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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Nov 08. 2024

공연의 맛 (3)

푸꾸옥의 밤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푸꾸옥의 밤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타이소팀, 5분 후 무대 뒤로 이동할게요."


그 한 마디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공연팀원들을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무대 뒤 대기장소로 이동했지만 무대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관객석에서 대기 장소까지 이동하는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대기 장소가 가까워질수록 스피커의 베이스 사운드가 크게 들렸다. 심장 박동에 스피커 사운드가 더해지니 심장이 두 배로 빨리 뛰었다. 대기실 앞에는 타이소팀 외에도 3팀이 더 있다. 그리고 모두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괜찮아, 우리는 준비됐어, " 


타미쌤이 공연팀원들을 향해 말했지만, 스피커 소리 때문이지,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밤 10시 30분. 한국 시간으로는 밤 12시 30분. 한국에서라면 이미 공연이 끝났을 시간이지만 여기서는 이제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스콜로 인해 공연 시간이 연기, 공연 장소까지 변경된 상황, 익숙하지 않은 바닥 재질 모든 것이 낯선 환경 그 자체였다. 


앞 팀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사회자가 다음 팀을 소개하는 멘트를 시작한다. 


"Are you ready?" 


마지막으로 타이소 공연팀이 동그랗게 모여 손을 가운데로 모았다. 그리고 짧게 파이팅을 외친 후 무대로 입장했다. 무대를 오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왼편에서 들려오는 관객들의 환호성, DJ가 틀어준 입장 음악, 뜨거운 무대 조명 그리고 긴장김. 온몸의 털이 빳빳하게 서는 느낌이었다. 


'동선이 꼬였다.


연습했던 것과 달리, 무대를 빙 돌아서 들어간 후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긴장 탓인지 반 바퀴를 더 돌아서 팀원들이 입장했다. 결국 나도 비좁은 틈 사이를 비 짚고 들어가야 했다. 전체 입장을 지켜보던 타미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첫 안무를 리드해야 하는 이소쌤의 표정도 함께 굳었다.


"다들 긴장했구먼, 큰일이네."


팀원 중 누군가가 고개를 숙인 채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이 화근이었을까? 갑자리 다리가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고요한 바다 위에~' 


고요한 바다 위를 거닐 듯 사뿐하게 움직여야 하는 동작이 시원찮았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열심히 준비했던 그라데이션 안무가 삐걱거렸다. 눈물이 찔끔 났다. 파트너가 평소보다 두 배로 무겁게 느껴져 두 바퀴 턴을 해야는데 한 바퀴를 빼먹었다. 키 포인트로 준비했던 안무도 타이밍이 엇갈렸다. 예전과 달리 몰입이 전혀 되질 않았다. 영원처럼 느껴졌던 3분이 지나고, 음악이 멈췄고, 팀원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무대를 내려오는 순간, 얼굴에서 눈물이 조용히 뺨을 타고 흘렀다. 


"모두 수고했어요. 잘했어." 


공연팀은 고개를 숙이고 무대 뒤편으로 이동했고 공연팀을 응원해 주러 온 타이소 멤버들이 따뜻한 말을 건넸다. 


그렇게 기나긴 6개월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뒤풀이 자리엔 절반의 인원만 참가했다. 뒤풀이 참여한 절반의 인원들이 하나둘 자신의 실수담을 안주로 꺼내 들었다.  


"아까 봤어? 내가 턴할 때 미끄러진 거?"

"그래, 근데 넌 잘 넘어갔잖아. 난 아예 박자를 놓쳤다고, " 

"난 무대 뒤편에서 떨어질까 봐 뒤로 밀리지 않으려고 엄청 고생했어."


처음엔 쓴웃음이었지만, 점차 진심 어린 웃음으로 변해갔다. 실수담을 조용히 듣고 있던 타미쌤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실수했다는 건, 우리가 도전했다는 증거예요." 


사람들의 입이 벌어졌고, 누군가는 박수를 쳤고, 다 같이 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에는 실수는 곧 자부심이 빛나고 있었다. 숙소 뒤편에선 여전히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푸꾸옥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알았다. 완벽한 공연보다 더 값진 것은, 함께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창밖으로 보이지 않는 별들이 반짝 빛나고 있었다. 모두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조선 바차타의 진수를 푸꾸옥에서 보여주리라는 야심찬 결의는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 밤은 분명 그들 모두의 인생에서 잊지 못할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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