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ng khong
Jul 21. 2022
족저근막염 치료가 끝났다.
약국에서 약을 한봉다리 타가지고 오는길.
이제 공포의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때마침 동작구 보건소에서 이벤트를 열어 현충원 옆 동작충효길2 를 걷기로 했다.
5개의 깔창을깔고, 두꺼운 스포츠양말을 신은채로.
동작역까진 편안히 버스를 타고 갔다.
그리고 나온 문제의 계단.
마치 하늘 끝까지 닿아있기라도 한듯한 계단옆으로 깎아 내린듯 가파른 절벽이 있었고 그 아래로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4호선 전철이 쉴새없이 오가고 있었다.
그냥 갈까.
이벤트고 뭐고.
하다가 지금까지 올라온 계단이 너무 아까워
오르기로 했다.
자우림 음악을 들으며 한발한발 힘겹게 오르니
결국 끝이 나긴했다.
구피들 밥주려고 맞춰둔 저녁 7시 알람이 울렸다.
이벤트는 동작충효길 2. 에 놓인 건곤감리게이트 중
한군데에 붙혀진 퀴즈를 맞추는 거였다.
내가 들어온 곳이 끝부분이니 걷다보면 리 가 나올것 같은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리 에 붙혀놓을것 같진 않았다.
느낌에 곤 아니면 감인데.
역시나 리 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약간 실망한 채로 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산길이라 사람이 없어서 좀 무서웠다.
간간히 만나는 사람이 반가웠긴 했지만
가래침을 뱉으며 지나가는 아저씨들을 만날때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르막 내리막길을 걸으니 저멀리 나무로 만든 감 게이트가 보였다.
제발 제발 저기에 그놈의 퀴즈가 붙어 있기를!
없었다.
이런 제길!
나도 모르게 신음섞인 욕이 나왔다.
그럼 곤 게이트까지 가란 말인가?
시작부분인 건 게이트에 붙어 있을리 없으니...
에잇!
그놈의 커피 선물이랑 운동기구 안받고 말지.
하다가 이상하게 뱃속 깊은곳에서 오기가 솟구쳐 올랐다.
여기까지 내가 어떻게 왔는데!
그놈의 빌어먹을 곤 게이트까지 기어서라도 가고 말테다!
꾸역꾸역 걸었다.
비가 올것처럼 먹구름이 몰려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나타난 곤 게이트에는
누죽걸산이라는 글자가 프린트된 노란종이가
한장 붙어 있었다.
누죽걸산.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
딱 나한테 하는 말이구먼.
흥분한 나는 퀴즈를 풀어 이벤트 인증을 하고 바로 나타난 샛길을 따라 사당종합체육관 쪽으로 내려왔다.
이제 마을버스만 타고 집에 가면 되는데
자꾸만 아까 본 글자가 기억났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체육관쪽에서 줌바댄스라도 추는지
엄청난 기합과 함께 땀을 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되겠다.
이대로 가면 또 무리해서 족저근막염이 재발할지도 모를일.
헬스장 가서 달달이로 다리라도 풀어주고 가야지.
이대로 죽을 순 없으니 말이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