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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Aug 05. 2020

현대 음악 최고의 혁신가

Brian Eno

데이비드 보위, 콜드플레이, U2, 록시뮤직... 아일랜드를 포함한 브리티쉬 록 뮤직 역사의 기라성 같은 이름들입니다. 유명세 및 국적을 제외한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은 Brian Eno입니다. 브라이언 이노는 단순한 음악 프로듀서가 아닙니다. 물론 그의 역할이 프로듀서란 명칭으로 정의되는 경우도 많지만 더 많은 경우 그는 혁신을 유포하는 역할을 합니다. 새로운 개념과 테크닉을 기존의 음악에 도입하는 것을 돕는 것이 그 자신이 정의하는 그의 주된 역할입니다. 위에 열거한 아티스트의 음악이 그의 손길이 없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그의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sonic landscapes]란 용어를 숙고해 보면 그의 혁신적인 특징이 드러납니다. 특히 음악을 멜로디나 비트가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으로 파악하는 부류의 청자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일 수 있습니다. 이른 바 포스트록이란 장르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함께 브라이언 이노가 기초를 쌓은 것이라고 봅니다.


브라이언 이노가 이론화해낸 [Ambient Music]란 용어에서도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 자세가 드러납니다. 전통적인 음악적 구조와 리듬보다 톤과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가 관여한 음악을 오래 많이 들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그의 일관적인 지향성은 40여 년에 걸친 그의 작업에서 잘 드러납니다. 세 가지의 잘 알려진 예를 들어보시지요:

U2란 포스트 펑크 boy band는 브라이언 이노를 통해서 고유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슈퍼 밴드가 되었습니다: U2 (1991), "Myterious Ways" from [Actuing Baby]
데이비드 보위와 브라이언 이노는 1977년에서 1979년에 걸쳐서 베를린을 거점으로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이 시기의 세 앨범은 흔히 "Berlin Trilogy"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Beck Reimagines David Bowie's 'Sound and Vision' from Album [Low] (1977).
21세기의 첫 슈퍼 밴드인 Coldplay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들의 최고 인기곡에는 브라이언 이노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Coldplay (2007), "Viva La Vida" from Album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위의 세 곡만을 듣는다면 브라이언 이노는 팝 뮤직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이해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다른 종류의 음악은 사실 약간 듣기 어렵습니다. 귀를 유혹하는 어떤 훅 없이 진행되는 연주 음악이 주가 되고 어떤 경우에는 아방가르드라고 할만하지요. 그러나 아방가르드 음악과 대중음악이 어떤 단일 차원의 양극단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항대립의 논리에 근거한 오류입니다. 그것은 장르의 차이이고 취향의 차이일 뿐입니다. 다양성의 중요성을 감안하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편협해집니다.


시장에서 메인스트리밍은 어떤 선형 모델로 진행된다는 보다는 돌발스럽게 창발 하는 듯이 보입니다. 어떤 미래지향적인 활동들이 응축되는 것을 대중이 관찰하게 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떤 아이디어가 단순하게 유포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관성이 객관화되고 거듭되어 그 경험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주변 커뮤니티에 퍼져 나가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또한 그것은 공간을 초월하여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의 저변에는 시공간적인 환경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면서 과거를 되풀이하기보다는 미래를 만들어내는 능력자들이 있습니다. 브라이언 이노가 그런 사람입니다. 1950년대 현대 대중음악의 발흥 이후 가장 위대한 음악가 세 명을 꼽으라면 저는 어떤 경우라도 브라이언 이노를 빼놓지 않을 것입니다.


브라이언 이노는 브릿팝의 한 계파를 이루는, 그 유명한 Roxy Music에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71년 창립부터 초기 시절에 리더인 Bryan Ferry와 함께 밴드의 사운드를 창조해냅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을 일반적인 밴드 멤버라고 정의하기보다는 밴드의 뒤에서 사운드를 설계해 내는 사람이라고 인식했습니다. 같은 생각으로 공연 무대에는 서지 않으려 하기도 했지요. 그는 자신을 non-musician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1973년 록시 뮤직을 탈퇴하면서 브라이언 이노는 현 시점까지 쉬지 않고 음악의 분위기와 소리의 풍경을 그려내는 freelance 아티스트로 활약합니다. 크고 작은 수많은 뮤지션들을 스테이지의 뒤에서 도와가며 말이지요. 참으로 혁신에 합당한 mindset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인식에 상관없이 본인의 이상과 지향성을 수십 년 간 유지해온 브라이언 이노의 존재와 그 의미는 현대 음악계에 있어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것입니다. 그가 일해 왔던 스테이지의 뒷 면은 창작의 실지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대중이 보는 것은 스테이지 정면의,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공간일 뿐입니다.  



*Title Image: A recent photo of Brian Eno


Roger & Brian Eno (2020), Bl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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