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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Oct 27. 2020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는가?

MTV

뮤직 비디오를 전 세계로 보급한 MTV는 1981년 8월 1일에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뮤직 비디오를 방송하는, 당시로서는 황당하기까지 한, 획기적인 포맷이었지요. 송출한 첫 비디오는 The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습니다. 처음에는 미국 뉴저지에 한정되었던 이 채널은 곧 세계적인 채널이 됩니다.


뮤직 비디오의 대대적인 보급은 결과적으로 기획형 비주얼 아티스트의 빠른 성공을 가져왔습니다. 음반사들은 프로모션을 위한 하나의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된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미국 음악 시장의 프로모션은 주로 라디오와 라이브 공연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계속적인 공연과 라디오 플레이를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일 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업계에는 전혀 다른 프로모션 공식이 생겨납니다. 이전과는 달리 MTV의 헤비 로테이션을 통해 하루아침에 스타덤을 얻는 경우가 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워너 브로스의 중역인 제프 아예로프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노르웨이의 신인 밴드 Aha의 뮤직 비디오 [Take on me]는 1985년 말 노래가 출시도 되기 전에 로테이션이 오르기 시작하여 한 번의 순회공연도 없이 그들의 곡을 넘버원에 올립니다. 라이브에 약한 많은 synthpop 밴드가 같은 혜택을 입습니다.  


[Take on me] by Aha, 한국에서는 이것을 카피한 조용필의 맥콜 광고가 있었습니다.


크게 보았을 때 이것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발전되어온 미디어 융합의 한 가지 사례입니다. 비디오가 오디오를 돕게 되는 융합이지요. 오디오가 비디오를 돕기도 합니다. 뮤지컬이 아니라도 영화가 OST를 통해 프로모션 효과를 얻고 추가 수익모델을 얻는 경우는 더욱 흔해졌습니다. 현재까지 천오백만 장을 판 1977년의 [Saturday Night Fever]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1984년 프린스의 [Purple Rain]이 천삼백만 장을 팔았고, 1987년에 [Dirty Dancing]은 천백만 장이 팔립니다. 1992년작 [The Bodyguard]가 천칠백만 장을 팔아 기록의 선두에 있군요. OST의 강세는 1980년대 이후 글로벌한 추세가 됩니다.


MTV는 1984년부터 Video Music Awards를 개최하여 뮤직 비디오를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로 승격시켰습니다. 새로운 촬영 기법들이 뮤직 비디오를 통해 소개되기도 합니다. 컴퓨터 그래픽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사용한 The Cars의 [You might think]가 첫 올해의 비디오의 영광을 얻습니다. 지금 보면 유치하고 어설픈 수준이지만, 그 당시에는 "와!" 하며 입 벌리고 보던 영상이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뮤직 비디오에 밀리언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비싼 뮤직 비디오는 마돈나의 1989년작 [Express yourself]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백만 불을 투자했답니다.  


MTV Video Music Awards 역사상 가장 많은 상을 휩쓴, 1987년의 10관왕 Peter Gabriel의 [Sledgehammer]


2020년 올해의 비디오 The Weeknd의 [Blinding lights], 요즘 뮤직 비디오는 저예산 영화 같습니다. 돈을 덜 쓰다 보니...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의 주류 라디오 채널이었던 앨범 위주의 록 혹은 corporate rock을 타겟팅했던 MTV는 당연히 백인 위주의 채널이었습니다. MC Hammer의 [U can't touch this]가 샘플링한 것으로 유명한 Rick James의 펑키한 [Superfreak]은 상영 금지 리스트에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깬 것은 1983년 마이클 잭슨의 [Billy Jean]과 [Beat it]입니다. 워낙 압도적이고 광적인 인기세로 인해 분위기는 한 번에 바뀝니다. 프린스 등의 록커는 물론 힙합 아티스트도 많은 로테이션을 얻게  됩니다.


1987년 이후 MTV는 변화를 겪습니다. 뮤직 비디오 이외의 다른 포맷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게 되면서 언제부턴가 MTV는 리얼리티 쇼를 주로 송출하는 채널이 되었습니다. VH1이 뮤직 비디오 전용 채널의 전통을 잇게 되지만 그것마저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제는 뮤직 비디오 전용 채널도 없고 예전처럼 블록버스터 뮤직 비디오를 만드는 경우는 없지만 프로모션을 위해 비디오를 만들지 않는 경우도 드뭅니다. 중요성은 감소했지만 일상화가 된 것이지요.


21세기는 멀티채널의 시대입니다. Youtube는 쉽사리 확장된 MTV의 역할을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아티스트의 뮤직 비디오를 보기 위해 TV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언제나 보고 싶을 때 당장 볼 수 있지요. 팬들은 상호 소통도 하고 직접 영상을 제작해내는 시대입니다.


비디오는 라디오 스타를 죽였을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뮤직 비디오의 예술 장르적 장치들은 이른바 오디오형 아티스트들에게도  비주얼의 효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비주얼 아티스트만이 비디오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초기 시장의 바이어스입니다. 결과적으로 비디오는 라디오 스타를 도왔습니다.



* Title Image: MTV의 수혜자 중 하나인 Duran Duran의 1982년 앨범 [Rio]의 커버 이미지, by Patrick Na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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