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같이 밥 먹자."라는 빈 말처럼 불안의 세계를 직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 내."라는 말도 그랬다.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았다. 답례로 의미 없는 미소를 억지로 지을 뿐이었다.
마음의 고통 속에서 헤맬 때 나는 무표정했고 누군가 웃으라 했다. 어디에선가 묘한 짜증이 일었다.
내 안에서만 일어나는 슬픔 속에서 또 다른 감정이 일어났다. 화도 아니고 소위 썩은 미소를 짓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거대한 바위로 마음이 짓눌려 있는지 화조차 커지지 못하는 듯 했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시절이었다. 다만, 아무도 위로를 건넬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누군가 툭 건들면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았다. 누군가 안아주면 펑펑 울 것 같았다. 이야기를 들어주면 대성통곡하고 울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갔다. 시퍼런 멍이 시간이 되면 옅어져야 하는데 더 까맣게 온몸으로 독처럼 퍼져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내 무의식의 끄트머리까지 슬픔으로 깊고 까맣게 물들었지만 나는 내버려 두었다.
멀쩡할 때는 오지랖을 부리며 귀찮게 하던 사람들이, 슬프고 힘들 때는 멀찍이 사라졌다. 독이 자기에게 퍼질까 봐 도망가는 것처럼... 손조차 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