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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Nov 02. 2020

다리를 건너 벽을 허문 음악

Motown and Philly Sound

이미 존재해온 문화의 차이를 없애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아니라 수 백 년 혹은 수 천년을 지속해온 차이라면 더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른 대륙에서 아주 긴 세월 동안 형성되어온 인종 간의 문화적 차이는 그저 자연스럽게 혹은 자동적으로 메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20세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현재의 대중음악은 대개 아프리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노예 제도를 통해 유입된 아프리칸 뮤직이 토착화를 거쳐 African-American 음악의 다양한 장르로 발전한 것입니다. 블루스가 그렇고 재즈가 그렇습니다. 20세기 중반에는 리듬 앤 블루스와 로큰롤이 보다 대중적인 형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장르는 예외 없이 주류 사회의 메인스트리밍 과정을 거쳐 대중적인 음악이 되었습니다. 하위 문화권에서 발생하는 장르는 먼저 주류 사회 일원의 관심과 채택에 의해 알려지게 됩니다. 그러나 알려지는 것에서 주류의 일원이 되기까지는 긴 과정이 필요합니다. 


1960년대에 미국의 몇 개의 도시를 중심으로 아프리칸 아메리칸 뮤직의 주체적인 메인스트리밍이 일어납니다. 사회적 권리 운동 등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산업화라기보다는 다분히 지역 커뮤니티 성향을 가진 자생적인 움직임이었습니다.


1959년 시작된 모타운 레코드가 그 첫 시그널이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탤런트가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모타운은 모터 타운이었던 디트로이트를 의미하지요. 창립자인 Berry Gordy는 Holland-Dozier-Holland의 송라이팅/제작 라인을 중심으로 팝 사운드적 장치가 두드러지는 소울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Smokey Robinson는 초기 모타운의 왕자였습니다.


1960년대에 79곡의 싱글을 탑 10에 올립니다. 당시 라인업에는 다이애나 로스와 수프림스, 포탑스, 스티비 원더, 마빈 게이, 잭슨 파이브 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타운은 1967년 홀랜드-도지어-홀랜드가 소송전을 벌이며 이탈하자 서서히 하향세로 접어들게 됩니다. 1988년에는 MCA에 합병되면서 그 아이덴티티를 크게 상실하게 되지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모타운 사운드의 영향을 받습니다: 아트록 밴드 제네시스 출신의 필 콜린스는 솔로 앨범을 통해서는 모타운 사운드의 영향이 짙은 넘버들을 만들어냅니다. 다이애나 로스와 수프림스의 [You can't hurry love]를 커버한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1982)의 두 번째 싱글입니다.


한편 필라델피아에서도 소울 뮤직의 또 다른 사운드가 형성됩니다. 모타운 사운드에 비해 보다 펑키하고 현란한 악기 구성을 이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악기와 관악기의 효과적인 사용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필리 사운드의 특징은 이후 1970년대 중반 이후 디스코 음악을 조성하는 밑바탕이 됩니다.


1960년대 말과 1970년 초에 전성기를 이루었던 필리 사운드의 핵심적인 인물은 Thom Bell과 Gamble and Huff입니다. 톰 벨은 스타일리스틱스, 델포닉스, 스피너스 등과의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엘튼 존도 필리 사운드에 관심을 갖고 1977년 톰 벨과 The Thom Bell Sessions으로 알려진 작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갬블과 허프도 톰 벨과 같이 성장한 작곡자, 제작자입니다. The O'Jays와의 작업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역시 필라델피아 출신인 홀 앤 오츠의 대릴 홀은 이들의 캠프에서 백업 보컬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계에 진입합니다. 또 다른 필라델피아 출신인 토드 런그런도 필리 사운드의 영향을 받습니다.


New Kids on the Block은 1986년 필리 사운드의 넘버를 커버하면서 인기를 얻게 됩니다. 필리 사운드와 뉴 잭 스윙과의 접점을 볼 수 있습니다: Their cover of [Didn't I blow your mind] by the Delfonics


전형적인 필리 사운드인 O'Jays의 [Love train] ft. Daryl Hall, Live from Daryl's House (2016)


동시대에 멤피스와 시카고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남부에 속하는 멤피스에서는 Stax와 Hi 레코드사를 중심으로 좀 더 끈적끈적한 서던 소울 음악이 제작되었습니다. 오티스 레딩, 스테이플 싱어즈, 윌슨 피켓 등이 멤피스 소울의 대표 아티스트입니다. 그 밖에도 Booker T. and the MGs, Sam & Dave, Isaac Hayes도 이 계열에 속합니다. 시카고에서도 고유의 소울 사운드가 형성됩니다. 1970년대 초에 앨범 중심의 소울 뮤직에 크게 기여한 바 있습니다. 커티스 메이필드가 대표적인 아티스트입니다. The Impressions, Jackie Wilson, Etta James도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약하였습니다.


1960년대 일 군의 아프리칸 아메리칸 음악인들은 다리를 건너 메인 스트리트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인종의 벽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그들은 절대로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매몰되거나 보수적이지 않았으며 다만 새로운 시도와 다양성에 열린 마음으로 다리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분리의 벽은 다리를 건넌 사람이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다리를 건너 다른 지점으로 향하지 않고 다리 이쪽에서 말만 내세우는 사람들은 오히려 벽을 세우고 있는 자들인 것입니다.
사과는 사과끼리 오렌지는 오렌지끼리 모이기 쉽습니다. 그것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섞인 모양과 색깔은 처음에는 불편합니다. 낯설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불편을 감수하고 다리를 건너서 다른 종류와 섞이는 사람에게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됩니다. 차별을 불평하고 있기보다는 새로운 행동 방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샤회적 혁신을 이루어냅니다. 음악의 역사도 그것을 증명합니다.


*Title Image: Jacob Lawrence, Confrontation at the Bridge from the series “Not Songs  of Loyalty Alone: The Struggle for Personal Freedom”, painting, 1975.


Curtis Mayfield (1970), [Move on up]; 2006년 Kanye West가 [Touch the sky]에서 샘플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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