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과연 나의 옆집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궁금할 때가 있다. 간혹 뉴스에 나오는 이웃 간의 아찔한 사건 사고 소식들을 볼 때면 더욱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심지어 전에 살던 이웃이 이사를 가고 새로운 이웃이 왔다면 더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내가 그들에게는 어떤 이웃인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이참에 지나가다 마주치면 제대로 인사를 한 번 드려야겠다 싶은 그때, 누군가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저 옆집인데요."
"네? 아, 잠시만요!"
인터폰 화면 속 남녀 한 쌍은 최대한 인터폰에서 멀리 떨어져 서 있을 만큼 조심스러워 보였다.
'무슨 일이지? 뭐가 시끄러웠나?'
문을 열러 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대체 왜 왔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걱정이 되었다. 가족 아니면 친구에게만 열리던 문은 어느새 활짝 열렸고, 내 앞에는 무언가를 들고 서있는 옆집 이웃이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아이가 백일이 되어서요. 떡을 좀 맞췄는데 괜찮으시면 좀 드셔보시라고 가져왔어요."
놀라서 외마디 탄식을 내뱉는 나를 향해 그들은 빨간 접시 위의 하얀 백일 떡을 내게 건넸다.
"어머, 아기가 있으셨구나! 몰랐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셨을 거예요. 아기가 울면 시끄러울 수도 있는데 양해 부탁드려요."
"아닙니다. 아기가 우는 건 당연한걸요 뭐. 걱정 마세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네, 잘 먹을게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그렇게 다시 문이 닫히고 나는 나란히 정갈하게 놓인 두 개의 떡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자신의 도어록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급하게 정신을 차리며 냉장고로 달려갔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가장 잘 익은 빨갛고 예쁜 모양의 사과를 몇 개 꺼냈다. 그리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집 초인종을 누르려다 멈칫한다.
혹시 아기가 자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노크한다. 그리고 아주 작지만, 살짝 격양된 목소리로 이웃을 불렀다.
"저 옆집이에요."
이내 문이 열리고 다시 만난 그들의 품에 안긴 작은 아기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를 지으며 가져온 사과를 건넸다.
"어제 사과를 샀는데 진짜 맛있어서요. 한 번 드셔보세요."
"어머, 안 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그렇게 다시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굉장히 크고 꽉 찬 무언가를 가져오는 기분이다.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와 떡을 한 입 먹어본다. 아직도 따뜻한 떡의 온기가 입안에 뭉근하게 퍼진다. 백설기가 이렇게 달았던가?
옆집 이웃이 초인종을 누른 후, 나의 행동은 조금 달라졌다. 집에서 웬만하면 큰 소리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던가, 복도를 지나갈 때는 괜히 발걸음을 작게 걷는다던가, 택배는 초인종을 누르지 말고 그냥 집 앞에 두고 가라고 한다던가 말이다.
이런 작은 배려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기의 단잠을 깨우지 않고 그동안 나의 이웃이 잠깐이라도 쉴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런 나의 사소하고도 지극히 개인적인 배려는 그 따뜻하고 맛있었던 하얀 백설기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일 것이다.
인간관계라는 게 이렇게 문 하나 사이의 거리에서 시작되는 것일 줄이야.
다음에 나도 이사 갈 땐, 꼭 이사 체크리스트에 '떡 값' 항목을 추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