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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의여신 Oct 18. 2022

[와츠업] 10. 교수 6년 차 인터뷰

지식/기술 생산자, 교육자를 꿈꾸신다면

What's 業(와츠업)은 자신만의 직업의식으로

일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갖고

퍼스널 브랜드를 만든 직업인들의

일과 삶을 담은 인터뷰입니다.

 

이 직업/일에 관심은 있는 분들께

직업인과 나눈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와츠업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띵동, 와츠업님이 임치현 님을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임치현 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니스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임치현입니다. 

유니스트 산업공학과와 인공지능대학원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어요. 


04학번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교수님이시라니?! (엄지척)
교수님의 일과는 어떤지 들려주시겠어요? 

교수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저는 규칙적으로 하루를 사는 편이에요. 

아침 9시쯤에 둘째 아이를 학교 안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며 출근을 하고,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에는 강의를 하고요.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연구실 학생들과 연구를 하거나 여러 행정적인 일들을 하고 있어요. 몇 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 책임자를 맡고 있어서 관련 미팅도 주기적으로 하고요. 

저녁 6시쯤 집으로 돌아가서는, 가족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냅니다. 일이 바쁠 때는 아이들을 재우고 밀린 일을 좀 더 하고 하루를 정리해요. 주말에는 아이들과 근교에 놀러 갑니다. 매주 이렇게 거의 똑같게 사는 편입니다.

딸과 주말에 학교를 산책 중


가정적인 교수님이세요. 루틴이 있는 삶을 사시네요. 

네, 저는 가족과 함께 루틴이 있는 삶을 사는 편이에요. 교수라는 직업의 장점이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 많은 교수님들의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다른 교수님들의 생활 패턴을 보면, 저와 같이 루틴을 가지고 일하시는 경우도 있고, 학교를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오시면서 일하시는 경우 등 패턴이 다양하세요. 본인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일하는 거죠. 

자유와 권한이 있는 만큼 그만한 책임도 주어져요. 지식과 기술 생산자이자 교육자로, 본인이 정한 일을 끝없이 계속해야 하는 것이죠. 출근과 퇴근 둘 다 정해지지 않은 채, 일의 규모를 본인이 스스로 정하면서 일을 할 수 있어요. 그 일은 본인이 만드는 것이고, 일을 많이 만들수록 성과는 많으나 책임도 그만큼 지면서요. 시간을 중심으로 하는, 추가 수당 개념이 있고 주 52시간을 지키는 직업들과는 다르죠. 


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궁금하네요. 알려주시겠어요? 

 저는 포스텍에서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박통합 과정으로 산업경영공학을 전공했어요. 이후에는 UC Merced에서 Ph.D.로 연구원이자 강사로 근무했고, 이후 교수가 되었어요. 

과학고를 조기 졸업한 후 포스텍에 입학했어요. 카이스트도 갈 수 있었는데, 당시 조기 졸업자와 과학고 출신 비율이 적고 집에서 먼 포스텍에 훨씬 더 관심이 갔어요. 비교적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저보다 나이가 많은 형누나들과, 많이 새로운 지역 환경에서 대학생활을 하면 뭔가 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예요. 

입학 전 겨울방학에 캐나다 일주를 하며 처음으로 큰 세계를 혼자 둘러봤어요. 혼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 후 더 오래 여행해보고 싶어, 대학교 2학년 마치고 10개월 간 세계일주를 했죠.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여러 경험을 통해 '성숙함'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고, 그 후 비로소 학업에 안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집중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거든요. 세계일주 후에는 학업 및 여러 연구 주제들에 관심도 많아졌고, 포항공대의 좋아하는 교수님 연구실에서 석사를 마친 후 유럽으로 유학을 가려했어요. 하지만 연구실 입학 후 그 교수님께 더 배우고 싶어 졌고, 전문 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박사과정을 수학하며 군 복무도 마칠 수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죠. 그래서 석사과정에서 석/박통합 과정으로 전환하였습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에는 UC Merced에서 Ph.D.로 연구원이자 강사로 근무했죠. 세계일주 때 멕시코에서 만난 와이프와 전부터 해외 거주를 꿈꿨던 터라, 당초에는 미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육아를 타지에서 오롯이 저희 둘이서만 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한국 사람이 거의 없는 동네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와이프 등을 고려하여 한국으로 일찍 돌아오기로, 혹은 해외 대도시로 이동하기로 마음을 바꾸었어요.  또 한편,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대기업 연구소 채용 인터뷰도 진행 중이었는데, 회사 연구소보다는 학교에서 완전히 자기 주도적으로 유연하게 일하는 것에, 가정적으로 사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려, 2016년 가을에 여러 국내외 대학교 교직에 지원했어요. 합격한 곳들 중 유니스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2017년부터 지금까지 유니스트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어요. 

유니스트 전경


산업공학이라는 한 분야를 꾸준히 그리고 깊게 연구하셨네요. 대단하세요! 
이야기 중간에 세계일주를 언급하셨는데, 스토리를 조금 더 들려주시겠어요? 

 제가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생활 2학년 때까지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란 질문을 계속하게 되었어요. '세상에 어떤 올바르거나 맞다고 할 수 있는 원칙들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요.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새로운 환경들에서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며,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 이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10개월 동안 총 1450만원을 들여서 세계일주를 했어요. 

Photo by Kyle Glenn on Unsplash

 이를 위해 2학년 2학기 중반부터 겨울방학까지 과외를 5개나 하고, 부모님께 용돈 10개월치를 미리 받는 등 다양한 수단으로 여행 자금을 마련했어요. 그리고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도 사전에 준비해 여행을 떠나서, 여행 중 돈이 떨어졌을 때 캐나다에서 한 달간 공장에서 일하면서 여행 자금을 충당했죠. 

 여행하면서 특히 인상에 깊었던 것의 예시는, 온 마음과 몸을 다해 하루 종일 오체투지를 하며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티베트 사람들, 인도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사람들과 환경이었어요. 여러 나라에서 만난 다양한 한국인 형, 누나들과 상호작용하며 많이 배우기도 하였고요. 이런 세상의 찐하고 다양한 것들을 접하며 삶이란 참 각양각색임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마음에 여유가 생기며 포용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일의 이치를 알게 되면 그 과정의 작은 것들에 집착을 덜하게 되는 것처럼, 제 마음속 날뛰던 예민함이 제어되기 시작하고, 성숙함에 대한 막연한 갈증도 많이 해소된 시기였어요. 여행 중간에 제 평생 반려자인 사랑하는 와이프도 만났으니, 제겐 참 값진 경험이었죠. 또한, 중간에 목적지가 다를 때는 따로 다녔지만, 세계일주를 같이 출발하고 같이 귀국한 한 학번 선배와는 의형제가 되었죠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로, 에베레스트 산에 가는 길 중에 찍은 사진 - 현재 충남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있는 조성진 형(왼쪽)과 저(오른쪽) 




세계일주를 통해 정신적인 성숙과 연구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셨네요. 값진 경험이세요.
교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교수를 꿈꾸는 분들에게 꿀팁 공유 부탁드릴게요. 

 보통 교수가 되는 걸 주차하는 것과 비유를 하곤 해요. 주차 자리가 있으면 티코도 들어갈 수 있으나, 자리가 없으면 아주 비싸고 좋은 차도 못 들어가는 게 현실이죠. 2016년도에 여러 학교의 교직에 지원하던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저는 연구 실적은 괜찮은 편이었으나, 제 분야는 산업공학 분야에서는 신생 분야라 니즈가 높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허나 유니스트 산업공학과는 신생 학교, 학과인 상황이라 주차장에 남은 자리들이 비교적 꽤 있는 상황이었어요. 또한, 학교의 니즈와 제 연구분야 및 기질이 맞아 면접과 레퍼런스 체크를 통과할 수 있었고, 유니스트 교수가 될 수 있었어요. 때와 운이 다 잘 맞았던 것이죠. 

 꿀팁이라면, 가고 싶은 학교들의 상황을 잘 살피며, 본인의 분야 및 관심사와 잘 맞는 빈자리가 있어 보인다면 적극 지원해보시고, 어떨 때는 본인에게 맞는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니, 혹시 잘 안될 때는 너무 낙담하지 마시고 자신에게 맞는 때와 자리를 잘 기다리셨으면 해요. 


 두 번째는, 연구도 잘해야 하지만, 글을 잘 써야 해요. 대학원 시절에 제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논문 작성이었어요. 연구자의 역량은 결국 논문으로 증빙되는데, 수없이 쏟아지는 논문들 중 '이 논문을 참 읽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도록 매력적인 글을 써야 해요. 이 연구가 해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본인 연구의 기여를 확실하게 만들어 제시하면서요. 그래서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것은 연구를 잘 설계할 수 있다는 것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교수라면 글은 잘 써야 하는 것 같아요.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신 김광재 교수님, 박사 후 연구원 시기 지도교수님이신 Paul Maglio 교수님도 정말 글을 잘 쓰셨고요. 


잘 쓴 글이란 어떤 글일까요? 이를 위한 팁이 있을까요? 

 잘 쓴 글은 우선 읽고 싶은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연구 문제를 찾고 정의하는 데에 공을 들이는 것이 참 중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나무의 큰 뿌리처럼 원천적인 문제들이 일반적으로 좋은 문제가 되죠. 이를 잘 찾아 잘 정의하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고 읽고 찾아보고 물어보는 일종의 수련의 과정이 필요해요. 

 연구를 해 논문을 출판한다는 건, 다른 연구자들과 글로 대화하는 과정이에요. 어떤 공통의 관심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던지면서 ‘내가 찾은 것, 만든 것에 대해 한번 들어보라고’ 하는 것이죠. 많은 이들이 관심 있고 공감하는 중요한 주제라면, 맞는 말을 했다고 받아들여지며 논문이 승인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귀 기울여 주며, 즉, 인용을 하면서, 제 논문이 공유되고 연구가 전파되는 것이죠. 어떤 대화의 장에서, ‘지금 무슨 이야기가 필요할까/좋을까?’ 고민하는 과정이 좋은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한편, 좋은 연구는 사람들에게 막 들어보라고 어렵게 힘들여 글 쓰지 않아도 쉽게 좋은 논문으로 잘 써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제 종류와 관계없이 어떤 문제들에 대해 실제 연구하는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을 때가 많아요. 즉, 좋은 주제 (핵심 뿌리)나 비교적 그렇지 않은 주제 (잔뿌리)나 투자하는 시간은 비슷할 때가 있는 거죠. 작은 연구라고 어떤 연구든지 대충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기에, 연구 문제 정의 단계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미래 레버리지를 크게 당길 수 있는 길이에요. 


 마지막으로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게 써야 해요. 제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한 문장을 덜었을 때 문맥이 깨지고 동시에 한 문장이라도 더 넣을 필요 없는 글이요.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겠지만, 끊임없이 계속 읽고 고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군더더기가 없는 좋은 논문, 문단, 문장들을 쓸 수 있는 경지에 올라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저는 대학원생 시절 글을 잘 쓰기 위해, 논문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보면 메모를 해두었어요. 소위 더 집중해 읽고 싶도록 마음을 훔치는 문장이나, 같은 표현이라도 더 학술적이거나 고급스러운 표현이 되는 것들이요.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교수로 일하면서 어떤 점이 만족스러우세요? 

 교수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것인데, 저는 이게 참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더 나은 방향과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잘 안 되는 것은 ‘이건 왜 잘 안 되는 걸까?’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이런 성향의 사람들 (저를 포함하여)은 알게 된 지식을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성향도 강한 것 같아요. 지식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에 대한 만족감이 커요. 또한, 학생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쳐주면 안 되고, 좋은 것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공부와 연구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좋은 학생들 덕분에 저도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는데 돈을 받는 교수 직업은 제게 잘 맞는 삶인 것 같아요. 

교수 직업은 그 외에도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여러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행하기 참 좋죠. 예를 들어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프리랜서처럼 내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점이 참 좋고요. 


교수로 일하면서 예상했던 점과 다른 점은 어떤 게 있나요? 

 교수는 크게 3가지 (교육, 연구, 봉사) 일을 하는데, 봉사, 다른 말로 서비스 일이 생각보다 많답니다. 

 서비스 일이라 하면 교수 본인의 교육 및 연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을 포함하는데, 예를 들어 학교와 학과 발전을 위한 기획과 여러 일들의 추진, 학교와 학과 운영에 수반되는 기본적인 행정 일, 이런저런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승인, 감독, 결재, 지역사회 기업들과의 협력,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일들에 대한 외부 조언자 역할 등이 있어요. 

 학교와 학과에 따라 교육/연구/서비스의 비중이 다르니, 교수 지원 시 대상 학교의 특성을 체크해보시면 좋아요. 포스텍/카이스트/유니스트와 같은 연구 중심 학교는 연구를 선호하시는 분들에게 만족스러우실 거예요. 또 어떤 분들께는 교육 포션이 큰 학교가 더 만족스러우실 거예요. 물론 같은 학교 안에서도 학과와 개인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해요. 유니스트는 전체적으로 연구 포션이 매우 크긴 하나, 연구과 교육과 봉사에 각각 얼마나 시간을 쓰느냐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기는 해요. 아무튼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IT 분야는 교직보다 대기업 연구직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아요. 어떤 분야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연구소에 가면 서비스와 교육과 연구 인프라 걱정 없이 연구 작업 그 자체에만 더 집중할 수 있기도 하니까요. 

본인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자신에게 맞는 대학교에서 일하면 좋겠죠? 


교수로 일할 때, 롤모델이 있으실까요?  

롤모델이라기보다는, 이런저런 의사결정 순간에 생각나는 분들이 계세요. 제게는 박사과정과 박사 후 과정에 대한 두 지도교수님이 계신데, 두 분 모두 본인 분야에서 정점을 찍어보신 것은 같으나 스타일은 참 다르세요.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은 규칙과 성실함을 정말 중요시하는 스타일로, 학생들에게 세심하고 따뜻한 가이드를 주시는 우산 같은 분이세요. 박사 후 과정 교수님은 그와 달리 자율 방임형 스타일이세요. 학교에 일주일에 한두 번만 출근하시고, 대부분의 일은 집에서 하시며 많은 대화를 글로 하셨습니다. 두 분 모두 논문을 정말 잘 쓰셨지만,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은 논리적 글쓰기에 더 방점이 있으셨고, 박사 후 과정 지도교수님은 스토리텔링적 요소에 더 방점이 있으셨죠. 

 제가 대학원생들을 대할 때 학생의 성향에 따라 두 지도교수님의 스타일을 참고하곤 해요. 저는 어느 정도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나은 학생에게는 박사과정 지도교수님 같은 스타일로, 오히려 대부분 본인이 스스로 하는 것이 좋을 학생에게는 박사 후 과정 지도교수님 같은 스타일로 대하곤 해요. 


만일 대학생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경험/준비를 할 것 같나요? 

제 대학생 때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과목들에 대한 편식이 참 심했다 싶어요. 몇몇 과목은 수업을 안 간 경우도 많았으니까요. 지금 그때를 생각해보면 학업보다 외부 경험을 더 우선시하며, 그놈의 ‘성장’이라는 것에 취해 있었구나 싶어요. 그랬던 저였기에, '학생으로서 공부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라는 말을 하는 게 부끄러워 저학년 학부생들에게는 이런 말을 잘 못합니다 (웃음)

 

 제가 학부 저학년 시절로 돌아간다면 (학업과 학업 외 경험) 둘 다 열심히 하고 싶어요. 생각해보면 조금만 더 열심히 스마트하게, 기민하게 하면 학교 안/밖에서의 경험을 모두 잘 쌓을 수 있으니까요. 어린 시절에는 이 두 개가 공존하기 어렵다고 합리화를 해서, 제가 부족하거나 멋있어 보이는 학업 외 경험들을 선택했었는데, 과거로 돌아간다면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려고요. 학업 외 경험이 학업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닌데, 오히려 같이 하는 게 더 좋을 때가 많은데, 가진 것을 더 강화하고 부족한 것도 보완하고 강화하는 길인데, 이것을 잘 몰랐어요. 참고로 대학생 시절에 공부 안 한 것들은 결국 나중에 다시 공부하게 된다는 점도 잊지 마시고요. (웃음) 


 그리고 오늘 인터뷰 주제 측면에서, 교수가 되고 싶으신 분들은 관심 분야에 따라 해외 대학원으로 유학을 가는 게 나은 경우들이 많은데, 좋은 학교 좋은 연구실로 유학을 가려면 학점이 높으면 많이 유리하니, 여러 모로 봤을 때 높은 학점을 지향하는 것은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학점은 어떤 일을 하는 데에 필요한 ‘성실함과 역량의 척도’이기도 하죠. 요즘에는 분야를 막론하고 국내에도 좋은 학교와 좋은 연구실이 많은데요, 국내 대학원 진학에서도 학부 시절 학업을 얼마나 열심히 잘 수행했는지는 중요한 평가 척도 중 하나입니다.

Photo by freddie marriage on Unsplash


요즘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신가요? 

이상 (양질의 연구개발)과 현실 (부족한 연구개발비) 사이에서의 갈등이에요. 

 제 이상은 학생들과 양질의 R&D 프로젝트에 더 집중하는 것인데, 연구실 운영을 위한 연구비를 수주하려면 R&D에서 R에 해당하는 연구가 아닌 D에 해당하는 개발 일이 많은 프로젝트 (현실)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떨 때는 이미 정해진 주제에 대한 개발 중심의 용역 프로젝트 (예를 들어 오픈된 기술을 잘 활용하거나 조금 수정해 활용하면 되는 개발 프로젝트)를 큰 연구비를 고려하여 해야하죠. 하지만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 원천적으로 기여하고, 학생들의 학문적 성장을 위해서는 연구비가 적더라도 중요한 문제를 새로이 정의해 처음으로 해결하는 학술적인 연구 프로젝트 (예를 들어 원천 기술을 특정 개발 일에 종속적이지 않은 형태로 연구)를 하면 좋습니다. 물론 원천 연구에 집중할 수 있으며, 최종적인 개발 일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연구비도 큰 프로젝트를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연구비를 수주하는 것은 학과와 학교를 운영하는 데에 필수적이라, 그 자체가 실적이고 교수의 능력이라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물론 이게 틀린 말도 아닙니다. 하지만 연구비를 위해 단기적 개발 중심의 프로젝트에만 너무 많이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크게 기여할 학술적인 연구로부터는 멀어지는 악순환을 갖게 될 수 있어요. 물론 현실에서 동떨어진 연구에만 집중하는 것도 안 좋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좋은 양질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만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울 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디가 최적의 밸런스일 것일까?’ 하고 생각해요. '학생들과 나를 위한 최적의 프로젝트 조합이 무엇일까?'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면 더욱 좋은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죠. 


앞으로의 목표를 들려주시겠어요? 

훌륭한 연구개발을 통해 산업과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자, 또한, 역량과 인성 모두 훌륭한 학생들을 많이 배출하는 선생님으로서 살고 싶어요. 


교수님께 일이란 어떤 걸까요? 

 일이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일을 잘하는 것이란, 책임을 억지로 지는 게 아닌 자기 주도적으로 리딩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끌려가는 게 아니라 끌어가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교수라는 직업은 교육/연구/서비스를 잘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교수를 꿈꾸시는 분들은, 특정 연구에 종적으로 깊이 몰입하시는 것은 기본이고, 때로는 이종의 일들을 횡적으로도 잘할 수 있도록 미리 스스로를 트레이닝해보았으면 해요.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분이라도 열심히 꾸준히 공부하고 고민하는 성실함이 필요하답니다. 이런 점을 마음에 새기면서 열심히 사셨으면 해요. 

Photo by Gabri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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