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음악 프로듀서는 영화감독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제한적인 역할을 갖습니다. 알프레도 히치콕 혹은 봉준호의 영화는 있어도 조지 마틴의 앨범은 없습니다. 비틀스의 앨범일 뿐이지요. 영어로도 producer와 director로 구별됩니다.
영화는 많은 작업과 많은 사람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전 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에, 음악은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과정과 사람이 연관되며 흔히 작곡자와 연주자도 음악의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합니다. 조직화되기보다는 보다 유기적인 팀 단위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1980년대 Michael Jackson의 앨범 프로젝트 정도 되는 규모라면 얘기가 틀려집니다. 수많은 과정과 사람을 조율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은 더욱 커집니다. 한국에는 특히 음악 프로듀서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편곡자란 이름으로 기능이 제한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사실 개별로 보면 프로듀서의 기능과 역할은 천자 만별이겠지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프로듀서는 아티스트 혹은 음반 레이블이 원하는 방향대로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프로듀서는 그것을 위해 고용되는 것이지요. 20세기에는 회사에 전속으로 고용되거나 연결된 레이블 대표 프로듀서가 많았습니다. Atlantic의 Arif Mardin이나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제작을 한 LA Reid & Babyface가 그 예가 됩니다.
21세기에는 이에 대한 예외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가장 두드러진 예가 Danger Mouse입니다. 프로듀서가 전면에서 본인의 컬러를 입힌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아티스트는 음악을 완성도를 위해 선택될 수 있습니다.
Danger Mouse, Daniele Luppi (2012), Season's Trees
무대 이름인 댄저 마우스로 알려진, Brian Burton은 프로듀서의 역할을 확장하여 프로듀서의 음악을 정의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습니다. 댄저 마우스는 2004년 Jay-Z의 [The Black Album)과 The Beatles의 [The White Album]을 매시업한 [The Grey Album]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업계에 알려졌습니다. 이어서 댄저둠과 날스 바클리의 음악으로 시장에 알려지게 되었지요.
프로듀서의 적극적인 음악 활동은 댄저 마우스가 유일한 사례인 것은 물론 아닙니다. 사실 이러한 추세는 EDM 계열에서 가장 두드러집니다. DJ는 스테이지를 독점하여 컨트롤하지요. 마크 론슨, 캘빈 해리스, 그리고 데이비드 게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로 기억되는 퀸시 존스도 이러한 형식의 본인 이름의 앨범으로도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댄저 마우스는 이러한 야심을 인디 뮤직 신에서 마음껏 드러내고 있습니다. Gnarls Barkley, Danger Doom, 그리고 Broken Bells와 같은 본인을 포함하는 듀오 혹은 그룹을 통해서 그렇고, 그 밖에도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싱글과 앨범 단위의 콜래버레이션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프로듀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2014년 U2의 [Songs of Innocence], 2016년 Red Hot Chilli Peppers의 [The Getaway], 그리고 Portugal, The Man의 두 앨범 [Evil Friends] (2013)와 [Woodstock] (2017)이 대표적입니다.
댄저 마우스는 산업화된 메인스트림에 진입하지 않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인디 신에 남았습니다. 자신의 음악을 보다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댄저 마우스야말로 21세기형 주도적 프로듀서의 전형이라 할만합니다. 21세기의 다양한 협업과 음악 형식은 비산업적인, 자유스러운 창작 환경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음악 산업의 상업적인 침체는 오히려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