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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못하는 너에게 두번째 이야기
20화
목욕을 하다.=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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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소
Dec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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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샤워나 목욕을 할 때면 몸이 이완되며 마음도 함께 느슨해진다. 하루의 피로를 물과 함께 떠내려 보내는 기분마저 든다. 샤워기의 물줄기 아래에 서면 잠시 다른 곳으로 순간 이동한 것과 같은 착각도 든다. 혼자 물을 맞고 있는 나와 물줄기 소리만 쏴아 하고 울린다.
내 몸에 쌓인 때가 씻겨나갈 때 온종일 쌓인 마음의 때도 씻겨 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샤워기 물을 틀어놓고 한참 서서 물줄기를 맞으며 서 있기도 한다.
나는 샤워를 오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온수를 맞는 느낌이 참 좋긴 하다.
이 또한 시대가 좋아져서 느끼는 행복이다. 어린 시절에는 온수와 냉수를 적절히 섞어 바가지에 담긴 물로 씻었다. 빠르게 씻어야 했고 온수는 한정적이었다. 그런 시절이었기에 목욕탕을 많이들 다녔다.
목욕탕은 또 다른 릴랙스를 준다.
큰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만으로도 찌뿌둥한 몸이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몸이 둥실둥실 뜰 것 같은 욕탕에 앉아 있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자궁 속 태아가 된 듯한 기분인 걸까. 편안한 노곤함이 밀려온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그저 뜨끈한
물속에 들어앉으면 잠시 바깥세상 일 따위는 잊게 된다. 욕탕 전체에는 습기가 가득하고 소리는 멍멍하게 공간을 에워싸며 울린다.
철썩철썩 바가지로 물을 끼얹는 소리와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 소리, 어린아이들 소리, 어른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동굴처럼 웅웅 거리며 들린다.
목욕은 '쉼'이다. 짧은 샤워일지라도 바깥에서 흘린 땀과 노폐물을 씻어내는 순간은 멍하다. 샤워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머리를 감고 비누칠을 하고 씻어내는 동안 그 행동에 집중하게 된다. 뜨신 물과 씻어냄이 주는 만족감이 있다.
목욕은 릴랙스를 배가 시킨다. 굳이 욕탕을 가지 않더라도 집에 욕조가 있으면 거품제나 배쓰솔트로 목욕을 잠시 즐겨보면 어떨까. 큰 목욕탕만큼은 못해도 목욕 후 따뜻한 차 한 잔에 잠이 솔솔 올 것이다.
예전 살만한 분들이 온천으로 요양을 가고 여행을 다녔다는 데 왜 그랬는지 알 법하다.
단순히 깨끗하게 씻는다는 위생의 개념을 넘어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씻는 행위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매일 몸을 깨끗이 한다는 것이 부지불식간에 나를 정갈하게 다듬어주고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고 있었다.
내 안에 쌓인 숱한 번뇌와 괴로움, 슬픔도 물과 함께 흘러가기를
빌
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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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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