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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완 Jun 16. 2021

헌신적인 사랑의 대가

사람 하나 사랑했단 이유로 전부 잃을 수도 있더라고요.

사람 하나 사랑했단 이유로 전부 잃을 수도 있더라고요.



  달을 닮은 당신과 가장 가까이서 함께 빛나고 싶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세상을 밝히는  강력한 빛에  눈이 전부 멀어버린대도  괜찮을 것만 같았거든요. 동공이 희게 변하고  주변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르르 떨린대도,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굽혔다   없을 만큼 심한 마비증세가 찾아온대도 무작정 좋을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서 당신을 깊숙이 사랑하는 일에 풍덩 뛰어들었고, 그래서  막히는 당신을 오래도록 연구했고, 끝끝내 당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미욱한 빛이라도 내는 법을 찾아내고야 말았던 건데요.


  정말 달처럼 반짝이는 당신은 너무 높이 있고, 나는 거기까지 닿을 날개가 없었거든요. 고심 끝에 나는 출렁이는 밤바다의 표면에 너울거리는 달의, 당신의 옆으로  스스로 몸을 불태우기로 했어요. 남들이 그건  가짜라고, 하늘에 걸린 달이 아니라면  소용이 없다고, 바다에 표류한 달은 물장구  번이면 전부 사라지고  거라고 타박을 해대도 나는 좋았어요.

  동이 트고 당신이 잠깐 사라졌을 때도, 나는 물속을 천천히 유영하며 지나가는 물고기들에게 오늘 밤도 당신이  거라 파랗게 자랑하고는 했었는데요.


  눈발 같은 시간이 세차게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나는 차가워지고, 추워지고, 손만 닿아도 녹아버릴 듯이 딱딱하게 얼어버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시야가 흐려지고, 그러다가도 밤이 오고 당신이   옆에 둥실 비치면,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다시 샐쭉 웃고. 우리 둘만 남은 밤바다의  가운데에는 새로울 것도 없었지만, 언제  아침이 올지 몰랐기에 나는 쉬지도 않고 당신에게 입을 맞춰댔는데요.

  이대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을  같아, 나는 문득 당신을 전부 마셔버리기로 결심했어요.  속을 당신으로 가득히 채워 넣으면, 더는 당신이 없는 아침을 겁낼 필요도 없을 거라 착각했으니까. 그러면  하늘의 건방진 입꼬리에 걸린 진짜 당신도   것이  거라 욕심부렸으니까.


  생각과는 다르게 마시고  마시고 진종일 빨아들여도 당신은 끝도 없이 넘실거렸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부른 배가 폭죽처럼 터져 이곳저곳으로 흩어졌고, 버림받은  살점은 그때  물고기들이 전부 삼켜버렸고, 이제 나는 하나도 남지 않은  되어 버렸거든요.


  당신은  검은 하늘 자락에 세게 박힌  여전히 눈부셨고, 내가 목숨 걸고 곁을 지킨 가짜는 흩어진  살점을 노리고 몰려든 물고기들의 어지러운 헤엄에 정말 전부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는 평범한 이들의 비웃음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와요.


  나는  마음에  사람을 

  마음껏 사랑한 것뿐인데,

  때로는 그게  죽이기도 하더라고요.


  나는 달을, 그러니까 그걸 닮은 당신을 사랑한 것뿐인데, 몸도 마음도 몽땅 죽어버린 셈이죠. 실수였다고, 모두 농담이었다고 다시 되돌려놓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어요. 저기  어리석은 사람 하나가 검은 바다에 비친 사랑을 탐하며 맨몸으로 풍덩,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뛰어들어요. 그러지 말라고, 그렇게 맹목적인 사랑을 하려 들지는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나는 이미 산산조각이  그럴 입도 없는데요.


  눈에 보인다고  사랑이 아니래요. 진짜는 너무 멀리 있고, 가짜는 너무 위험하니까. 나는 당신이랑 있는  제일 좋았던 것뿐인데, 좋은 것만 좇는   사랑이 아니래요. 나는  잃었어요. 하나하나 헤아려  필요도 없이.


  고작 사랑 한번 하고서 내어준  바로  전부래요. 나는 이제 사랑이라는 말 하나에도 오금이 저려와요. 뿌리째 말라버린 아침볕처럼, 더는 맞설 힘이랄  없네요.


<헌신적인 사랑의 대가>,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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