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었다. 나도,그랬었고.
당신은 내 발걸음 소리를 알았다
놀래킨다고 뒤에서 조용히 다가가도 나를 알아챘고 당신의 집 계단에서부터 문 앞까지 걸어가는 소리에도 나를 알아채고 벨을 누르기 전 먼저 문을 열어주곤 했다
어떻게 발소리에 사람을 구분해?
내 질문에 당신은 너만 구분한다고 웃었다
나는 당신의 냄새가 좋았다
방금 씻고 나온 것 같은 비누향도 참 좋았고
옷에서 나는 냄새도 좋았다
섬유 유연제 냄새가 아니어서 무슨 냄새인가 했더니
당신 집에 가던 날 이건 온전히 당신 냄새인 걸 알았다
난 항상 그 냄새에 취해 당신과 함께 탄 버스 맨 뒷자리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당신은 매일 이 시간이면 통화하는 목소리가 느려지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잠이 온다는 거짓말로 당신을 재웠다
끝까지 자기는 잠이 안 온다고 더 통화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당신의 하품 소리에 난 이미 전염 되어 당신 꿈을 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마음을 보여주며 당신은 떠나겠다고 했다. 꾸역꾸역 목소리를 한움큼 꺼내 나는 아직 사랑한다고 했다 당신은 마음의 유통기한이 다 됐다고 했다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유통기한이 다 된 당신 마음은 마음이고 아직 사랑하는 내 마음은 마음이 아닌가요, 하고
함께 들은 노래-요조, 동경소녀 (feat.옥상달빛 김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