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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Sep 11. 2020

얼터너티브

전형성의 대안

1970년대 형성된 전통적인 록 음악 형식을 Corporate Rock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것이 상업적으로 동기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쉬운 멜로디, 떼창이 가능한 코러스, 세련되었지만 쉽게 친숙하도록 정형화된 편곡 스타일, 파워 발라드, 두드러지는 기타 사운드 및 솔로, 다양한 키보드의 사용 등 몇 가지 전형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전형성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쉬운 재생산이 가능합니다. 대개 소비자는 낯선 것보다는 친숙한 것을 선호합니다.


Arena Rock 혹은 Stadium Rock 그러한 전통적 메인스트림 록의 다른 이름입니다. 대박 공연은 대형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겠지요. 비틀스의 전미 순회공연 영상을 기억하십시오. 그러나 몇몇 음악 역사가들은 이 부류의 시작을 롤링스톤즈의 1969년 투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투어 이전의 대형 경기장 공연에서는 뒤의 청중은 콩알만한 밴드를 보면서 함성 속에서 음악을 듣고자 애써야 했지요. 롤링스톤즈는 충분한 예산으로 음향과 영상 장치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대형 경기장에서도 제대로 음악과 시야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환경에 어울리는 노래는 따로 있지요. 많은 인기 밴드들은 대형 공연에서 잘 통하는 형식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초 대형 공연에 승부를 건 Grand Funk Railroad가 그 종류의 초기 밴드입니다. 1990년 대까지 인기 록 밴드는 반드시 대형 공연장에서 anthem이 될만한 넘버를 필수적으로 앨범에 싣곤 했습니다.


The locomotion (1973),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는 캐롤 킹 작곡의 1962년도 곡을 리메이크하여 1위에 오릅니다.


그래미상을 수여하는 미국 음반협회인 NARAS는 얼터너티브 음악을 음악의 진보와 혁신을 중심으로 정의합니다. 얼터너티브는 음악과 관련 태도에 있어서 진보와 혁신의 요소를 수용하는 음악 장르입니다. 이 정의에서 걸지는 것은 바로  "전형성"입니다. 즉 얼터너티브는 전통적인 작법을 따르지 않는, 대안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한 인디 뮤직입니다.


필자는 얼터너티브 록을 아방가르드 아트록과 펑크 록 무브먼트가 씨줄과 날줄로 짜여지고 1980년을 전후하여 뉴 웨이브의 새 레이어가 얹어진 후 1990년 이후의 그런지 밴드와 브릿팝 밴드를 통해 메인스트림으로 완성된 장르라고 정의합니다. 1960년대 말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그 첫 시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서양의 양안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해내었던 일 군의 아티스트들이 그 선구자들입니다.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보위와 록시 뮤직, 미국에서는 스투지스와 뉴욕 돌즈가 대표적입니다. 뉴욕 출신 Lou Reed와 영국 웨일즈 출신 John Cale이 중심이 되었던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대서양 양안 모두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Velvet Underground-"Sunday Morning" from "Velvet Underground and Nico" LP (1967)


반면에, 다양성보다는 전형성을 기반으로 스타 시스템을 이용하는 록의 메인스트림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앨범 위주의 록(AOR)으로 백인 중심의 라디오 청취자들을 장악합니다.  보스턴으로부터 이글즈와 플리트우드 맥, 그리고 이어서 저니, 포리너, 토토 등이 예가 되겠습니다. 핑크 플로이드, 예스, 제네시스와 같은 아트 록 밴드와 레드 제플린과 같은 하드 록 밴드 그리고 유명 헤비메틀 밴드도 대개 이 부류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전형성은 드디어 1987년 경 big hair, big voices, and really big guitars로 대표되는 헤어 밴드의 시대로 대폭발 합니다. 데프 레파트, 모틀리 크루, 포이즌, 건즈 앤 로지스, 본 조비 등의 밴드가 천만 장 다이아몬드 앨범을 우습게 보던 시기입니다.


동시대에, 다른 한편에서는, 뉴 잭 스윙을 필두로 블랙 뮤직의 메인 스트리밍이 나타남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은 1985년 자넷 잭슨의 [Control]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1990년 뉴키즈 온 더 블록의 [Step by Step]과 1991년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로 마무리됩니다.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는 Corporate Rock과 R&B를 섞는 [Thriller] 레시피에 새로 뉴 잭 스윙을 투여한, 동시대 모든 상업적인 요소의 총합체였습니다.


서태지가 1990년대 초 한국 음악계를 변화시키듯이, 너바나는 1990년대 초 록 음악의 질서를 뒤바꾸어 놓습니다. 미국에서만 1천만 장이 필린 너바나의 [Nevermind]와 8백만 장이 팔린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는 우연인 듯 1991년 가을에 두 달 차이로 발매됩니다. 아레나 록에서 얼터너티브 록으로, 알아서 차를 바꿔 타는 U2의 [Achtung Baby]가 [Dangerous]와 일주일 차로 발매되는 것도 우연 만은 아닙니다.


아레나 록의 마지막 황제 건스 앤 로지스의 [Use Your Illusion I & II]는 같은 해 가을 발매되었습니다. LP 같았으면 두 장의 더블 앨범을 동시에 발매하는, 극도로 대담한 전략이었습니다. 이 두 앨범은 미국에서만 각각 7백만 장이 팔리지만, 1987년 데뷔 앨범의 1천8백만 장에 비하면 실패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터너티브 록의 옛 이름이기도 한 컬리지 록의 대장 REM이 [Out of Time]으로 1991년 봄에 메인스트림에 진입하게 된 것도 참고하십시오. 패러다임이 바뀌는, 응축된 시대의 변화가 이 시기에 한꺼번에 터지면서 구 시대의 정점과 강렬한 대비를 이뤘던 것입니다.


전통과 대안은 서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끌어 다양성을 증가시키면서 1990년대를 음악 산업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로 만듭니다. 게다가 LP에 비한 CD의 고 가격 정책으로 음반사의 이윤은 크게 상승합니다. 그러나 봉우리가 있으면 골짜기도 있는 법. 이미 1990년대 후반 음악 산업은 자유로운 복사가 가능한 디지털 기술로 인해 오히려 성장의 한계에 부딪칩니다. 호황기의 과장된 음악의 과도한 소비는 소비자를 지치게 하였습니다.


음악계는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그래프의 상향을 유지하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호황의 시대는 누가 보아도 종결을 맞게 됩니다. 내리막 길에 들어섰을 때 이미 너무 무거워진 전통은 길을 계속 가지 못하고, 반면에 음지의 잡초 같았던 대안 만이 살아남습니다.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그리고 린킨 파크 같은 얼터너티브 밴드가 새 세기에 새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인간의 창조물 중에 영원히 지속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대안의 다음 대안은 무엇일까요?



Joy Division (1980), "Love will tear us apart"


*Title Image: Joy Division (1976 -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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