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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Apr 13. 2021

탐험&실험&경험의
pre-stage를 설계한다면

멘토리가 <강화드림 프로젝트>를 만든 방법

2020년 강화도 청소년과 진행한 <강화드림 프로젝트>는 지난 3년간 멘토리에서 진행했던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남다른 의미로 남은 프로젝트입니다. 2019년 강화에서 청소년들과 진행한 <갯벌 영화제>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보완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으나 전례 없는 ‘코로나 19’로 인해 다시 처음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했을 때의 참담함과 아쉬움이 먼저 떠오릅니다. 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기다리고 있던 청소년&청년 크루들을 보며 힘을 냈던 기억도 납니다. 마치 불빛 하나 없는 밤거리에서 길을 찾아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는 것 마냥 혼란스럽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지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였고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또 다음 스텝을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깊게 이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했고 활동을 함께한 청소년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프로젝트를 다듬어 나갔습니다. 강화드림 프로젝트와 관련한 멘토리의 마지막 콘텐츠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발견한 것들과 깨달은 것들에 대해 나눕니다.  읽기 전에, 아래 두 브런치 글을 참고하시면 여러 생략된 문맥들을 이해하시는 데에 도움이 될 거예요.

우리는 험한 일을 합니다(1)

우리는 험한 일을 합니다(2)


글. 멘토리 프로젝트 매니저, 조홍준

편집. 씨프로그램 러닝펀드 매니저, 문숙희


어떻게 하면 끝까지
남게 할 수 있을까?

2021년은 코로나로 모든 원래 계획보다 규모와 기간을 축소하여 진행을 해야 했습니다. 본래는 지역의 매력을 상품으로 발굴하고 판매하는 모든 단계를 청소년 주도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어려운 상황이었고 멘토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 프로그램보다 경량화된 버전으로 프로그램을 재 기획해야 했습니다. 멘토리는 이를 선행 단계(pre-stage)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멘토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탐험-경험-실험의 과정을 조금씩 모두 경험해 6개월 안에 결과물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경험은 성취감을 남기고 이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해볼 수 있는 심화 및 후속 과정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강화드림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주하는 경험의 설계가 중요했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남아서 마무리를 함께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음표의 연속인 배움의 과정에 마침표가 되는 순간을 만나는 것은 프로젝트를 완주했느냐의 여부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봄으로써 전체적으로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완주의 경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참여자들의 ‘자기 주도성’이었습니다. 자기 주도성은 멘토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특히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강화드림 프로젝트>는 빠르게 목적지까지 가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이 많았는데요. 남의 생각으로 움직이게 되면 흥미도 의욕도 떨어지기 쉬운데, 주도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안한 것이 바로 ‘선택지’였습니다. 운영진이 제시한 선택지에 대해 참가자들이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선택지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여 최적의 대안을 결정(선택)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말 그대로 ‘선택’이었습니다. 운영진이 짜 놓은 틀을 단순히 따르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생각과 의견에 따라 프로젝트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참여자들이 인식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이 선택지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각 선택지마다 예상되는 결과를 모두 고민해봐야 했기에 운영진에게는 몇 배의 수고가 드는 과정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세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선택지가 아닌 가이드라인 제공으로 진행방식을 수정했지만, ‘자기 주도성’만큼은 매 순간 고민했던 질문이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부분에서 선택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멘토리에서는 활동을 통해 지역 청소년들이 지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하는데요. <강화드림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제일 많이 던졌던 또 다른 질문은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는 것들에 오히려 무지하고 무관심하기 마련입니다. 이 무관심은 ‘익숙함’에서 비롯됩니다. 매일 오고 가며 마주치는 일상들이기에 이들의 인식 속에는 우리 지역에 새롭거나 재미있는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 여기서 재미있는 거 해보자’, ‘재미있는 거 할 거야’라고 운을 떼지 않았습니다. 지역 청소년들에게 ‘지역’은 재미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으니까요.


2019년에 <갯벌 영화제>를 진행하며 얻었던 값진 교훈 중 하나가 바로 이 익숙함에 금이 가게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바로 ‘외부의 호응’이 그 방법인데요. <갯벌 영화제>의 GV 행사를 위해 저 멀리 목포에서 달려왔던 게스트분부터 영화제를 보러 와준 수많은 사람들까지. 이틀간 진행한 영화제에 오고 갔던 외부인들을 보며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거 재밌네!’, ‘우리 동네에서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는데요.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외부의 호응을 연결시킨다는 것이 <강화드림 프로젝트> 기획의 핵심 포인트였습니다. 한두 번의 활동으로 청소년이 지역에 대해 가지는 인식을 쉽게 바뀔 수 없겠지만,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처럼 경험이 누적되면 언젠가는 지역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다음 고민은 그렇다면 ‘어떻게 ‘코로나’ 시대에 외부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로 이어졌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외부인을 만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겠지만 우리끼리 만나서 회의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했죠. 우리가 찾아낸 답은 ‘지역 특산물’과 ‘크라우드펀딩’을 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지역 특산물로 상위의 카테고리를 설정한 것은 현실적인 고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을 강화로 부를 수 없으니 우리가 강화를 보내주자’라고 할 때, ①강화를 대표할만한 것과 ②우리의 노력과 수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의 교집합에 위치한 것이 ‘지역 특산물’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인지도도 있고, 탄탄한 소비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빠르게 기획에서 실행까지 할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이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판매 플랫폼으로 선정한 이유도 강화드림 팀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채널이었기 때문입니다. 단순 상품보다도 만든 이의 스토리와 가치관, 철학을 구매하는 소비자층이 두텁게 분포하기 있기 때문에 우리의 활동을 널리 알리기에도, 매력을 어필하기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펀딩 내역부터 좋아요, 공유하기 등의 기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표현들도 일종의 ‘외부의 호응’으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두 개를 결합한 것은 ‘코로나’ 시대에 ‘외부의 호응'을 확인하기 위한 적절한 방향이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메시지를 통해 익명의 구매자분께서 펀딩 한 고구마가 너무 맛있다며, 고구마 농가 연락처를 문의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오프라인과는 다르게 다소 시차를 두고 이런 반응이 나타났지만, 분명 청소년들에게 펀딩을 성공한 것 외에 또 다른 성취 경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194%로 초기 목표를 훌쩍 넘어선 펀딩 결과

 

<강화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제3의 어른들


<강화드림 프로젝트>에서 중요했던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는 ‘제3의 어른’과의 연결이었습니다. 가깝게는 함께 동고동락했던 대학생 크루부터 강화도의 고구마 농가분들, 영상 전문가, 셰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어른들과 서로 다른 접점을 만들어내며 더욱 풍성한 경험과 배움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강화드림 프로젝트>에서 청소년들을 만났던 제3의 어른 매트릭스


강화 청소년들과 함께한 제3의 어른 그룹은 (1)대학생 크루 (2)멘토리 운영팀 그리고 (3)셰프님을 필두로 한 외부 전문가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3의 어른 (1) 대학생 크루

대학생(또는 청년) 크루는 ‘가늘고 길게’ 청소년들과 호흡하는 존재입니다. 거의 1년에 가까운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청소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때론 그들보다 한 발 앞서 경험한 것들을 나눕니다. 대학생 크루는 프로젝트 초기에 청소년들을 모집할 때 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대학생’의 절묘한 지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청소년들에게 대학생은 성인이고 대단한 존재로 비치면서도 나이 차가 적기 때문에 관심사가 비슷하고 이야기도 잘 통하는 ‘친구’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청소년들에게 대학생은 친해지고 싶은 존재입니다. 멘토리에서 활동했던 청년 크루들은 대부분 25세 이하의 대학생들이었는데요. 


활동을 하는 내내 ‘내 옆에 있어주는 든든한 조력자’의 느낌으로 청소년들은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분명 부딪히고 막히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들이 ‘처음’ 발생했을 때, 대학생들이 먼저 용기를 내어 움직이게 되는데요. 그걸 보고 용기를 얻은 청소년들은 그들을 따라 움직입니다. 이렇게 한번 경험을 하고 나면, 그다음 문제 상황에서는 청소년들이 먼저 용기를 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을 향한 보이지 않는 지지와 응원은 청소년들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주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줍니다. 


제3의 어른 (2) 멘토리 운영진

멘토리 운영진은 대학생들처럼 프로젝트 기간 내내 청소년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응원하는 존재합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제1의 주체로서 운영진은 청소년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인데요. 프로젝트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에게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고 알 수 있는지’에 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간과 자원의 제약이라는 운영 상의 한계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무한정 기다려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각 과정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운영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참여자들이 해낼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들 중 반드시 필요한 일은 운영진이 직접 처리하거나 전문가를 섭외하며 지원했습니다. 운영팀은 청소년들에게 약간 버거울 수 있지만 결국엔 해낼 수 있는 ‘챌린지(challenge)’한 역할들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됩니다. 이 때에는 운영진이 직접 시범을 보이며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어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중간 결과물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이게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고, ‘다음에는 내가 더 주도적으로 해볼까?’라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운영진이 뒤에 있음을 청소년들이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러한 믿음을 쌓을 수 있었던 약 1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제3의 어른 (3) 외부 전문가 그룹

다음은 전문가 그룹입니다. 프로젝트 중 레시피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셰프님을 섭외했다고 했을 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모든 친구들이 입을 모아 ‘우리 활동이 생각했던 것보다 스케일이 훨씬 크구나’라고 말했습니다. 요리 개발 단계에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친 뒤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조적인 시선도 담긴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를 섭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전문가를 만나 활동을 진행하고 관련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크루’나 ‘멘토리(운영진)’은 초기 단계에 영감을 주고 이끄는 역할을 하면서 점점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존재로 역할을 바꿔갔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외부 전문가들을 섭외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죠. ①낯선 이를 만난다는 것과 ②그 사람이 이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모종의 긴장감과 책임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프로젝트 중간중간 얼굴을 마주하였던 ‘낯선 얼굴의 전문가’들은 프로젝트에 대한 청소년들의 열의를 다시 불러일으켰고, 장기간 진행되는 활동에 다시 몰입하게 해 준 원동력이었습니다.


이 매트릭스의 핵심은 ‘프로젝트 진행과정마다 필요한 제3의 어른은 제각기 다른 역할을 지니고 있으며, 그 어른들이 전체의 과정에서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짧고 굵게, 어떤 사람들은 가늘고 길게 청소년들과 호흡하며 그들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떤 방식으로 청소년들과 상호작용 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여 세팅해놓아야 청소년과 전문가 모두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음을 <강화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3의 어른과의 관계가
지속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멘토리(운영진)의 역할로 전문가 섭외를 이야기했습니다. <강화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멘토리의 활동에 있어서 ‘제3의 어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날 것 같은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관계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제3의 어른과 청소년은 ‘협력’ 관계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여건상 제3의 어른과의 만남이 ‘지원’, 조력’의 역할을 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상황이 대부분이었지만, 전문가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청소년과 협력자로서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렸는데요. ‘협력’이라는 단어 뒤에는 이 활동이 전문가에게도 필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 금전적인 보수나 보람&성취감뿐만 아니라 하는 일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인 협력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계속 알아가는 단계에 있고 더 많은 전문가분들을 만나다 보면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화드림 프로젝트>에서는 청소년들이 전문가와 만날 준비를 시키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다는 모습을 보이면 전문가들에게도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했고 문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청소년들이 전문가와 연결할 때 유의해야 할 지점은 ‘전문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자기 주도성’과도 관련 있는 부분인데요. 특정 영역에서는 전문가의 주도 하에 진행되지만 이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을 이끌어 나가는 건 청소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강화드림팀은 셰프님을 만나 뵙기 전에 필요한 자료들을 조사하고, 촬영 장비를 빌려 셰프님과 하게 될 활동을 리허설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청소년들이 ‘이 프로젝트의 전문가’로서 전문가들과 조금은 대등한 입장에서 만남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완전히 대등한 위치에 놓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감도 얻고 긴장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할 수 없는 것 VS.
할 수 있는 것 VS.
해야만 하는 것


연말&연초 코로나가 재 확산되며 프로젝트의 마지막인 ‘수료식’을 진행하지 못했는데요. 사무실 한쪽 책장에 고이 모셔놓은 수료패와 수료증을 보니 조바심도 나고, 찜찜한 마음을 해소할 길이 없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 시대에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는 건 마치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거 같았습니다. 일상이 뒤흔들리는 경험은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했는데요. 위기가 기회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명확해지고, 그것들을 걷어내니 오히려 해야 할 방향이 또렷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 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해야만 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혼란스럽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가 해야만 하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은 ①실행을 통해 결과물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②이 과정에서 외부의 호응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 집단인 ‘제3의 어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달은 것 또한 코로나가 준 선물이라면 선물 이었던 것 같네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달려오지만 돌이켜보면 제 자신 또한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매력에 끌려 지난 3년을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달려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이것밖에 해줄 수 없다’는 제 자신의 한계 또한 많이 느끼고 좌절감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번 <강화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많이 위로받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를 위해 뜻을 함께 해주고, 움직여주는 수많은 조력자들을 보면서 용기와 자신감을 많이 얻은 한 해였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올해도 ‘코로나’로 인해 여러모로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작년과는 달리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 큽니다. 올해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앞으로 멘토리의 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강화드림 프로젝트를 함께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ontherecord/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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