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발매 전략
21세기 음악산업에서 판매 단위로서 싱글과 앨범의 관계는 1950-60년대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앨범은 곧 히트곡 수록집이었지요. 앨범의 모든 수록곡들은 싱글 단위로 발매되었거나 발매될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첫 싱글을 먼저 내고 앨범을 발매하고 차례로 다른 싱글을 발매하면서 프로모션 하는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전형적인 프로모션 방법은 이제 옛날 방식에 불과합니다. 레코드 레이블은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의 발매 전략을 사용합니다. 앨범-싱글의 프로모션에 전형적인 전략은 없으며 소비자들도 전형적인 기대를 갖지 않습니다.
앨범 위주의 프로모션이 자리 잡게 된 1960년대 후반 이후 뮤직 아티스트들은 앨범 위주의 액트와 싱글 위주의 액트로 대개 구분됩니다. 앨범 위주의 액트들은 싱글을 1-2개로 제한하며 더 비싼 앨범의 판매에 치중합니다. 이 부류의 아티스트들은 대개 단단한 팬덤을 갖고 있으며 보다 진지한 음악 소비 행동을 보이는 세그먼트를 타깃 합니다. 록과 팝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이러한 일반적인 사실에 근거합니다. 1970년대의 Led Zeppelin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반면에 싱글 위주의 아티스트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앨범 판매의 파워를 싱글을 더 많이 발매하고 판매함으로써 상쇄합니다. 물론 슈퍼 액트는 앨범과 싱글에 다 강점을 갖습니다.
1980년대 초까지 성공한 싱글 프로모션의 일반적인 척도는 Top 40 차트의 4개의 싱글이었습니다. 1964년 비틀스의 [Introducing... The Beatles]가 5개의 Top 10 싱글을 양산해 내지만 그 앨범은 영국의 관점에서 보면 초기 모음집에 가깝습니다. 1977년이 되어서야 플리트우드 맥의 [Rumours]가 4개의 Top 10 싱글을 통해 다이아몬드 앨범에 오르며, 메가 히트 사운드트랙인 [Saturday Night Fever]는 4개의 1위 싱글과 함께 7개의 Top 40 싱글을 수록하고 있었습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1980년대에 싱글 판매 전략을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1982년 말에 발매한 [Thriller]에서는 2개의 1위 곡과 함께 7개의 싱글을 Top 10에 올립니다. 이 앨범의 수록곡은 9곡이었습니다. 다음 정규 앨범 [Bad]에서도 5개의 연속 1위 곡과 함께 총 7개의 Top 10 싱글을 갖게 됩니다. 미국 밖에서는 2개의 추가 싱글이 발매되었었지요. 마이클 잭슨의 유례가 없는 글로벌 히트로 인해 상업성이 떨어지는 앨범 트랙이나 퀄리티가 못 미치는 필러를 완전히 제외하고 전곡을 싱글 가능 곡으로 채우는 전략이 슈퍼 액트 사이에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조지 마이클의 유일한 스매시 히트 [Faith] 그리고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의 앨범들이 그 좋은 예가 됩니다.
앨범을 위주로 하는 헤비메탈 장르에서도 놀랍게도 마이클 잭슨 크기의 야망을 가진 밴드가 있었습니다. 영국 밴드 Def Leppard인데요.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 Robert John "Mutt" Lange의 농담 같은 조언으로 시작하여 이들은 1987년작 [Hysteria] 앨범에서 끝내 7개의 싱글을 발매하여 첫 싱글을 제외하고는(?) 전부 Top 40에 올리는 성공을 만들어냅니다. 앨범도 미국에서만 천이백만 장을 팔아치웁니다.
[Hysteria] 앨범의 미국 시장 첫 싱글인 [Women]은 싱글차트에서 고작 80위에 머물렀는데요. 말하자면 셋업 전략으로서 강력한 싱글을 두세 번째로 미루고 첫 싱글은 전통적인 장르와 팬에 소구하는, 고만고만한 곡을 내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내기만 하면 히트하는 팬덤이 형성된 경우에 보다 많은 싱글을 발매하기 위한 전략이지요. [Women]은 앨범에서 유일하게 클래식 록의 색채가 짙은 곡이었습니다. 미국 팬의 보수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실수였지요. 두 번째 싱글이 히트하지 못했다면 이 앨범은 그냥 묻혔을 수도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이 앨범에서의 싱글은 낼수록 순위가 올라 6번째 싱글인 [Love bites]는 1위에 랭크됩니다. 싱글 차트 순위는 차례대로 "80-19-12-10-2-1-3"였습니다. (거꾸로 발매하는 것이 나을 뻔했습니다.)
21세기에 다수의 싱글 히트는 더 이상 큰 이야깃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뛰어난 팝 감각을 자량 하는 21세기의 엘튼 존 혹은 빌리 조엘인 Ed Sheeran는 그의 2017년 [÷] 앨범에서 10개의 Top 10 싱글을 생산해 냅니다. 2012년 DJ 캘빈 해리스는 9개의 싱글을 [18 Months]에서 쏟아냅니다. 그밖에 2015년 Jess Glynne은 8개, 또 다른 일렉트로니카 David Guetta는 7개, Katy Perry도 2012년 7개의 Top 10 싱글을 만들어내지요. 물론 싱글 수가 많아진 만큼 그 가치는 20세기에 비해 일반적으로 낮습니다. 다수의 싱글이 가능한 대신 그 판매량은 일반적으로 작고 차트에 머무는 기간 역시 대개 짧습니다.
*Title Image: The album cover of [18 Months] by Calvin Harris
미국 태생의 앨범 록의 대표주자 Bruce Springsteen은 다싱글의 유행을 업고 1985년 [Born in the USA]를 통해 놀랍게도 7개의 Top 10 싱글을 만들어냅니다. 그 7번째 싱글 [My hometown]은 싱글차트 6위까지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