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의 조건

by 관지

어느 날, 아들이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엄마는 내가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면 좋겠어?"


나도 지나가는 말처럼 답했다.

"같이 있으면 편하고, 떨어져 있어도 안심이 되는 사람.

독립적이고 긍정적이어서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사람이면 좋겠지.

특히 감정이 의존적이면 피곤해. 늘 챙겨야 하고 신경 써야 하니까.

흔히 그걸 사랑으로 우기는데 아니거든.


그게 너한테는 중요할 것 같고 내 입장에서는

나처럼 일하는 엄마 아니고 집에서 살림하는 엄마 사는 딸이면 좋겠네.

그리고 집 분위기는 손님대접이 자연스러운 집.


그 정도면 돼"



그 다음에 이어진 말들이 뭐였는지는 생각이 안 난다. 그래도 어차피 결론은 네가 같이 살 사람이니 존중하겠다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신기한 것은 아들이 그 조건을 내세워 사람을 만난 건 아니었을 텐데

딱 그 정도의 조건에 맞는 식구가 들어왔다.

부모님도 형제 많은 집에 장남, 장녀이셔서 비교적 손님 왕래가 많을 수밖에 없는.


며늘이 육아휴직 때는 집이 20평대의 작은 아파트였는데 놀이터에서 또래 엄마만나면 종종 집에 데려와 차를 마다고 해서, 내가 물었다.


"너는 이렇게 집이 작고 애 키우느라 정리도 잘 못하는데 사람 데려 오는 게 가능해?"

"뭐 어때요, 요 때는 다들 이렇게 사는 거지"


그때 나는 내가 아들에게 내민 조건이 생각나서 웃었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나 사람 사이... 그 정도의 조건이면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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