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치. 살다 보니 언행일치가 참 힘든 것이더라. 아무리 현자 같은 사람이더라도 그의 말과 삶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인격과 예의는 언행일치로 향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랄까.
쉬고 싶다고 모든 것을 놓기가 어려운 이유가 언행을 불일치하게 한다. 세속을 다 버리고 떠나기에는 우리에게 부여된 책임과 역할이 너무 많다. 부모 역할, 자식 역할, 일터에서의 역할, 배우자 역할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서 다만 한 점이라기에는 '나'의 소용에 머뭇거려진다. 혼자 무작정 쉬고 싶다고 쉽사리 쉴 수 없는 이유겠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예술적 삶을 위하여 사회적 삶을 내던지기가 어디 쉽겠는가.
'이기'에 가까워 보이던 스트릭랜드를 마냥 나쁘다 할 수는 없었다. 가족을 짊어진 중년 이후의 삶이 버거운 적이 다들 있을 테니 가슴속 한 귀퉁이에서는 스트릭랜드의 삶을 저 몰래 동경했을지도 모른다. 혼자 훌쩍 떠나는 긴 여행이라든가 나의 꿈을 향해 나머지 삶을 불사르는 여정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으니까.
다만 짊어진 짐과 생각이라도 잠시 내려두고 싶다. 모래알처럼 껄끄러운 잘못과 상처, 슬픔과 분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