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은 음악산업에서 컨텐트 발매의 중요한 단위입니다. 상업 음악은 싱글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축음기, 전축, 혹은 레코드 플레이어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음악을 녹음된 형태로 즐길 수 있게 됩니다. 19세기 후반 축음기는 실런더에 2-4분을 녹음할 수 있었습니다. 한 곡의 평균적인 길이는 아마 이때쯤 결정되었을 것입니다. 20세기 초 플라스틱을 재질로 하는 이른바 포노그래프 혹은 그라마폰 레코드가 발명되면서 음악 발매의 단위는 서서히 다양해지기 시작합니다.
1949년 RCA는 기존의 78rpm 셀락 디스크를 교체하는 7인치 45 rpm 포맷을 개발합니다. 보다 작고 가벼우며 내구성이 있는 7인치 포맷은 이후 싱글의 표준적인 포맷이 됩니다. 경쟁사 Columbia은 그 전해 33 1/3 rpm의 12인치 LP를 개발하는데 그것은 향후 앨범 형태 발매의 표준이 됩니다. 7인치 싱글 디스크는 LP[Long Play]에 대비하여 SP[Short Play]라고도 하며 그 모양에 따라 1970년대 한국에서는[도너스판]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 초 대부분의 미국 레이블들은 7인치 싱글을 만들어냅니다. 원래 싱글은 상업적인 견지에서 앨범보다 훨씬 중요한 단위였습니다. 1960년대 중반까지 앨범은 이미 히트한 싱글을 한 데 담아 팔기 위한 단위로 흔히 쓰였습니다.
1970년대 중후반 디스코의 전 세계적인 유행은 12인치 싱글을 탄생시킵니다. 댄스 장르를 위한 확장된 연주를 위해서 7인치 싱글은 너무 짧았습니다. 7인치 싱글은 양면 각각 4분 30초 정도까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반면 12인치 레코드는 양 사이드를 합쳐 약 40분까지 녹음이 가능합니다. 7, 8분이 되는 댄스 믹스 싱글은 1980년대 초중반 크게 각광을 받습니다. 1983년 발매되어 3백만 장이 팔린 New Order의 [Blue Monday]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12인치 싱글입니다.
1983년 처음 발매된 [Blue Monday], the 1988 version by New Order: 독특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입니다.
1985년 한국에서 발매되어 소소하게 히트했던, 언더 DJ 출신 이재민의 [골목길]: 개인적으로 표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노래 참 못... 2002년 양동근이 "그럴싸하게" 리메이크합니다.
소니 워크맨의 글로벌 유행에 힘입어 1980년대 이후 크게 성장한 카세트 테이프 매체는 싱글 포맷으로는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복제가 용이한 특징으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싱글 음악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CD와 시장을 양분하던 1980년대 후반 이후 싱글 레코드의 상업성은 크게 하락하게 됩니다. 사용 미디어의 변화와 사용자의 음악 복제가 습관화된 이유가 컸습니다.
No Doubt의 첫 앨범 [Tragic Kingdom]의 트랙 [Don't Speak]는 1996년 Hot 100 Airplay 차트에서 16주간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Billboard지의 방침에 따라 Hot 100 싱글 차트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싱글이 상업적으로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레코드 레이블의 상업적인 판단이었습니다. 이후 빌보드지는 이 방침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6년 싱글 발매없이 히트한 [Don't Speak] by No Doubt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디지털 포맷의 음악이 대세가 됩니다. 1990년대 이후의 불법복제 시대를 지나 차차 디지털 다운로드 혹은 스트리밍이 중심적인 싱글의 포맷의 됩니다. 2004년 RIAA가 디지털 싱글 인증을 시작하고, No Doubt의 리드싱어 Gwen Stefani의 [Hollaback Girl]은 디지털 싱글로는 첫 플래티넘을 인증받습니다. 2006년 4월 Gnarls Barkley의 데뷔 싱글 [Crazy]는 다운로드 만으로 차트 1위를 차지한 첫 곡이 됩니다.
2006년 발매된 [Crazy] by Gnarls Barkely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싱글 레코드는 Irving Berlin이 작곡하고 Bing Crosby가 노래한1942년 발매되었던 [White Christmas]입니다. 5천만 장(!)이 팔렸습니다. 미국에서 싱글 차트가 생겨난 1950년대 이후로 가장 많이 팔린 싱글은 (마릴린 먼로의 추모곡으로 1973년 처음 발매했다가) 다이애나 왕비의 추모곡으로 1997년 재발매한 Elton John의 [Candle in the Wind]와 [Something about the Way You Look Tonight]의 double-A 싱글로서 약 3천3백만 장(!)이 팔렸습니다. 음악산업에 있어서 20세기는 참으로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Candle in the Wind/Goodbye England's Rose (Live at Princess Diana's Funeral, 1997) by Elton 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