투여하지 못하자 브라이언 아담스는 서서히 그의 기능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1989년 결별하게 됩니다. 게다가 결별 후 거물 Robert John "Mutt" Range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작업한 [Waking up the Neighbours]가 큰 성과를 보이면서 브라이언 아담스는 짐 발란스의 필요성을 별반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이들은 세월이 흘러 2003년이 돼서야 재결합하게 됩니다.
브라이언 아담스는 그 결별 기간 동안 다른 다양한 작곡팀과 일함으로써 더 많은 싱글 히트곡을 내놓았지만 앨범 록 아티스트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크게 상실하였고 동시에 평론가들의 호평도 많은 부분 잃어버렸습니다. 90년대에 걸쳐 히트곡에 집착하는 색깔 없는 팝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얻게 되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브라이언 아담스와 짐 발란스가 한 밴드 안에서 상호 동등한 관계로 있었다면 8, 90년대의 가장 위대한 록큰롤 밴드가 되었을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짐 발란스의 머리가 일찍 벗겨지지만 않았더라고 충분히 확률이 있었을만한 이야기입니다.) 밴드에 있어서 super act와 lengendary act는 그야말아 한 끗차이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개 미묘한, 단체적인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분명합니다.
대릴 홀과 존 오츠는 기나긴 기다림 끝에 2014년 드디어 록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됩니다.
강한 파트너십은 서로가 서로에게 제한받습니다. 이러한 제한은 조직적 위계가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십 혹은 펠로우십을 통해 공유된 의식 및 상대방에 대한 지식에 관련됩니다. 이러한 제한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창의성을 상승시키는 패러독스를 갖습니다. 창의성을 개인의 무한한 자유에 연결시키는 것은 그저 단순한 생각일 뿐입니다.
단체적 창의성은 균형 있는 사회적 결속을 통해 강화되고 지속됩니다. [눈 빛만 봐도 안다]라는 표현은 이러한 사회적 결속이 최고조로 높아진 상태를 상징합니다. 언어적이고 비언어적인 다양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창의성의 생명력은 크게 높아집니다. 아, 그러한 팀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Bryan Adams & Bruce Springsteen performing [Cuts like a Knife] & [Badlands], 2017
*Title Image: Daryl Hall and John Oates on the inner sleeve of [Private Eyes], 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