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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Dec 10. 2024

차를 마시며

종교를 따로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어딘가 여행을 떠나면 성당이라든가 유명한 절을 가보곤 한다. 주변에 종교 생활을 하는 분들도 꽤 있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는지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다. 종교를 가진 분들을 보면 마음이 힘들 때 기댈 곳이 있어 보여 한편 부럽기도 하다. 사람에게 기댈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여실히 기댈 곳이 필요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신앙을 가지지 못하니 더 갈 곳을 잃고 방황을 하는 것도 같아 힘들 때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무작정 기도도 한다. 눈을 감고 그저 비는 날도 있다. 무교인 자의 비애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종교를 가질 수도 없어 주변을 따라 교회, 성당, 절에도 가보았지만 묵묵부답인 나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결국 나의 마음은 내가 끊임없이 다스리고 평정심을 가지도록 무수한 노력을 해야지 싶다.

그래도 성당이나 신성한 분위기와 경건함이 좋아 여행을 가면 들르곤 한다.


언젠가 절에 들려 스님을 만나 뵙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담이라고 하던가. 작은 찻잔에 우려낸 찻물을 졸졸 주시는데 참으로 감질났다. 그러다 보니 비 찻잔에 차가 끊임없이 채워지고 자연스레 오랫동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편안하였다. 찻 잎을 우려내고 따르는 과정을 지켜보며 조용 스님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문답하였다. 넘치지 않게 채워진 한 잔을 천천히 한 모금씩 마시고 내려놓다 보면 몇 모금되지 않는 한 잔이 금세 다. 러면 찻잔은 다시 졸거리며 채워졌다.

그 모습이 꼭 비워져야 채워지는 마음 같았다. 작은 찻잔만큼만 가지고 비워지면 다시 채워야 하는 것을, 욕심이란 것이 그보다 커지지는 않았는지 찻물조차 욕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마음을 돌아보았다. 삶을 사는 데 있어서도 조금씩 천천히, 욕심내지 않고 즐기며 마음 함께 데려가야 하는데 불안하고 조바심을 내 내 마음과 함께 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천천히 두 손으로 찻잔을 살포시 잡고 입술을 조심스레 닿으며 차를 마시 음미했다. 목소리도 나긋해지고 마음도 나긋해졌다. 모든 게 느려지고  평화로워다. 나직하게 차담을 나누고 나오니 바깥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기분 탓까 바람과 햇빛이 그 사이 달라진 걸까 생각했다. 잠시나마 마음이 평안 해져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평소 즐겨 마시는 커피와 다르게 차가 주는 '쉼'이 있다.

집에 다도 세트가 있어서 가끔 꺼내어 차를 마신다. 차를 천천히 우려내 찻잔에 따라 마실 때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찻잎을 우려내는 과정, 그리고 찻잔에 조심히 따라내어 한 잔 한 잔 마시는 과정이 흡사 명상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혼자여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차담을 나누어도 좋다.

그렇게 가끔 차를 마시며 '쉼'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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