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막사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삼성산에 위치하고 있다. 통일신라의 승려 원효가 창건한 사찰이다.
삼막사 오르는 길은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에게는 유명한 곳이란다. 이곳이 자전거 로드로 업힐(up hill)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굉장한 오르막이 몇 군데 있는데 자전거로 오른다면 풍경 따위는 안 보일 것 같다.) 물론 걸어서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걸어서 오르는 것은 그다지 힘든 길이 아니다.
"와, 저 사람 봐! 대단하다. 자전거로 여길 오르다니."
"나도 며칠 전 자전거 타고 왔었어. 자전거 타고 와 봐?"
으휴, 이 미칠듯한 승부욕쟁이는 쓸데없는데 질투심 폭발이다. 뭔 말을 못 해.
"아니, 그냥 이 길을 자전거타고 오르는 게 대단해서 한 말이야"
"나도 자전거 타고 온다고. "
"응응. 대단하네. 이 길 진짜 힘들겠어. 왜 다들 이렇게 힘들게 자전거 타는 거야."
등산을 싫어하는 나를 꾀어내기 위해 옆지기가 오르기 쉬운 평평한?(잘 닦여진) 길로 산책을 추천한 곳이다. 차는 통제되어있고 자전거가 오르거나 사람이 오르는 것은 가능한 포장되어 있는 도로를 따라 걸어 오르다 보면 은근슬쩍 땀도 배어난다. 심지어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기에 가을 경치도 보고 이야기도 가능한 정도로 산을 싫어하는 초보 등산러인 내게 딱 알맞은 산행이었다. 이미 한라산을 오르지 않았느냐 라고 하면 나는 대여섯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힘들지 않고 조금 긴 산이라고 꾀인 옆지기에서 속아서 뭣도 모르고 그 산을 올랐다. 논외로 하고 싶다.
삼막사 길은 산을 올랐다고 하기에는 머쓱하기도 한 산책로 같은 곳이다.
길 중간중간 원효대사의 주옥같은 말들이 새겨진 글이 있어서 땀도 식힐 겸 읽어보기 좋다.
"삼막사를 원효대사가 세운 거 알았어? 원효대사 해골물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삼막사를 세웠구나."
"아니"
"자전거 탄다고 여러 번 왔었잖아. "
"자전거 탈 때는 업힐 한다고 힘들어서. 풍경도 오늘 제대로 본다."
"뭐?ㅋㅋㅋ 나무들이 가을 햇빛을 받아 이렇게 반짝이는데 못 봤다고? 예전에 백과사전에 보면 외국의 큰 나무들에 이렇게 황금빛이 비치는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 엄청 마음에 들었었다. 이건 가을에만 볼 수 있는 햇빛이야. 너무 예쁘다. 여기"
"그러게. 좋네."
작은 일상에 행복해지는 enfp. 소확행을 늘 찾아다니는 것 같다.
"아, 그냥 이렇게 살면 좋겠다. 함께 산책하고 밥 먹고 시를 쓰고 평화롭게 살고 싶어. "
"너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한량, 선비같이 살았겠어. 풍류를 즐기고 시를 짓고. 경쟁도 싫어하니 과거 시험 따위는 보지 않고 관직에도 나가지 않는."
"좋지 않아? 파이어족이라고 들어봤어?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저번에 TV에서 봤는데 부럽더라. 경제적 자유를 이루면 그렇게 살면 좋을 것 같아"
"좋지. 애가 없지?"
"응. 안 그래도 나도 유심히 봤는데 애가 없는 거 같더라고. 아이를 키우면 아무래도 힘들겠지. 돈이 계속 많이 드니까. 우리 둘은 뭘 사지 않는다면 적은 돈으로도 먹고는 살 거 같아. 솔직히 요즘 갖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
이렇게 가을을 즐기며 담백하게 산다면 참 좋을 텐데.
집에 돌아와 저녁 무렵 켜 놓은 TV에 원효대사가 전남 나주 어디 산에 절을 세웠다고 나온다. 곧이어 다른 채널로 바꿔 보고 있는데 또 어디 산에도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 있다고 나온다.단풍철이라 여기저기 등산하며 단풍이 곱게 물든 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았고 원효대사는 산마다 절을 참 많이도 세웠다.
"뭐야. 저기도 절을 세웠어? 원효대사, 전국 방방곡곡 안 간 데가 없네. 삼막사만 세운 게 아니었네. 어째 가는 데마다 절을 세웠대. 승려야, 여행가야. "
"우하하하. 너 진짜 웃겨.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를 찾네."
옆지기는 폭소를 했다.
"왜 웃어? 내 말이 맞잖아. 여기 산에도 원효대사, 저기 산에도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가 괜히 유명한 게 아니었어. 전국적으로 다니면서 이야기를 퍼트렸네. 어쩐지 그 옛날 오래된 신라시대 해골물 깨달음 이야기가 여태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상하더라. "
"넌 참 웃겨."
원효대사는 의상과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중 해골에 괸 물을 마시고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난다 는 깨달음을 얻어 신라로 돌아왔다고 한다. 돌아 온 원효대사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생활불교를 전파했고 각지 명산에서 수행을 했다. 이런 원효대사가 단 하루라도 머물렀던 산에 사람들은 기념하며 절을 세웠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원효대사가 세운 절이 많단다.
원효대사는 지금으로 치면 흡사 연예인과도 같은 유명한 승려였나 보다.
"삼막사 좋더라. 또 가자. "
"그래. 다음에는 꼭대기까지 가자."
"꼭대기? 끝까지 간 거 아녔어?"
"아닌데. 절에서 산길 더 올라가야 돼. 너 힘들다고 할까 봐 안 간 거야. 다음에 가자. 꼭대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