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돌입니다. 바라는 것도 없고, 실망하는 것도 없습니다. 돌은 판단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돌은 돌입니다. 돌은 속이지 않으며 돌은 이용하지 않으며 돌은 기만하지 않으며 돌은 배신하지도 않습니다. 나를 버리고 떠나가지도 않습니다.
돌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니 헤아리지 않아도 됩니다. 돌은 슬퍼하지 않으며 돌은 아파하지 않으며 분노하지 않으며 짜증 내지 않습니다. 싫증 내지도 않습니다. 비통하지도 않습니다. 돌은 사랑도 하지 않습니다. 기쁨도 즐거움도 돌아보면 번뇌일 뿐이니 그조차 없는 돌이 좋습니다.
돌이 되고 싶은가 생각해보면 나는 나입니다만 이 광막한 우주 속에 한 점, 별에서 태어나 별로 돌아가는 것은 돌이나 나나 다를 게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