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의 밤 춤으로 물들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던가. 다음 날 올라온 공연 영상엔 '푸꾸옥 공연은 망했다'라는 우리의 우려와 달리 아주 멋진 안무와 함성과 박수소리만 남아있었다. 물론 자세히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본다면 말이다.
베트남 푸꾸옥 섬, 한 밤의 해변가에서 300여 명의 댄서들이 모여 밤새 춤을 추는 광경을 상상했었다. 나와 타이소 팀은 이 특별한 순간을 위해 6개월간 준비해 왔다. 조선 바차타, 한국의 전통 음악과 라틴 댄스의 콜라보를 선보이기 위해서. 영상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다행이었기 때문이다. 6개월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아서. 얼마나 기다렸던가. 푸꾸옥에서 조선 바차타의 진수를 보여줄 일 날을. 노력은 타이소 노을팀을 배신하지 않았다.
공연 당일, 우리의 일정은 숨 가쁘게 진행됐다. 오후 3시부터 해안가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시작으로, 7시에 각각 무대 리허설을 진행했다. 마지막 리허설까지 마치고 나니, 우리의 순서가 8번에서 14번으로 밀려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안무를 지도한 선생님들도 놀랐지만, 이는 오히려 기회였다. MC가 우리의 실력을 인정해 프로 라인업으로 옮겨준 것이었다. 리허설 중 해외 프로 댄서들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너희 안무 정말 멋지더라. 어떻게 그런 그라데이션 안무를 만들었어?"
그들의 칭찬에 우리는 겸손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리허설을 끝내고 마지막 한 번 더 리허설을 하며 열심히 준비했던 우리였는데. 배신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해외 공연의 좋은 점이 3가지나 있다. 먼저 영상으로만 보던 국내, 해외 유명한 댄서들을 실물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그들과 홀딩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멀어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인스트럭터들의 수업을 한 번에 다 들을 수 있다. 여행괴 파티 조합이므로 사람들이 모두 열린 마음이다. 무엇보다 전부 파티에 진심이다.
공연이 끝난 후, 진짜 축제가 시작됐다. DJ 3명이 번갈아가며 6시간 넘게 음악을 틀었고, 300명의 댄서들은 지칠 줄 모르고 춤을 췄다. 새벽 6시, 마지막 곡이 울려 퍼졌지만 사람들은 쉽게 흥을 멈추지 않았다.
"This is the final song."이라는 DJ의 멘트에 참가자들은.
"One more song!"으로 답했다.
결국 30분이 더 지나서야 파티는 끝이 났다. 지친 댄서들은 모두 바닥에 누워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우리는 모두 하나였다. 국적도, 언어도 달랐지만 춤이라는 공용어로 우리는 완벽히 소통했다.
여행의 마지막숙소로 돌아가는 길, 하늘에서 번개가 쾅하고 쳤다. 마치 "One more!"를 외치는 것 같았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밖에서 빗소리가 들렸다. 푸꾸옥의 밤은 우리의 열정만큼이나 뜨거웠고, 그 열기를 식히려는 듯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춤의 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우리는 모두 같은 리듬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푸꾸옥의 밤은 끝났지만, 그 열정의 기억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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