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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Jul 13. 2022

왜 내 마음대로 안 될까?

삶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정상이다.

“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나는 늘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며 불평을 쏟아내곤 했다.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는다며, 브런치 북에 지원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블로그에 글을 썼지만 조회 수가 오르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불평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혼자 괴로워했다. 노력을 안 했으면 모를까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삶은 늘 원하는 대로 펼쳐지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무슨 소리냐고?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주인공 브루스(짐 캐리)는 삶이 불공평하다면서 짜증을 내고 하늘에다 대고 신에게 화를 낸다. 영화에서 브루스는 자신에게 딱 맞는 '유머러스한 리포터'라는 직업을 이미 갖고 있음에도, 메인 뉴스 앵커가 되려고 발악하는 캐릭터다. 그러자 신은 그에게 "좋아, 네가 한번 해봐, 쉬운지!" 하는 뉘앙스로 뉴욕 버팔로 인근을 다스릴 권한을 준다. 갑자기 전지전능해진 브루스에게 사람들의 기도 소리가 들려온다. 쇄도하는 기도 소리에 괴로웠던 브루스는 소망을 이메일 형식으로 바꾸고 책상 앞에 앉아 수많은 기도 요청에 메일로 하나하나 응답한다. 이메일 제목에는 '시험 잘 보게 해 주세요.', '애인이 생기게 해 주세요.', '복권에 당첨되게 해 주세요.' 등이 적혀 있다.


브루스는 쉬지 않고 요청을 들어주지만, 그래 봐야 새로운 요청이 계속 쌓일 뿐이다. 결국 브루스는 이메일의 '전체 답장' 버튼을 노른 뒤 모두에게 OK 응답을 보낸다. 그는 "자, 이제 다들 만족했겠지?"라며 뿌듯한 미소로 의자에 몸을 기댄다. 버팔로는 어떻게 됐을까? 


만인의 요청이 서로 충돌하면서 도시 전체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이를테면, 너무 많은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는 바람에 당첨액이 17달러로 떨어져 폭동이 일어난다. 만약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타노스 같은 자가 버팔로에 살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영화는 만약 신이 세상 사람들의 기도를 전부 들어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보고 깨달았다. 영화를 보고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했다. 여태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원래 세상일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정상이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비정상이었다. 그러나 여태 그 사실을 잘못 생각하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혼자 괴로워했던 것이다. 


원하는 대로 다 되지 않는다고 괴로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안 되는 게 정상이고 되는 게 비정상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괴로움은 사라진다.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내가 선택한다고 다 이루어질 수는 없고 내가 바란다고 다 되지 않으니까. 그러니 원하고 바라기보다 몇 퍼센트 일지 몰라도 성공 확률을 조금 높이기 위해 계속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스케치의 노래 가사처럼 삶은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기에 설레는 일이고 두려운 일이다. 삶은 내일 어떤 일이 펼쳐질지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모두에게 평등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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