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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May 12. 2018

브릿팝 시대

1990년대 Britpop bands와 취향의 확대

대중문화에서는 취향과 장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장르의 구성은 취향을 매스로 확대하는 도구적인 역할을 합니다. 팬덤은 장르 내의 비교와 경쟁을 통해서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대중문화의 기획자들과 관련 사업가들은 이러한 장르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지요. 그러나 이러한 장르가 기획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여한다고 해도 인공으로 만드는 파도는 잔 파도일 뿐입니다. 시대정신의 고고한 흐름은 큰 파도를 만들어냅니다.  


요는 이러한 파도를 파악해 내고 그 파도를 즐기는 surfer가 되는 것입니다. 너무 치밀한 음모이론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우주의 법칙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화산업에서는 치밀한 기획력보다는 통찰력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 됩니다. 이러한 점은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장르를 살펴보면 더욱 뚜렷해집니다. 의도적 기획에만 의존하는 잔 물결은 차차 사라지고 대중의 관심은 대개 큰 물결로 수렴됩니다. 많은 사람이 그 물결을 인식하게 되면 대중문화의 한 장르가 정의되는 것입니다.


1990년를 기억하는 방법은 삶의 공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저는 주로 브릿팝으로 90년대를 기억합니다. 90년대 초중반 한국 사회의 붕 뜬 분위기에서 유행한 감각적 댄스음악은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저의 기억에는 분명히 공간과 시간의 주관적 왜곡이 있습니다. 당시 한국이란 공간에서 브릿팝은 그저 마이너였기 때문입니다. Oasis 정도를 제외하고는 잘 알려진 밴드가 없었습니다. 영국 밖에서 Blur는 마니아 취향이었고 그 당시 Pulp를 알았다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대중음악의 전문가입니다.


영국의 대중음악이 보다 크게 영향력을 미쳤던 시기는 대개 세 가지로 파악됩니다. 비틀스를 필두로 한 60년대 중반 이후의 이른바 British Invasion, 뉴웨이브와 synth pop을 전파하고 Electronica에 영향을 미친 80년대 초의 New Romantic, 그리고 90년 중반의 Britpop을 꼽겠습니다.   


세 장르는 다 문화적 운동과 관련을 갖습니다. British Invation은 비틀스로 촉발된 광적인 문화 현상이었지만 60년대 히피 운동 등의 counterculture에 뿌리를 둔 밴드가 주도했습니다. New Romantic은 음악의 특성대로 Billy's and The Blitz와 같은 런던 및 버밍햄 나이트클럽의 몇몇 유행 선도자들에게서 유래된 문화적 유행이었습니다. 전자 음악의 흐름에 편성해 감각적이고 댄서블 한 음악을 장착한 밴드들이 이 흐름의 중심에 있습니다. Britpop 역시 90년대 Nirvana로 시작된 미국의 Grunge Rock의 열풍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된 얼터너티브 록 계열의 문화적 흐름입니다. [영국 다움]을 내세우며 상대적으로 밝고 멜로디를 강조한 장르입니다.  


영국 내에서 상업적으로 브릿팝을 대표하는 삼두마차는 Oasis, Blur 그리고 Pulp였습니다. 이중 펄프는 시장을 확대하길 원하는 업계가 삼각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끼어넣은 것이고, 이 삼각관계는 펄프의 유일한 스매시 히트 앨범 [Different Class] 이후 곧 소멸됩니다. 사실 펄프는 80년대 초 결성된 마이너의 베테랑 밴드였지요. 한편, 오아시스와 블러의 rivalry는 그 이후에도 21세기까지 이어집니다. 이 경쟁관계는 1995년 가을 거의 같은 시기에 두 밴드의 앨범이 발매되면서 미디어 하이프의 정점에 이릅니다. Oasis의 [(What the Story) Morning Glory?]와 Blur의 [The Great Escape]입니다. 경쟁관계의 세세한 일을 기록한 기사도 있군요. (비틀스 vs. 롤링스톤즈 혹은 태진아 vs. 송대관에 필적하지요...)  

결과적으로 [(What the Story) Morning Glory?]가 글로벌 히트가 된 반면, 블러는 미국 시장을 돌파하지 못하고 1997년에 가서야 미국식 얼터너티브 록을 풍자한 [Song 2]로 반응을 얻게 되지요. 표면적으로 이 경쟁관계는 오아시스에 무게추가 가는 듯 하지만 적어도 영연방 내에서는 이들의 우위를 가르기 힘듭니다.  


예컨대, 블러의 1994년작 [Parklife]와 1997년작 [Blur]는 별 다섯이 아깝지 않은 명반입니다. 또한 블러의 리더인 Damon Albarn은 virtual band인 Gorillaz를 창조해내어 글로벌 스타덤을 얻게 됩니다. (Gorillaz의 첫 EP가 2000년 발매된 것을 볼 때, 1998년 1월에 공식 데뷔한 한국산 사이버 가수 아담을 카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져 봅니다만...)


약간 더 두드러진 영국색이 브릿팝의 장점이자 단점이 됩니다. [(What the Story) Morning Glory?]는 John Lennon의 cliche를 자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브릿팝은 70년의 Glam Rock과 Punk Rock 그리고 80년의 Indie Pop의 전통이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의 발흥으로 인해 자극되어 나타난 영국스러운 90년대 팝 음악의 사조였습니다. 그 역사적 산물로 Coldplay 같은 슈퍼 액트가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마이너스러움은 21세기 rock scene의 한 특징이 되었습니다.


개인이 독자적으로 시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단체적인 흐름 만이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역사는 하나가 아닌 둘셋 이상이 기록하게 되는 것이지요.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경쟁자를 (혹은 원수를) 사랑합시다. 당신의 경쟁자로 인해 당신이 기억될 것입니다.



*Title Image: the title image for [The 50 Best Britpop Albums] from Pitchfork


[Common People] by Pulp in 1995

[Girls and Boys] by Blur in 1994

[Don't Look Back in Anger] by Oasis in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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