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iang khong Jun 01. 2022

다이어트 14

안산자락길 드디어 완주!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남들은 빠르면 1시간 반이면 완주 한다는 안산 자락길.

대부분이 테크가 깔린 평지 7킬로미터의 둘레길.


나는 무려 3번이나 중도포기를 하고 내려 왔더랬다.


망할놈의 저질체력......ㅠㅠ.


하지만 이번엔 기필코 완주하겠노라 결심하고 7737번 버스를 타고 독립문 파크빌 아파트에서 내렸다.


우선 독립문 영천시장에서 사온 김밥과 밀크티 음료부터 꺼냈다. 연료를 넣어야 움직일게 아닌가.

아... 산에서 먹는 김밥은 어찌나 달콤한지 몇번 씹지도 않았는데 르르 녹듯이 사라졌다.


초콜렛을 몇알 먹고서 나는 벌떡 일어섰다.

오늘 반드시 왼주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고 걷고 또 걷는다.

나무가 우거지고 테크로 그림자가 져있다.

한낮이지만 산속이라 덥진 않았다.


가는길 중간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었다.

아이스크림 장수가 아이스박스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맛있겠다. 나도 메로나 먹을 줄 아는데.


아니야. 방금 먹었잖아! 아이스크림은 안먹기로 했잖아.

참자. 참아!


도망치듯 그자리를 빠져 나오니  메콰세타이어 길 나타났다.

처음 봤을때처럼 마음속 깊이 잔잔한 물결이 일어났다.


참. 이 좋은걸 이제서야 보네.

2013년 11월에  만든 순환형 숲길 안산 자락길.

9년여가 흐른 지금에서야 걷고 있다.

못걸었던 시간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참 잘 되어있다.


집근처 관악산은 가파르고 돌도 많아 잘 안가게 되는데,

여긴 거의가 평지인 숲길이 딱 내 수준에 맞다.

중간중간 화장실이며 쉬는 공간도 참 잘되어있고

여차하면 빠져나갈 길도 많으니. ㅎㅎㅎ.


반쯤 걷다보니 전망대도 나왔다.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는 전망을 내려다 보자 든 생각은 딱 하나.


젠장. 아파트가 렇게도 많은데 난 한채가 없니.

헛살았네, 헛살었어.......ㅠㅠ


중간중간 초코렛도 먹고 물도 마시며 다시 힘을 내본다.

가족끼리 유모차를 끌고 오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사람은 아예 겅중겅중 뛰어 다니기도 했다. 슬쩍보니 100퍼센트 근육으로 이루어진 마른 몸매였다. 부럽다, 부러워!


그리고 2시간 20분이 흘렀다.

드디어 시작했던 자리로 돌아왔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멀리서 맑은 새소리가 들려왔다.

늘 핸드폰 알람으로 들어서 짜증났는데 이렇게 자연속에서 들으니 참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카시아는 졌지만 나무들이 내뿜는 상쾌한 산소도 너무 좋았다.


다시 7737번 버스를 타고 홍대로 갔다.

사람 사람 사람 사람!

홍대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나무들에 둘러싸인 숲길을 걷다가 사람들의 물결속에 들어서자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만난 길쭉한 아이스크림.

아까 메로나를 참았는데 한번만 더 참으면 되는데 못참고 결국 먹어버렸다.


물맛이 너무 난다.

아.... 이거 먹고 아까 힘들게 걸은거 다 날라간건가.


만보기를 꺼내보니  19,293걸음 걸었다.

아이스크림 먹지 말껄.


호미화방에서 필요한 미술도구 몇개를 고른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나는 흙이 뽀얗게 내려 앉은 쪼리속 발가락을 내려다봤다.


내가 안산 자락길을 완주 했다고요!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에게 마구 자랑하고 싶었다.

서둘러 인스타에도 올렸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


다음에는 내려와서 아이스크림 절대 먹지 말자!


암튼간에 잘했다,오늘.








매거진의 이전글 다이어트 1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