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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Feb 20. 2024

다정한 슬픔

"힘내세요!" , "힘내!"

나는 이 말들이 얼마나 의미 없이 허공에 흩어지는지 알게 되었다.

"언제 같이 밥 먹자."라는 빈 말처럼 불안의 세계를 직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 내."라는 말도 그랬다.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았다. 답례로 의미 없는 미소를 억지로 지을 뿐이었다.

마음의 고통 속에서 헤맬 때 나는 무표정했고 누군가 웃으라 했다. 어디에선가 묘한 짜증이 일었다.

내 안에서만 일어나는 슬픔 속에서 또 다른 감정이 일어났다. 화도 아니고 소위 썩은 미소를 짓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거대한 바위 마음이 짓눌려 있는지 화조차 커지지 못는 듯 했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시절이었다. 다만, 아무도 위로를 건넬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누군가 툭 건들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았다. 누군가 안아주면 펑펑 울 것 같았다. 이야기를 들어주면 대성통곡하고 울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갔다. 시퍼런 멍이 시간이 되면 옅어져야 하는데 더 까맣게 온몸으로 독처럼 퍼져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내 무의식의 끄트머리까지 슬픔으로 깊고 까맣게 물들었지만 나는 내버려 두었다.

멀쩡할 때는 오지랖을 부리며 귀찮게 하던 사람들이, 슬프고 힘들 때는 멀찍이 사라졌다. 독이 자기에게 퍼질까 봐 도망가는 것처럼... 손조차 잡지 않았다.

슬픔을 나누고 싶지 않아 웅크렸다.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누군가의 관심이 싫었다가도 미치도록 다정한 것들이 그리웠다.

잠시라도 웃었으면... 어땠을까. 얼굴로 웃는 웃음 말고.

너무 슬픈 일을 겪으면 머릿속은 하얘지고 가슴속은 시꺼메지더라.

눈물의 강 속을 흠뻑 헤매다 나와야 모든 슬픔이 가실까.


내가 먼저 자신에게 다정한 위로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다정한 슬픔이 지나가고 는 세계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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