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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30. 2024

그런데 왜 글을 쓰려고 하시나요?

"정 선생님은 왜 이 수업에 나왔어요? 글을 쓰려는 목적이 뭐예요?"


3년 전 중앙 대학교 평생 교육원에서 열린 책 쓰기 수업에서 만난 학인이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저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동안 혼자서 블로그에 꽤 많은 글을 써왔는데, 이제는 성과를 만들고 싶어서 수업에 왔다고. 속 마음을 100퍼센트 드러내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의도를 전달한 답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계속 아까 받았던 질문과 저의 답변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솔직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음 수업에 가서 저는 학인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책을 쓰고 유명해져서 돈을 벌고 싶어서요."라고.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여러분은 왜 글을 쓰려고 하시나요?


실제로 작가들의 자서전이나 고백 에세이를 읽어보면, 글쓰기의 동기라는 게 여자 친구한테 편지를 쓰면서, 당시에는 글 잘 쓰는 사람이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글을 쓰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줄 알고, 같은 이유에서 출발한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도스토옙스키만 하더라도 그가 도박중독자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매번 도박 빚에 쫓기지 않았다면, 인류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몇 편이나 남겼을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피카소 역시 예술의 시작은 여자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많은 사람이 공부 자체에서 어떤 의미나 즐거움을 얻으려고 하지만, 실제로 공부를 많이 해서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가 된 사람 중에는‘다른 욕망’이 더 큰 사람들도 많습니다. 명예욕이라든지 권력욕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오히려 누군가를 공부하게 만든 것입니다.


혹시 아직 글을 속 시원하게 쓰지 못하고 있다면 솔직하게 쓰지 못하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글을 쓰려는 이유를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된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죠. 정말로 달라지고 싶다면,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그런 어정쩡한 이유가 아니라, 유치해도 좋으니 절박한 이유, 어떻게 해서든 실천할 수밖에 없는 제대로 된 이유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제대로 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우리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킬 때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태도를 바꿀 때도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면 스스로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개인적인 욕망을 자극해야 합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DNA를 가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찾아보세요. 이유를 찾은 사람은,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 테니까요.


조지 오웰은 에세이집 《나는 왜 쓰는가》에서 인간이 글을 쓰는 동기를 네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첫째는 개인의 이기심, 둘째는 미학적 열정, 셋째는 역사적 충동, 넷째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정치적 목적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타인의 생각을 특정 방향으로 바꾸려는 의도를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이유를 쓰면 왜 좋을까요? 솔직함은 우리의 뇌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중독치료 센터를 이끄는 정신과 의사인 애나 렘키 박사는 <<도파민네이션>>에서 솔직함에 효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솔직함은—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특히 자신의 결점을 노출하고 어떠한 결과를 감수하면서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여러모로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의 행동을 확실하게 의식하도록 해주고, 자신 혹은 상대방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시키며 진실한 삶을 이끌어 현재의 자신뿐 아니라 미래의 자신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사실대로 말하는 솔직함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중독도 막을 수 있습니다. 
(도파민네이션)


글을 쓰려는 이유를 솔직하게 써보세요. 뭐든 괜찮습니다. 유명해지고 싶어서? 돈을 벌고 싶어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내 안에 말 못 한 응어리들을 다 쏟아내고 싶어서? 잃어버린 나를 발견하고 싶어서 등 그 이유를 솔직하게 써보세요. 솔직한 이유를 글로 쓰는 순간,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의 뇌가, 당신의 마음이 좋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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