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친구 아닌 친구 같은 '요가 강사'

by 서빈

지난 3월 시작된 요가 지도자 과정 교육(TTC)이 이제 약 한달 남짓 남았다. 이 말인 즉, 한 달 뒤엔 교육생들 모두가 ‘얼렁뚱땅’ 요가 강사로서 수련실 앞에 서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 때문에 남은 교육 시간은 계속해서 티칭을 연습하고, 익히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주는 선생님 앞으로 교육생들이 둘러 앉아 먼저 ‘티칭의 정의’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요가를 지도하는 데 있어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요가 수행의 본질이 완전히 내면적이고, 대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 말씀하셨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자신의 심신 뿐 만아니라 수련하는 학생들을 잘 ‘관찰’해야 한다고.



관찰의 대상은 학생 개개인의 몸과 말투, 성격 등의 캐릭터를 모두 포함한다. 몸은 눈에 명확히 보이기나 하지, 학생들의 캐릭터를 파악하는 건 정말 힘든 영역이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속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도 다방면의 생각과 관심이 필요한데, 실제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만나온 요가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매일 똑같이 봤지만, 그 중에서도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갔던 분들이.


미국 뉴욕의 지하철 'Union Square'


회사에 출퇴근하며 요가원을 다니던 때가 있었다. 일이 너무 많을 때는 지쳐서 못가고, 컨디션이 괜찮다 싶은 날도 갑작스런 미팅이나 회식이 잡혀 수련을 정기적으로 가진 못했다. 그럴 때면 유난히 마음속으로 꽤나 미안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요가 선생님. 그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약속을 하거나 서로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 적 있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왠지 그 분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습관적으로 수업에 자주 빠졌고, 선생님은 그 사이 인도에 수련을 다녀오느라 실로 오랜만에 요가원에서 대면할 수 있었다.



그날, 우리는 반가움에 서로를 왈칵 부둥켜안았다. 주변에서 이를 지켜본 분들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저 둘은 자주 만난 적도 없고, 친해보이지도 않더니 갑자기 왜 저러지 하며. 직접 묻진 않았지만, 서로의 체온을 느낀 그 짧은 시간동안 그간 느꼈던 내 감정이 맞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날 나는 그간의 죄(?)를 씻고자 “이제 선생님 수업은 절대 빠지지 않을게요.”라 약속까지 하고 말았다. 과연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품으면서. 근데 신기하게도, 이후 정말 그 선생님 수업만큼은 꾸준히 나갈 수 있었다. 업무 상황은 달라질 게 없었지만, 약속한 그 한마디는 꼭 지키고자하는 의지가 생기니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 뉴욕의 공원 ‘Bryant Park'


생각해보면, 내가 10년 넘게 요가 수련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계속해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목적 없이 요가를 하던 나에게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를 권하며 열심히 수련하라는 선물로 만두카 매트를 건네준 사람은 나의 첫 요가 선생님이었다. 이후, 나는 그 매트가 구멍 날 때까지 수련을 꾸준히 이어갔고 그 시간동안 또 다른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아쉽게도 내가 사용한 매트는 문양이 매우 예쁜 에코 라인의 매트여서 새 것으로 교환이 불가능했지만, ‘블랙매트프로/ 만두카프로/ 프로라이트’ 이 3종은 만두카(manduka)에서 ‘평생’ 품질 보장 제도를 실시한다. 자세한 사항은 만두카 코리아 공식 사이트 참고.)



처음부터 친구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친구 같고, 친구가 된 고마운 인연들. 그들을 만나기 위해 피곤하거나 게으름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날에도 요가원에 갈 때가 꽤 많다. 그만큼 수련 뿐 만 아니라 수련 시간 전 후에 선생님과 나누는 일상 대화들에서 위로와 에너지를 많이 받는 편이다. 내 경우엔 가족을 제외하고 일상 속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 바로 요가 선생님이다. 대학 졸업 뒤 각자의 일을 하고 누군가는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학창시절 친구들은 계절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삶을 살고 있다. 그 사이 나는 많은 시간을 요가원에서 보내며, 자연스레 요가 선생님들이 새로운 친구가 됐다. “요가를 왜 이렇게 오래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요가에 의지하며 산다.”고 답하곤 하는데, 실은 ‘요가 선생님’에 기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하며, 고민을 나누는 그런 귀한 친구.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강사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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