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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Aug 25. 2020

누가 힙합을 살려 내었는가?

Rick Rubin

1980년대 중반은 힙합 혹은 랩뮤직이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게 된 시기입니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이에 대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Rick Rubin이 아닐까 합니다. 릭 루빈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명프로듀서이며 힙합의 가장 유명한 레코드 레이블인 Def Jam 레코딩스를 설립하고 운영했습니다.


힙합은 전형적인 서브컬처 장르였습니다. 뉴욕의 브룽크스 지역을 중심으로 동네 친구끼리 동네 파티를 하면서 사용했던 음악 형식이 대표적입니다. 힙합은 두 대의 턴테이블을 이용해서 유행하는 음악의 비트를 재창조하는 DJ의 스크래칭과 MC의 래핑과 비트박스로 구성되는 자생적인 음악 형식이었습니다. 1970년대 말과 1980년 초에 낙서 문화와 과장되게 변형된 클래식 카와 함께 하나의 특유한 문화 형식을 이루었지요.


그러나 당시 메인스트림에서는 Chic이나 Blondie 같은 탑 액트가 곡 중에서 랩을 사용한 정도가 일반 대중이 힙합을 접했던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언더 그라운드에서는 수많은 올드스쿨 퍼가 활약하면서 힙합을 하나의 고유한 장르로 형성해 갔습니다.


1983년 경부터 몇 년간은 흑인 음악의 주류가 전통적인 R&B에서 힙합으로 전환을 시작하게 되는 시기였습니다. 특별히 힙합의 역사는 1986년을 기억해야 합니다. 올드스쿨과 차별되는 뉴스쿨이었던 Run-DMC는 1986년 그들의 세 번째 앨범인 [Raising Hell]로 힙합 앨범으로 첫 번째 플래티넘 그리고 첫 번째 멀티플래티넘 앨범을 기록합니다.


이러한 성공의 뒤에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있었습니다. 런디엠씨는 에어로스미스의 록 넘버 [Walk this way]를 리메이크하여 스티븐 타일러와 조 페리와 협업합니다. 이것은 두 번째 싱글로 빌보드 싱글 차트 4위를 차지하며 해당 앨범을 메가 히트로 이끌어 냅니다.


RUN DMC - Walk This Way (Video) ft. Aerosmith


그리고 결정타는 백인 힙합 밴드인 Beastie Boys였습니다. 비스티 보이즈는 록의 정서를 힙합에 담아내는 공식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들의 데뷔작 [Licensed to Ill]은 현재까지 천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다이아몬드 앨범입니다. 미국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힙합 앨범이지요. 이들은 헤비메탈과 힙합을 성공적으로 섞으며 얼터너티브 힙합의 한 장르에 대한  포뮬러를 만들어 니다.


물론 이들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힙합은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발명품이었던 것입니다. 메인스트림의 열매를 타인종 밴드가 갖게 되는 것이 좋게 보일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비트에 기반한 모든 현대 음악은 아프리칸 뮤직에 기초하여 넓게 발전된 것이고, 이 경우라고 특별하게 흑백의 구분을 해야 되는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heavy metal 혹은 punk 뮤직의 사운드와 분위기를 funk를 기초로 하는 힙합과 혼합함으로써 시장을 확장한 것은 분명히 비스티 보이스의 공입니다.


이 두 그룹의 프로듀서는 공히 릭 루빈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방송반과 교내 펑크 밴드에서 활약하던 릭 루빈은 다니던 학교의 리코딩 기기를 사용하여 고딩 졸업 전에 이미 데프 잼을 창립합니다. 초기에는 펑크 록 밴드에 집중하지요. 그러다가 1984년 Jazzy Jay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Russell Simmons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힙합 뮤직을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특기인 펑크록을 힙합과 섞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런 디엠씨와 비스티 보이스 외에도 LL Cool J와 퍼블릭 에너미를 발굴하고 제작해 냅니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과 후반 이른바 힙합의 뉴스쿨을 이룹니다. 힙합을 강호의 중심에 위치시킨 힙합계의 당대 정파가 된 것이지요.  


1990년대에 들어서 릭 루빈은 Funk metal 혹은 Punk-Funk로 알려진 장르를 개척하던 Red Hot Chili Peppers의 [Blood Sugar Sex Magik]를 제작하여 그들을 스타덤으로 이끕니다. 방향성이 반대였을 뿐 이전의 힙합 아티스트와의 작업과 동일한 일이었습니다. 이 장르는 얼터너티브 록의 대표적인 하위 장르 중의 하나가 됩니다.


Red Hot Chili Peppers - Under The Bridge (1991)


그 후에도 릭 루빈은 록과 힙합 혹은 punk와 funk를 섞는 작업을 계속하며 데프 잼을 최고의 힙합 레이블로 키우게 됩니다. 21세기 들어서면 그는 사업과 동시에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계속적으로 확장합니다. 자니 캐쉬와 일하면서 컨트리와 블루스를 얼터너티브화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도 아델, 에드 쉬란, 산타나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개념들을 섞어 하나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conceptual blending은 창의성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릭 루빈은 양극단에 있던 다른 음악 장르를 하나로 섞어내면서 하위 장르를 메인스트림 장르로 만들었습니다. 릭 루빈은 21세기 음악 산업의 특징인 잡종화[hybridization]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음악인 중의 한 명입니다. 힙합의 역사는 그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Title Image: Rick Rubin circa 2017


릭 루빈은 자니 캐쉬의 50년에 걸친 음악 경력의 마지막 프로듀서였습니다. 릭 루빈이 힙합을 메인스트림을 끌어올리게 된 것은 힙합에 대한 그의 흥미뿐만 아니라 포크, 블루스, 컨트리, 하드록 등 다양한 장르의 록 음악에 대한 그의 이해에 근거합니다.

[Personal Jesus] by Johnny Cash from American IV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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