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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Aug 27. 2024

여름 상처


'상처' 란 몸을 다쳐 부상입은 자리 또는 피해를 입은 흔적을 말한다. 여름에는 짧은 옷을 입고 여행 등 활동을 많이 하는지라 여기저기 긁히기도 하고 발이 훤히 드러나는 샌들을 신다가 다치는 등 상처가 생길 일이 많다. 여기저기 잘 다치지만 잘 치료하지 않으면 훨씬 고생을 하는 계절이 여름이기도 하다. 수영 등 수중 활동이 많은 데다 땀도 많이 나니 씻을 일도 더 많다. 습하고 더운 날씨로 인해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물이 닿지 않아야 하는 상처에 물이 닿을 일도 많다. 한 번 생긴 상처가 유독 여름에 잘 낫지 않은 이유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아이의 상처가 꽤 오래가기 시작했다. 그저 손톱 옆에 생긴 작은 상처였다. 잘 씻고 빨간 약을 발라 소독도 열심히 했다. 닿으면 아플까 봐 밴드까지 잘 붙두었건만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붉게 붓더니 누르기만 해도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했다. 일어나자마자 병원을 가자고 약속을 했건만 쿡쿡 쑤신다고 아파했다.

정말 많이 아팠는지 아침마다 그렇게 늑장을 부리던 녀석이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갈 채비를 재빨리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 적 넘어져 정강이에 생긴 상처를 그냥 내버려 뒀다가 봉와직염까지 갔던지라 나 또한 걱정이 되었다.

정형외과가 문도 열기 전 달려가 첫 손님으로 접수하고 앉았다. 드디어 진료 시간이 되어 의사 선생님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손톱 옆에 거스러미 때문에 작은 상처가 생겼었는데 빨간 약으로 소독을 열심히 해도 점점 더 붉게 퉁퉁 부어오르고 만지기만 해도 아프다고 호소했다. 의사 선생님은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아이에게 앞으로 거스러미는 손톱깎이로 정리하라고 일러둔 뒤 밴드로 꽁꽁 싸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상처는 통풍이 되어야 낫는단다. 공기가 통하지 않아 염증이 생겨도 잘 낫지 않는 거니 통풍되는 거즈를 붙여야 한단다. 아이는 항생제 주사를 맞고 처치실에서 상처를 치료한 후 손가락 깁스까지 하고 나왔다. 물에 닿으면 안 된단다. 약국에 가서 항생제 약을 받은 후 의사 선생님이 적어준 거즈와 코반이라는 접착붕대를 사 왔다.

손가락 깁스를 한 아이는 당장 아픔이 가시니 살겠는지 아이언맨 손가락이라며 깁스를 신기한 듯 자랑했다.


상처는 빨간 약만 발라 소독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빨간 약이 만병통치약도 아닌데 빨간 약만 바르고 통풍도 되지 않는 밴드를 발라 염증이 낫지 못하게 했다. 물이 닿으면 안 되는 상처를 깨끗이 씻고 소독하고 통풍되지 않게 상처를 싸맸으니 염증은 더 곯고 곯아 퉁퉁 부었던 것이었다. 씻지 않고 거즈를 매일 갈아가며 싸두었더니 염증은 금세 가라앉았고 일주일이 지나니 말끔히 나았다.

몸에 난 상처도 이럴진대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상처를 입고 어떻게 치료했을까 싶었다. 나는 내 상처를 들여다보지도 않은 적도 있다. 그야말로 외면하고 회피했던 적도 있다. 어떤 때는 자연스럽게 낫기도 하고 잊히기도 했다. 때때로는 빨간 약만 발라놓고 방치했었던 것도 같다. 어릴 적 빨간 약은 만병통치약처럼 쓰였다. 소독만 해도 낫는 상처들이 있었으니까. 물이 닿지 않아야 하는 상처는 잠시 물이 닿지 않게 조심히 감싸고 보호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물에 수없이 닿아 따갑고 퉁퉁 부어서야 들여다보았다.

이렇게 거즈로 덮어 바람은 드나들고 상처는 노출되지 않도록 적당히 보호해 주고 붕대로 잘 싸매서 통풍시키면서 완전히 나을 때까지 돌봐줬어야 하는 상처들이 있었다.

몸의 상처도 최소한의 보호장치만 해주고 적당히 드러내어야 바람이 드나들면서 몸이 지닌 자연 치유의 힘으로 낫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닌 삶의 상처들도 어쩌면 그렇지 않았을까. 내 상처를 혼자 끙끙대며 소독하고  꽁꽁 싸매기만 한다고 치유되지 않는다. 그렇게 공기도 통하지 않게 싸매서 안으로 더 곯아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어쩌면 상처를 얇은 거즈로 보호하고 바람이 지나가도록 드러내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깨끗이 한다고 물로 씻어낼 아니라 닿지 말아야 하는 것은 피하고 보호하면서 상처가 치료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붉게 물든 상처가 있다. 어떤 상처는 적당히 드러내어야 빨리 아문다. 상처에 따라 적절히 보호하고 기다려주 잘 낫는 것이다. 상처를 치료한다는 것, 잘 아문다는 것은 몸과 마음 모두를 다 돌봐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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