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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왼쪽이잖아? 그렇지?

by 김트루

“어? 왜 시동이 안 걸리지?”

갈 곳을 잃은 손이 허둥거리다 애꿎은 핸들만 꼭 쥐었다.


“브레이크 밟고 시동 걸어야지.”

대체 뭐 하냐는 눈빛을 보내며 남편이 말했다.


“아, 맞다.”

싸늘하다. 이 좁은 공간에 어색한 공기가 가득하다.


남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위에 있는 손잡이를 잡았다. 운전도 떨리는 데 옆에 앉은 남편은 더 신경 쓰인다.



면허증만 따면 운전은 바로 될 줄 알았다. 기어를 멋지게 바꾸고 핸들을 한 손으로 돌려서 우아하게 후진 주차까지.

분노의 질주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 사람들은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운전을 하는데, 나는 당장 내일 넘겨야 할 일들이 쌓여있기도 하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운전할 생각은 꿈에도 못 꾼다.


그렇게 어영부영 면허를 딴 지 7년이 흘렀고 이제야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였다. 그리고 나는 그 스티커를 한 달도 안에 뗄 줄 알았다. 그건 정말 큰 오산이었다.

난 여전히 지하 주차장을 맴돈다.



조수석에 앉아 남편이 운전하는 것만 지켜본 게 3년이 넘어간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지만,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외웠던 것들은 거의 기억조차 안 났다. 오히려 남편이 운전하는 걸 보며 다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만한 신호, 교통 법규 심지어 비보호도 그때 제대로 익혔다.

네비 보는 법도 어리숙해서 네비를 보다가 오히려 길을 잘못 들어서 후진한 날이 수두룩하다.


조수석에 앉아서 남편이 멋지게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옆에서 보고 배운 게 몇 년인데.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설마 내가 개만도 못할까 싶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개만도 못했다.


왜 이렇게 운전만 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목이 굳는지. 도로 위에 차들이 모두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다. 도로에 나가는 것 자체가 겁이 났고 심지어 기분 탓인가,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나니 모든 차가 다 내 앞으로 끼어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나는 이 운전을 해내야만 했다. 집에서부터 직장까지의 이 애매한 거리는 버스 기다리고 타고 가는데 30분이 넘게 걸리고, 운전을 하면 10분이면 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동을 건다. 좀 더 나은 나를 위해 기어코 운전석에 앉는다.

주문처럼 외운 공식을 머릿속과 입 밖으로 중얼거리며 시동을 켜고 기어를 변속하고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린다.


운전이 익숙해질 거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익숙해지는 건 그냥 겁먹은 상태로 계속 운전하는 나 자신이다.

모든 차가 나를 향해 돌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다.
초보 스티커를 붙이든 말든 세상은 바쁘고 무심하다. 그 속에서 나는 속도보다 눈치를 더 본다.


방향지시등을 켜면서도

“실례지만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 하고 묻는 마음으로 차선을 변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 피를 말리는 운전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어제도 겨우 했고, 내일도 또 해야 한다. 무섭다고 멈출 수는 없고 편하다고 계속 조수석에만 앉을 수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결론은 이거다. 나는 여전히 초보지만 그렇다고 초보로 살 수는 없다.
나는 해내야 한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운전이든 인생이든, 누구나 다 처음인 초보이고 그 처음은 다 무섭다는 거.

그리고 그 무서움을 안고 나아가는 게 초보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라는 걸.

그렇게 오늘도 나는 지하주차장을 벗어난다.

느리고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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