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음악의 발매 단위에 대한 간단한 역사
이른바 LP 시대에 음악을 듣기 시작한 사람이나 최근 LP의 레트로붐에 편승하신 분은 다분히 제례적인 LP 앨범의 첫 청취 순간의 독특한 느낌을 이해하리라고 봅니다. 패널 판때기 크기의 음반을 사서 커버 디자인을 잘 확인하고 플라스틱 포장을 뜯습니다. 미국에서 제작된 이른바 원판의 경우에는, 음반을 싸고 있는 종이 속지, 즉 innter sleeve에 가사와 liner notes 혹은 album notes라고 부르는 설명이 있지요. (라이센스판은 대개 라이너 노츠가 따로 한 장 있고 속포장은 플라스틱이었습니다.) 한 손에 LP 음반을 꺼내 잡아들고 그 속지를 대충 혹은 꼼꼼히 읽습니다. 이어서 양 손으로 음반을 잡고 휘릭 돌려 양 사이드를 확인한 다음, 음반을 턴테이블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바늘을 첫 곡 전의 골이 없는 지점에 안착시키는 순간 들리는 [크륵]하는 잡음... 그것은 기대감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소리였습니다.
특히 밴드에 대한 선호가 그리 높지 않은 한국 시장에서는 위와 같은 추세가 더욱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앨범의 콘셉트와 완성도에 신경을 쓰는 아티스트가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고 신해철은 앨범 위주의 음악이 사라지게 되는 현상을 안타까워한 바 있습니다만, 안타깝다고 대세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한국에서는 [월간 윤종신]이 역사에 기록될만합니다. 싱글 포맷에서도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담을 수 있다는 예가 됩니다. 혁신은 변화에 저항하는 태도보다는 변화에 적응하려는 태도에서 발생합니다.
팬과의 교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밴드에게 앨범은 아직 유용합니다. BTS가 한 예이겠지요. 그들은 팬들에게 그들의 스토리를 말하고 싶어합니다. 3분 짜리가 아니라 한 시간 짜리 수다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