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을 겪으며 또는 어떤 사람을 겪어내며 뭔가 삶과 직면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직면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어떤 문제가 드러나고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피하고 싶었던 속내, 과거가 폭풍우처럼 마음과 온몸을 동요하게 한다.
그것은 때때로 나도 모르는 새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
누군가와의 갈등을 겪으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하고 중대한 일을 겪으면서 드러나기도 한다. 나도 몰랐던 나의 약점, 나의 숨겨둔 치부, 피하고 싶었던 트라우마등이 내 앞에 놓여있다. 맞닥뜨려 싸울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면 내 공고한 세계가 흔들린다.
나는 생각한다.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그렇지 않았다. 나는 부정했던 것들을 수용하고 내 약점을 받아들이고 치부와 트라우마를 감싸 안아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갈 시기를 만난 것뿐이었다.
일어서지 못할 만큼 울고 또 살아내고 땅의 뿌리까지 잡고 일어설 만큼 나는 나 자신과 투쟁하고 어리고 여렸던 마음을 돌보아주어야 했다.
다 큰 줄 알았지?
더 커야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