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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행 May 17. 2020

[전시 리뷰] 5월의 전시, 명상_mindfullnes

삶을 오감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방법


토요일 주말, 한창 5월이 무르익을 즈음

비가 온다는 소식과 함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전시장을 찾았다.

    

<명상: mindfullness 전시>

전시일정 : 2020.04.24. (금) ~ 2020.09.27. (일)

시간 : 11:00 ~ 19:00

주제: 명상

관람 장소 : 피크닉

관람 시 유의점

*사진 촬영 불가, 대화는 작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사전 예매로 운영

*당일 예매는 불가

*현장 발권은 잔여석이 있는 경우   










마인드풀니스란 ‘알아차림’이라는 의미로 불교의 수행으로 현재 일어나는 감정, 감각, 생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인데, 이 전시는 그런 마인드풀니스 의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마련이 된 공간이었다.   

총 4가지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인상적인 몇 개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01. 죽음과 함께하는 삶


전시를 입장하면서부터 어둑한 공간에 벽에는 죽음에 대해 적혀있었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향내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우린 낯섦과 두려움에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전시 관람을 시작했다.

작은 방안의 밑, 울퉁불퉁한 땅에 번쩍거리며 어떤 형상들이 계속해서 스쳐 지나가는 영상이 보였다.

누군가의 음성이 꽤 오랜 시간 나에게 죽음에 대해 알려주었다.

차이췌이 차이__  http://i-ac.eu/en/collection/654_bardo-CHARWEI-TSAI-2016

"너는 이미 죽어왔다"

"너의 육체는 이제 그 무엇도 느낄 수 없다"

...

죽어가는 누군가를 달래듯이 하지만 단호하게 죽음에 대한 말들을 건네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가만히 죽어가는 이가 자신인 듯 이야기를 듣고 보았다.    

 


02. 알아차린다는 것

자오싱 아서 리우    http://mediacityseoul.kr/2014/kr/participating_artists/exhibition/jawshing-arthur-liou/

그 후 감정, 생각, 느낌들을 알아차리는 체험 전시가 우릴 맞이했다.

맨발로 길을 따라 걸으며 들리는 음악의 호흡에 맞춰 짧은 길을 걸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흙길, 자갈돌, 나무판자 길을 걸었다.

발 뒤꿈치까지 꼭꼭 눌러 걸으면서 나에게 느껴지는 것에 집중했다.

한 번은 돌의 딱딱함에 비틀거렸다가, 또 한 번은 서글서글 밟히는 자갈 속으로 깊이 발을 넣었다가

푹신한 쿠션과 스펀지에 푹푹 자국을 만들었다.

천천히 걸으려 애썼음에도 일찍이 끝나버린 길을 걸어 나오면서 아쉬움을 느꼈다.

자갈돌 같은 지금의 내 20대도 시간이 지나 푹신히 길을 걸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다음 전시를 보러 계단을 올랐다.     



03. 수행

자오싱 아서 리우 __ http://mediacityseoul.kr/2014/kr/participating_artists/exhibition/jawshing-arthur-liou/

빔프로젝트에서는 꽤 큰 영상이 흐릿하게 상영되고 있었다.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된 영상으로 영상의 주인공은 계속해서 어떤 길을 걸어 나가고 있었다.  

그 주위로 산맥과 눈 그리고 앞서서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영상 속 ‘나’는 누구일까? 저곳은 어디일까? 또 앞서 가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길 위에 갑자기 탄생해서 이 곳이 어디인지 또 나는 누구인지 앞선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어 하는 내 모습과 꼭 닮았다.      


우리 뒤에 있는 것들과
우리 앞에 있는 것들은
우리 안에 있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지막 전시에서는 대기시간이 있었다.

친구와 나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전시 장소에서는 흰 연기가 뭉게뭉게 우리가 있는 곳까지 퍼져왔다

그것을 보며 우리는 각자 앞으로 다가올 전시를 상상해보고 있었다.     

 


04. 의식의 바다

서승모 __  http://piknic.kr/exhibition-category/current/

한 명씩 입장을 하는데 내가 그 첫 번째 순서였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깥과 소리가 뚝 끊겼다

뿌연 연기들과 좁은 통로 사이로 주황색 계단만이 보였다

계단에 오르자 안개로 장소의 공간이 가늠되지 않았다.     

편한 곳에 앉아 있으라 하여 가장자리 쪽에 숨죽여 앉아있었다

조금만 앞으로 가도 방금 지나쳐온 내 뒤편이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사람들이 올라왔다.

댕--소리로 길게 종이 울렸다

전시 두면을 가득 채운 전등이 점차 밝기를 툭툭 꺼뜨리면서 점점 어두워졌고, 이내 앞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깜깜했다. 눈을 떠도 감아도 똑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죽는 게 이런 것일까? 본능적으로 무서워지는 순간이었다.

한 가지 다행이었던 건 내 옆에 친구와 함께였던 것이었다.      



전시를 마치면서 옥상에서는 차를 마셨다.     


가끔 무기력해진다

 화나는 일이 많다

결정을 잘 못 내린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유 없이 불편하다

성격이 급한 편이다.

여러 문장들 중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문장을 고르면 알맞은 차를 내려준다.      

잔은 작고 자연스럽게 굴곡이 져서 마치 조개에 물을 떠먹는 것 같았다

창 위로는 풍경이 울릴 듯 말 듯 흔들렸다.

우리는 마룻바닥에 앉아 멀리 또 가까이 보이는 남산타워를 바라봤다.    


옥상에서 내려오는 계단의 뷰


끝마치면서 간략 느낀 점

명상을 하는 전시일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명상의 의미에 초점이 맞춰진 전시였다.

내가 느끼는 생각, 감정, 감각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이제까지 노력을 많이 해 왔던 터라, 친숙하게 느껴졌고, 편안한 전시였다.      

죽음에 대해서는 항상 알 수 없다는 생각들로 가득 찼었는데 전시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양한 감각들로 이해하고 경험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시를 마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언젠가 내가 늙고 병들어서 마지막을 보내는 순간엔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면 그 자체로 위로와 안심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 참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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